벌써 주말이 끝이라고?

20.10.18(주일)

by 어깨아빠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덕분에 역시나 엄청 오랜만에, 주일 아침의 분주함을 경험했다.


“소윤아, 얼른”

“시윤아, 얼른”

“빨리빨리”

“서둘러”

“가만히 있지 말고”


내가 제일 늦게 일어났다. 내가 조금 더 빨리 일어나서 서둘렀으면 좀 나았을 텐데, 아빠의 늦잠으로 인한 시간의 압박을 아이들이 받았다. 미안, 얘들아.


서윤이는 교회에 도착해서 수유를 했더니 딱 예배 시간만큼 잤다. 감지덕지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함께 어른 예배를 드렸다. 생각해 보면 나도 엄청 지겨웠다. 외가댁에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려야 했는데, 왜 이렇게 길고 좀이 쑤시는지. 소윤이와 시윤이가 대단하다. 어젯밤에 잠을 설친 여파인지 소윤이와 시윤이 둘 다 꾸벅꾸벅 졸았다. 소윤이는 아무리 어른 예배여도 잘 졸지 않는데, 많이 피곤했나 보다. 그러게 밤에 왜 그 난리를 피웠니 (난리는 아빠가 피웠나?). 시윤이는 아예 잠들었다.


예배를 마치고 잠든 시윤이를 유모차에 앉혔다. 아직 유모차가 견디는 걸 보니 시윤이도 아기네. 서윤이는 안고, 시윤이는 태워서, 소윤이는 걸어서 차로 돌아갔다. 시윤이를 조금 더 자게 하려고 애를 썼지만 맨 뒤에 앉는 시윤이를 옮기는 과정은 너무 어려웠다. 아쉽게도 시윤이는 잠에서 깼지만, 그래도 꽤 많이 자고 깬 거였다. 의지의 여섯 살, 소윤이는 졸음을 이겨냈고.


저녁에는 (내) 엄마, 아빠, 동생네 부부를 만나기로 했다. 엄마의 생일을 미리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른 시간에 만나 빠른 저녁을 먹기로 했기 때문에 따로 애들 점심을 챙겨 먹이기가 애매했다. 집에 가서 간단하게 과일과 옥수수로 식사를 대신했다.


아침에 나갈 때 다 던져 놓고 나갔다. 집을 치우지 못하고 나갔다는 말이다. 요즘 아내는 나가기 전에 말끔히 치워 놓는 것에 굉장히 애를 쓴다. 결혼하고 초반에는, 아니 그 후로도 꽤 한참, 시간이 임박했는데도 설거지를 하거나, 집을 정리하는 아내가 못마땅했다. 그건 갔다 와서 하면 되는 일이고, 늦는 건 갔다 와서 일찍 나갈 수 없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아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내 덕분에 외출하고 돌아와서 문을 열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 이렇게 깨끗하다니’


교회 갔다 와서 집에 머문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었다. 그 시간에 아내는 많은 걸 했다. 오랜만에 이불에 거하게 지도를 그린 시윤이 덕분에 이불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집 정리도 하고. 나에게 ‘왜 넌 노냐’고 욕하면 안 된다. 아이 셋이 최대한 엄마의 집안일을 방해하지 않도록 전방위적인 관리를 하니까. 물론 서윤이가 울어 젖히면 난 무용지물이 되지만.


잠시 집에 머물다가 다시 나왔다. 아내가 꽃을 사러 간 사이, 소윤이와 시윤이는 열띤 토론을 펼쳤다. 난 운전석에 앉아 가만히 들었다. 토론의 주제는 시윤이가 던졌다.


“누나아. 저 짜(차)는 그냥 나갔는데에 왜 저 짜(차)는 돈을 내뜰까?”

“아, 시윤아 그건 앞에 나간 차는…”

“아, 아게따 아게따. 번갈아가면저 나가나 보다아”

“아니, 그게 아니라 시윤아. 돈을 안 내고 나간 차는 주차 시간이 짧아서 그런 거야. 아니면 미리 등록이 돼 있거나”

“아니이, 누나아. 내 말을 들어바아. 내 댕각에는 저 짜는 어, 저 짜는, 어 저 짜는 그냥 나갔따나. 그게 왜 그러냐믄…”


소윤이가 맞게 설명하는데 시윤이는 계속 자기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설명과 설득에 지친 소윤이는 이렇게 얘기했다.


“시윤아. 그럼 이제 누나는 너랑 더 이상 얘기를 못 해. 시윤이 생각이 맞을 수도 있지만 누나 생각이 맞을 수도 있잖아. 그런데 계속 너 생각만 얘기를 하면 누나가 어떻게 너랑 얘기를 하겠어. 그럼 누나는 너랑 소통을 할 수가 없어”


‘소통’이라는 단어를 구사하는 것에 흠칫 놀랐다. 소윤이와 시윤이를 볼 때마다 대한민국 영어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을 발견하곤 한다.


소윤이는 식당으로 가는 길에, 차에서 잠들었다.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고 입은 헤벌쭉 벌린 모습으로. 소윤이가 정말 깊이 잠들었을 때 나타나는 자세다. 많이 피곤했나 보다. 도착해서도 한동안 멍했다. 잠을 다 보충하지 못하고 깨서 그랬을 거다. 잠이 좀 깨고 나니 금방 뺀질성을 되찾았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났을 때 도드라지는 그 뺀질거림이 나타났다. 예를 들면 아내와 나의 눈치를 보는 척하지만 사실은 일부러 걸리도록 티를 내면서, 금지된 행동 (사소한 것들이다. 밥 먹을 때 돌아다니지 않기, 먹는 걸로 장난치지 않기 등등)을 슬쩍슬쩍 일삼는다. 써 놓으니 무미건조한데, 막상 눈앞에서 그러고 있으면 나의 마음의 크기에 따라 어금니를 꽉 깨물게 될 때도 많다.


‘즉등흐 흐르…긍스은…그믄흐르그….’


서윤이는 비협조적이었다. 이게 낯가림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엄마 품을 찾는 건지 모르겠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낯가림이라고 하기에는 평소에 집에서도 나한테 안 오니까. 오늘도 그랬다. 아무에게도 가지 않고 계속 아내에게 안겨 있다가, 잠깐 유모차에 앉았다가를 반복했다. 덕분에 난 마음은 불편하고 몸은 편하게, 아내는 마음은 편하고 몸은 불편하게 식사를 했다.


밥 먹고 나서 잠시 카페에도 들렀는데 소윤이와 시윤이는 빼빼로와 뽀로로 초콜릿을 즐겼다. 할머니가 사 온 선물이었다. 시윤이는 속도 조절 따위 없이 금세 먹었다. 소윤이는 뽀로로의 형태를 지켜가며 조금씩 갉아먹었다. 서윤이는 여전히 아내 품이었다. 수유를 해도 아내 품을 떠나지 않았다.


오늘도 피곤했다. 주말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바쁘고 정신없이 지나갔다. 서윤이와 소윤이, 시윤이를 재우러 들어간 아내는 오랜만에 깨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었다. 한참 있다가 서윤이가 다시 깬 덕분에 수유하느라 1시 넘어서 깼다.


“아우, 푹 잤네”

“잘 됐네. 얼른 들어가서 다시 자”

“어, 여보. 먼저 들어갈게”


내일이 월요일이지만 아내의 뒷모습이 가벼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