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피곤해서 낮잠 좀 자야 돼?

20.11.01(주일)

by 어깨아빠

교회에 도착해서 소윤이와 시윤이를 어린이 예배드리는 곳에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시윤이가 아내와 나를 따라가겠다고 했다. 한 번 정도 더, 그래도 누나랑 새싹꿈나무 예배드려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시윤이는 어른 예배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엄마, 아빠랑 떨어지는 게 좀 싫었던 것 같다. 다음 주에는 가야 한다고 가볍게 얘기하고, 소윤이만 새싹꿈나무 예배에 데려다줬다.


“아빠아하. 언데 끝나혀어?”


시윤이는 예배가 끝나는 시간이 언제인지 궁금해했지만 얌전히 잘 있었다. 서윤이도 들어가자마자 아기띠로 재웠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이제 방해가 되지 않는다. 서윤이도 아직까지는 예배 시간에 잘 때가 많았고.


집에 오는 길에 돈까스와 김밥, 쫄면을 샀다. 그냥 집에 있는 밥과 반찬으로 차려 먹으면 되지만 그게 뭐라고 그렇게 귀찮은지. 내 허기만 채우는 거면 그야말로 대충 물 말아서 김치에 먹어도 되지만, 애들 먹이려면 뭐라도 차려야 하고. 뭐라도 차려 먹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밖에서 사 온 음식 먹이는 건 뭔가 앞뒤가 안 맞긴 하다. 밥과 김뿐이어도 집에서 손수 만든 음식과 이윤의 논리가 개입된 바깥 음식이어도 다양한 음식. 과연 뭐가 더 유익할까. (집에서 정성스레 차려주면 된다는 모범 답안을 피해가는, 비겁한 변명입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돈까스를 게 눈 감추듯 먹었다. 아내와 나도 아침을 거른 터라 허겁지겁 아주 잘 먹었고. 서윤이까지 집에 오자마자 배부르게 모유를 먹었다. 온 가족이 배부르게 점심을 먹었다. 배가 부르니 잠이 쏟아졌다. 언제나 첫 시작은 똑같다.


“서윤아, 아빠랑 놀까”


그러면서 바닥에 누웠고, 나도 모르게 (어쩌면 알고 누웠나) 살짝 잠이 들었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그렇게 시끄럽게 떠드는 와중에도.


“여보. 방에 들어가서 좀 자”

“아니야, 아니야. 안 자”

“뭘 안 자. 조금 자고 나와. 차라리”

“아니야 괜찮아. 여보, 우리 다 같이 낮잠 좀 잘까?”


아내도 자고 싶겠지. 서윤이가 안 자면 아내도 못 자는 게 문제였다.


“여보, 서윤이 안 자려나?”

“응, 안 잘 거 같은데”

“그래? 평소에도 이 시간에는 안 자나?”

“조금 더 지나야 자지, 보통”


내가 봐도 서윤이는 너무 쌩쌩해 보였다. 거실 여기저기를 활보하며, 이것저것 빨아댔다. 아내에게 호기롭게 안 자겠다고 했지만, 앉아서도 졸았다.


“여보. 얼른 들어가서 좀 자라니까”

“아, 아닌데”

“괜찮아. 얼른 들어가서 좀 자”


혼자 들어가서 자는 게 아무래도 미안했다.


“소윤아, 시윤아. 아빠랑 다 같이 낮잠 좀 자자”

“낮잠 자기 싫은데”


아내는 입모양으로 나에게 ‘괜찮다’라고 얘기했지만, 꼭 혼자 들어가기 미안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졸려 보이긴 했다.


“아빠랑 이따 축구하러 가려면 낮잠 한숨 자는 게 좋아. 소윤이도 피곤하잖아. 시윤이도 그렇고”

“아빠. 이따 축구 갈 수 있어여?”

“글쎄. 이따 일어나 봐야 알겠지”


아침부터 보슬보슬 비가 내렸다. 지난주에 나를 따라가지 않았던 소윤이와 시윤이는 오늘은 꼭 가고 싶었나 보다. 과연 오후에 비가 그치고, 아빠를 따라 나갈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오히려 나는 가면 가고, 아니면 말고였는데. 소윤이와 시윤이는 ‘제발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면서 마음을 졸였다.


아빠의 낮잠에 희생(?)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어쨌든 소윤이와 시윤이를 데리고 낮잠을 자기로 했다. 난 거의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겠는데 아내가 잠든 서윤이를 안고 들어와 조심스럽게 눕힐 때 잠깐 잠에서 깼다. 그때도 소윤이와 시윤이는 안 자고 있었다.


“소윤아, 시윤아. 얼른 자”


그러고 나서 다시 또 바로 잠들었다. 아내가 우는 서윤이를 데리러 들어왔을 때 또 잠깐 깼고. 그때는 소윤이와 시윤이가 자고 있었다. 정말 달콤한 낮잠이었다. 아내가 들어와서 우리 셋을 모두 깨울 때까지 세상모르고 잤다. 나는 물론이고 소윤이와 시윤이도, 아내가 깨우고 나서도 한동안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아내 덕분에 몰아치는 피로의 태풍을 이겨냈다. 나중에 들어 보니 소윤이는 내가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고 했다.


날씨는 여전히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소윤이와 시윤이를 데리고 축구장으로 갔다. 오늘은 애초에 참석하겠다고 한 사람이 적었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


“소윤아, 시윤아. 오늘도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하네. 오늘도 아빠가 못 쉬고 계속 차야 할지도 모르겠다. 괜찮겠어?”

“네, 괜찮아여”


소윤이와 시윤이는 처음에는 할 게 없어서 조금 지루한 듯하더니, 금세 놀 거리를 찾아서 서로 깔깔대며 잘 놀았다. 잠시 쉴 때마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사과 아닌 사과를 했다.


“소윤아, 시윤아 미안”

“뭐가여?”

“아빠가 계속 축구하니까. 소윤이, 시윤이랑 못 노네”

“괜찮아여”


소윤이한테는 확 느껴졌다. 나랑 놀고 싶지만 축구하러 온 아빠의 심정과 사정을 이해한다는 게. 소윤이와 이런 고차원의 교감을 나눌 때마다 묘한 짜릿함과 뭉클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시윤이는 아직 마냥 장난스럽고.


“아빠아아아아악. 나와여어어어어억”


축구가 끝나고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저녁은 뭘 먹을 건지 물어봤다. 아내는 고민하고 있었다며, 나에게 되물었다. 아내와 나는 짧은 고민 끝에 짜파게티를 선택했다. 소윤이는 좋다며 반겼다. 집에서 차린 인스턴트 짜장 라면과 바깥에서 사 먹는 짜장면. 과연 무엇이 더 건강할까. (그게 뭐든 집에서 차리는 자연식이 더 건강하다는 모범 답안을 피해가는, 비겁한 변명입니다악)


집에 가자마자 소윤이와 시윤이를 씻겼다. 짜파게티도 바로 준비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엄청 잘 먹었다. 호로록호로록 면발을 열심히 빨아들였다. 아내와 나에게 남은 짜파게티를 다 먹으면 안 된다고 확인하면서. 밥까지 비벼서 먹었다.


“오늘 집 밥을 한 끼 밖에 못 먹여서 미안하네”

“집 밥이 뭐에여?”

“집에서 해주는 거”

“이것도 집에서 해 준 거잖아여”

“음, 그렇기는 한데”


일주일 내내 집 밥을 먹이느라 누구보다 고생하는 아내가, 조금도 죄스러운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소윤이, 시윤이 정도면 차고 넘치게 먹는 거다.


아내는 육아 퇴근을 하고도 편히 쉬지 못했다. 등 통증에서 비롯된 전반적인 몸 상태의 저하였다. 아쉬운 대로 아내의 등을 열심히, 정말 열심히 주물러 주긴 했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오히려 악화시키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됐다. 아내는 엄청 시원하다고 했지만.


아내는 기력 없이 소파에 앉아 있다가 먼저 자러 들어갔다. 안쓰러워 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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