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퇴근과 육아 퇴근의 무상관성

20.11.02(월)

by 어깨아빠

서윤이가 참으로 세차게도 울었다. 아파트 주민을 모두 깨우겠다는 듯, 엄청 크게. 마치 악몽을 꾼 것처럼 예열도 없이 바로 최고조로 치달았다. 아파트 주민은 안 깼지만, 언니와 오빠는 깼다. 그렇게 온 가족이 잠을 설쳤다. 그나마 시윤이는 좀 덜 예민하고, 소윤이는 나랑 비슷하다.


출근 준비하려고 일어난 나를 따라서, 소윤이가 나왔다.


“소윤아. 왜 나왔어”

“아빠, 안녕. 잘 가여”

“그래, 고마워. 소윤이는 들어가서 좀 더 자”


오줌이 마려운 것도 아니었고 목이 마른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나한테 인사하려고 나온 거였다. 인사를 했는데도 방에 들어가지 않고 내 허벅지를 붙잡고 매달렸다.


“소윤아. 아빠 출근할 때까지 소파에서 안아줄까?”

“네”


한 20분 정도. 약간 서늘한 기운이 도는 거실 소파에 앉아 소윤이를 안고 있었다. 은근한 온기가 전해지는 그 느낌이 제법 좋다. 소윤이도 그렇겠지? 출근하기 전에 소윤이를 다시 방에 들여보내려고 문을 열었는데, 시윤이도 깼다.


“아빠아. 안녀엉”“그래, 시윤아. 안녕”


소윤이한테 꼭 더 자라고 하긴 했는데 과연 그랬을지. 아마 안 그랬을 거다.


하루 종일 외근을 했다. 덕분에 평소보다 퇴근도 좀 빨랐고. 아내와 아이들한테는 미리 얘기를 해서 깜짝 놀라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내와 아이들은 놀이터에 갈 계획을 세워 놨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윤이와 시윤이의 성화를 아내가 수용했다.


“아빠. 우리 놀이터에 가기로 했어여”

“그래? 알았어”

“아빠는 집에 있을 거에여?”

“아니. 아빠도 같이 가야지”


한 6시쯤, 집에서 나왔다. 1시간만 당겨져도 이런 여유가 생기는구나. 물론 아내와 나는, 그 시간에도 부담을 느꼈지만.


“여보. 지금 나가면 언제 저녁먹이고 재우지”

“그러게. 금방 와야지 뭐”


아내는 정말 금방, 얘기했다.


“여보. 이제 슬슬 가자고 할까?”

“어? 벌써?”

“어. 왜? 너무 빨라?”

“어.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빠른데?”


조금 더 놀았다. 그것도 평소에 비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소윤이와 시윤이는 깜깜한 밤이라 그런지 군말 없이 바로 아내와 나를 따라나섰다. 오늘 저녁을 비롯해 내일 먹일 찬거리를 좀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 내일도 일찍 와여”


늘 얘기하지만, 누구보다 아빠가 가장 그러고 싶단다. 소윤아.


집에 조금 빨리 왔다고 육아 퇴근도 빨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늦은 느낌이었다. 서윤이가 똥을 싸서 닦아주는데 엄청 힘들었다. 이제 한 팔로 안고 씻기는 게 매우 버겁다. 팔도 팔이지만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간다. 소윤이 때는 어떻게 했는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똥을 닦아줄 때는 흐르는 물에 씻겨야만 할 텐데, 대체 어떻게 했지.


아내는 어제, 오늘 맛있는 커피(전문가가 타 주는, 돈 내고 사 먹어야 하는)를 한 잔도 못 마셨다며, 애들 재우는 동안 커피를 좀 사다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여보.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아내랑 나는 호흡이 잘 맞는다. 커피 한 잔 사다 주는 거 일도 아니지만, 이것도 쿵짝이 안 맞으면 얼마든지 싸움 거리가 될 일이다. 마침 사다 주려고 마음먹고 있었으니 조금도 귀찮지 않았다.


커피를 사려고 했던 카페가 이미 마감을 했다고 해서, 조금 멀리 있는 곳까지 다녀왔다. 아내는 커피와 함께 빵도 부탁을 했다. 빵집에도 들러서 아내를 위한 크로와상, 누군가를 위하게 될 스콘도 사서 돌아왔다. 놀랍게도 아내는 여전히 방이었다. 물론 서윤이가 범인(?)이었다. 서윤이는 내가 현관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고 했다. 아내와 나는 가끔 당황스럽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둘 다 비슷하게, 무던했다. 서윤이도 진짜 예민한 아이들에 비하면 평범한 수준이겠지만, 아내와 나에게는 생소한 유형이다.


아내는 서윤이를 재우고 나와서 커피도 마시고 빵도 먹었다. 서윤이는 정확히 세 시간 뒤, 그러니까 자정쯤 또 울며 깼다. 아내는 이번에도 들어가서 재우고, 다시 나왔다. 평소 같았으면 아내도 그대로 잤을 텐데, 내일 오랜만에(거의 1년 만에) 처치홈스쿨이 다시 모이기로 했다.


아침 일찍 애 셋을 홀로 챙겨 나가야 하니, 얼마나 정신이 없을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내는 아침의 분주함을 최대한 줄이고자,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건 해 놓고 자려고 다시 나온 거다. 애들 입을 옷, 애들 가방 등을 챙겨 놓고 다시 들어갔다. 그때는 나도 함께.


오늘도 시윤이는 자기 자리가 아니었다. 상체는 매트리스에, 하체는 바닥에 걸친 채 자고 있었다. 그 덕에 난 오늘도 소윤이 옆에 누웠다. 시윤이 때문에 누울 자리가 애매하기도 했지만, 소윤이 옆에서 자고 싶기도 했다.


아내는 새벽마다 자꾸 서윤이 옆으로 사라지지만, 소윤이는 그런 게 없다. 하루빨리 아내랑 밤새 붙어 자는 날이 오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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