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아무리 그래 봐라

20.11.17(화)

by 어깨아빠

어젯밤 우리 집의 풍경. 서윤이는 계속 울다 (손)빨다를 반복했고, 아내는 토닥이다 멈췄다를 반복했고, 나는 잠들었다가 깼다가를 반복했다. 반복이 계속될수록 의식은 흐릿해졌다. ‘아, 계속 저렇게 울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며 결국 정신을 잃었다(잠들었다는 표현은 너무 우아한 어제였다).


새벽에 잠깐 깼을 때는 매우 평화롭고 고요했다. 숨소리만 들렸다. 몸 크기에 맞지 않는 곳에 몸을 구겨 누운 아내의 자세가, 지난밤의 사투를 증언할 뿐이었다. 서윤이는 언제쯤 잠들었는지, 아내는 얼마나 오래 못 잤는지 궁금했다. 내 피곤이 소란을 이긴 건지, 소란이 점점 소멸되어서 잠든 건지.


알람 소리에 다시 잠이 깼다. 시윤이가 바스락거리며 움직이는 게 느껴졌고, 잠에서 깼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직 일어나지 않고 시윤이의 행동을 예의주시하는데, 시윤이가 몸을 일으키더니 매우 조심스럽게, 머뭇거리듯 아내에게 다가갔다.


“시윤아. 왜? 엄마 깨우지 마”

“아니이. 데가 쉬들 했더여어”

“오줌 쌌어?”

“네에”

“많이?”

“그던 거 같아여어”

“일단 그냥 다시 자”

“아니이. 여기 뒤에가 다 저더떠여어”

“아, 그래? 못 누워?”

“네에”

“알았어. 아빠 따라 나와”


이불은 어쩌지 못하고, 일단 시윤이 팬티와 바지만 갈아입혔다. 흥건하게 젖었다. 시윤이가 오줌 싸서 이불 빨래 한 지가 얼마 안 됐는데, 아내가 이 사실을 알면 슬퍼(?)하겠다고 생각했다.


“시윤아. 들어가서 더 자. 알았지?”

“네에”


시윤이랑 그 시간에 만난 건 오랜만이었다. 시윤이는 오래 안겨 있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뽀뽀하고 방으로 들여보냈다.


아내와 아이들은 처치홈스쿨 모임이 있어서 아침부터 바빠야 했다. 아내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니 걱정이 됐다. 어젯밤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듣지 못해서,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너무 힘들다 흑흑”


글자로 아내의 상태를 파악하는 건 많은 오류를 유발하지만, 느낌에 힘들기는 엄청 힘든데 정신력으로 이겨내는 것 같았다. 이겨낼 정신력도 없으면 뒤에 ‘흑흑’ 같은 것도 못 붙인다. 정말 마른 문자가 온다. ‘너무 힘들어. 여보’ 이런 식으로. 조금 더 정확한 아내의 상황이 궁금해서 답장을 몇 개 보냈지만 답은 없었다. ‘힘들면 어떻게 할 건데?’라고 물으면, 마땅한 답은 없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기도라도 하면 되니까.


오후의 중간쯤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라며 카톡이 왔다. 잠시 후에는 애들과 놀이터라고 했고. 퇴근하면서 전화를 했을 때, 아내의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아내의 고질병이지만, 아내처럼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면 생전 두통이 없던 사람도 생길 판이다.


“저녁은?”

“그러게. 준비를 못 했네”

“어떻게 할까? 밖에서 사 갈까?”

“그럴까? 오늘은 여력이 없다”

“그래. 그냥 사 먹자. 뭐 먹을까?”


탕수육 하나 사서 반찬 삼아 먹기로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소윤이와 시윤이는 탕수육을 매우 좋아하지만, 영양 균형의 측면에서 보면 매우 불성실한 저녁 식탁이니까) 아내가 사는 게 먼저니까. 소윤이와 시윤이가 먹는 걸 보니, 미안한 마음이 좀 사라졌다. 둘 다 어찌나 잘 먹던지. 구운 고기(삼겹살, 목살, 소고기 등)와 탕수육은 실패가 없다. 언제나 열심히 먹는다.


집에 막 들어갔을 때 서윤이는 젖을 먹고 있었다. 수유를 다 마치고 나니 그대로 잠들었다. 굳이 방에 눕히지 않고 거실에 눕혔는데, 우리가 밥 먹는 내내 자세도 한 번 안 바꾸고 그대로 잤다. 오늘은 서윤이가 협조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밥을 다 먹었을 때쯤 깼다. 그 뒤부터는 계속 기분이 안 좋았다. 자려고 방에 들어갈 때까지 어떻게나 울어대는지.


“여보가 애들 씻길래 아니면 서윤이 안고 있을래?”

“내가 서윤이랑 있을 게. 여보가 애들 좀 씻겨 줘”

“그래, 알았어”


아내는 나에게 애들을 씻겨 달라고 했다. 서윤이를 안고 있는 게 조금 더 편하다는 말이었다. 그렇게라도 쉬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러려고 했는데 서윤이가 너무 우니까 아내가 다시 얘기했다.


“여보. 그냥 내가 애들 씻길게”

“그럴래? 너무 울어서?”

“어”


서윤이는 나에게 안겨 있는 내내 울었을 뿐 아니라, 계속 소리를 키웠다. 마침 ‘어린, 서윤이처럼 어린 자녀의 감정에도 공감하라’는 내용의 강의를 듣고 난 뒤라, “그래, 서윤아 속상했어. 뭐가 그렇게 속상했을까?”라고 귀에 속삭이며 달래봤지만, 서윤이가 날 공감해 주지 않았다. 귀에 가져다 댄 입을 사정없이 쥐어뜯고 세상에서 가장 서럽게 울기 대회에 나간 아이처럼, 울었다.


애들 씻기는 걸 끝낸 아내에게 넘겨주자마자, 아니다. 넘겨주는 그 순간에 바로 울음을 뚝 그쳤다. 와, 나 진짜. 서윤아, 셋째로 태어난 걸 감사히 여기거라. 니가 아무리 그렇게 만행을 저질러도 너에게는 아무런 악감정(?)이 생기지 않아. 어디 계속 니 마음대로 해 봐. 아빠가 싫은 소리 하나.


아내는 당연히(?) 애들보다 먼저 잠들었다.


설거지를 하고 눈에 띄는 어지러움과 어수선함 정도만 정리했다. 설거지를 다 하고 수건에 손을 닦을 때 한숨이 절로 나왔다. 문득 아내도 나도 참 열심히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거기까지가 좋다. 자기 연민으로 흐르기 전에 또 움직였다. 아내는 다시 깨서 나왔다.


“여보. 나 귀 좀 파 줘”


며칠 전부터 간지러웠는데 아내한테 파 달라고 하려고 꾹 참았다. 기분 좋게 아내 무릎에 누웠는데, 방에서 서윤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하아, 이 녀석이 진짜. 아내는 번갯불에 콩 볶듯, 빠르게 귀를 후볐다.


서윤아. 고오맙다. 귀 파면 덧날까 봐, 아빠 건강 생각해서 그랬구나. 아, 그랬구우나아. 고오마압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