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4(화)
시윤이의 바람이었던 콩국수를 아침에 먹었다고 했다. 동네에 두부 만드는 가게가 있는데, 거기서 콩국물을 판다. 덕분에 이 추운 겨울에도 콩국수를 먹는 게 가능하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엄청’ 잘 먹는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군것질도 무지 좋아하지만, 편식도 없다. 어른(?) 음식도 잘 먹는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친구 집에 놀러 간다고 했다. 원래 처치홈스쿨 모임이 있는 날이지만, 처치홈스쿨 모임은 취소되었다. 아내의 친구들도 어린이집이 휴원이라 자녀를 데리고 있어야 했고. 아내의 친구는 두 명이었는데, 두 집의 자녀를 합쳐도 우리보다 적었다. 우리가 다둥이 가정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내가 퇴근할 무렵, 출발했다. 아내는 소윤이와 시윤이 모두 잠이 들려고 한다면서 전화를 했다. 특히 시윤이가 힘들어했다. 오면서 재워도 육아 퇴근에는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다. 시윤이가 안 자도, 자라고 하고 나오면 되니까. 그보다는 시윤이가 피곤할까 봐 깨우는 거다. 그 시간에 자면 밤에 늦게 자게 되니까. 우리 집 애들은 늦게 잤다고 늦게 일어나지 않고.
다행히 잠들지 않고 무사히 왔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만났다. 먼저 차에서 내린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얼른 서윤이를 안았다. 오늘은, 아니 요즘은 회사에서 서윤이 생각이 그렇게 난다. 소윤이와 시윤이 때도 겪었던 감정인데, 이걸 무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저 보고 싶은 것 이상인데. 아빠의 장난을 받아주는 게 가능해진 서윤이는, 나의 강력한 볼 부비기에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있었다.
저녁은 아내 친구가 싸 준 샌드위치로 대신했다. 난 후다닥 먹어 치우고 아내와 소윤이, 시윤이가 먹는 동안 바닥에 내려가서 서윤이랑 놀았다. 안타깝게도 길지는 않았다. 서윤이가 기분이 별로였다. 아니, 갑자기 나빠졌다. 아빠랑 하늘의 연분을 나누는 것처럼 꽁냥대다가, 한순간에 오열을 한다.
소윤이의 앞니가 점점 많이 흔들린다. 사실 정확히 어느 정도 흔들려야 빼는 건지 잘 모르겠다. 소윤이는 아프다고 하는데, 내 느낌에 조금 더 흔들려야 할 것 같다. 매년 ‘부쩍 컸다’는 느낌을 받기는 하지만, 요즘은 진짜 더 그렇다. 말이나 행동에서, 조금 과장을 보태면 ‘성숙’이 느껴질 때도 있다. 벌써 이가 빠질 때가 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
“안 자는 시가가 왔나 보당. 자꾸 내 위에 올라탐. 기어서 시윤 소윤이한테까지 감”
애들을 재우러 들어간 아내가 보낸 카톡이다. 젖을 빨면 졸린 게 아니라, 배를 채워 체력을 회복하나 보다. 아내는 잠시 후, 방에서 그냥 나왔다.
“안 자는데 나온 거야?”
“어, 기분 너무 좋아서 한 번 울리려고”
한 5분 괜찮다가,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다시 들어갔고, 한참 있다가 나왔다. 그러더니 못 참겠다면서 옷을 입고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하겐다즈만큼 고급 지고 비싼 걸로. 한살림에서 산 카카오 와플 과자에 아이스크림을 얹어서 먹었다. 엄청 행복해 보였다. 하루의 육아 피로 따위, 그 한 입으로 얼마든지 날려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카카오 와플을 처음 샀을 때 아내는, 애들 주려고 샀다고 했었다. 내가 알기로, 애들은 아직 카카오 와플의 존재조차 모를 거다.
아내는 잘 먹다 말고 뜬금없이 무서운 이야기를 했다.
“여보. 나 넷째 가진 건 아니겠지?”
“무슨 소리야. 갑자기. 그럴 리 없어”
“아니 그냥. 혹시나”
“응, 절대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옛날에 할머니, 할아버지는 내가 위험한 말이나 행동을 하면 이렇게 말씀하셨다.
얘, 아서라 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