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육아의 공통점

20.11.26(목)

by 어깨아빠

아내가 보낸 오늘의 첫 카톡.


“속 터짐. 성경 읽으려고 앉아서 지금 딴 짓만 몇 분째”


아내가 함께 보내준 사진 속 소윤이의 모습은 신기했다. 분명히 사진인데 산만함이 느껴졌다. 아내의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꼭 뭐 좀 하라고 그러면, 특히 엉덩이를 붙이라고 하면 그렇게 들썩거리는지. 사실 가만히 보면 내 모습이다. 내 엄마도 나를 보며 얼마나 속이 터지셨을까.


아내의 속터짐은 단지 그 상황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침부터 뭔가 바람직하지 않은 아이들의 태도를 워낙 많이 마주해서, 아내의 마음도 많이 메말랐던 거다. 아이들이 깨닫고 말과 행동을 바꾸거나, 아내가 마음을 일으켜 인내와 온유를 끄집어 내거나. 해결책은 단순하다. 대체로 후자의 방법으로 해결된다. 신기한 건, 아내가 꾸역꾸역 마음을 끄집어 내면 소윤이와 시윤이도 스르륵 바뀐다(아, 물론 아내가 이걸 보면 극도의 억울함을 표할지도 모르겠다. 아내의 투자가 언제나 정직하게 돌아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쩌다 한 번 원금 회수나 하는 정도일지도 모르고). 그래도 엄마(아빠)의 인내와 온유는 분명히 아이들을 변화시킨다.


이론은 쉽고 분명한데, 현실에서는 쓰디 쓴 실패가 많다. 주식과 육아의 공통점이랄까.


서윤이는 어제부터 조금씩 뭔가를 잡고 서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기회만 되면 섰다. 사진 찍는 엄마를 보고 뿌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기도 못하던 걸 하면 좋은가 보다. 시윤이에게는 또 미안한 일이지만, 소윤이가 처음 섰을 때는 기억이 나는데 시윤이 때의 기억이 없다. 아내도 나랑 똑같다고 했다. 셋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고 치열했는데. 남은 기억이 이렇게도 적다니.


소윤이의 사진을 받고 나서 잠시 후에, 셋(소윤, 시윤, 서윤)이 식탁에 앉아 환하게 웃는 사진을 받았다. 아내는 참 건강하다. 감정의 파고는 있을지언정, 절대 오래 갇혀 있지 않는다. 내가 모르는 아내만의 사정과 동굴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마 없지 않을까. 아내는 금방 빠져나온다. 의지를 가지고 노력을 해서.


저녁에는 집에 잠시 손님이 오기로 했다. 집이 많이 어질러진 상태는 아니었어도 어쨌든 조금 더 깨끗하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은 아내는 육아와 함께 집 정리를 병행했다. 진력을 다해서. 덕분에 내가 퇴근할 무렵, 아내는 매우 지쳤다.


“소윤아. 아빠가 오는 것만으로도 엄마가 이렇게 힘이 나네”


남편으로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극찬이 아닐까. 존재 그 자체가 힘이라니. 애들한테도 마찬가지다.


“아빠. 내일도 출근하지 마여”

“왜?”

“그냥여. 아빠가 집에 있는 게 좋으니깐여”


손님과의 만남은 9시가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손님이 가고 곧바로 취침 준비에 돌입했다. 매일 밤 소윤이의 앞니를 확인하는데, 매일 더 많이 흔들린다. 이번 주말에는 빼야 하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나도 경험이 없다 보니 얼마나 흔들릴 때 빼야 하는지 모른다.


‘생니를 뽑아도 멀쩡히 잘 사니, 이 정도 흔들릴 때 뽑는 건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내는 오늘도 잠시 꿈나라 여행을 다녀왔다. 서윤이는 손님이 있을 때 재우고 나왔는데, 손님이 가고 언니와 오빠가 잘 준비를 할 때 깼다. 아주 짧게 자고 깬 거였다. 아내는 거실에 나오자마자 물티슈를 들고 매트를 열심히 닦았다. 손님(과 그 자녀들)이 왔을 때 애들(우리 애들도 포함)한테 과일을 줬는데, 그걸 온 사방팔방에 흘렸다. 아내가 닦고 있는 건 그 흔적이었다.


“여보. 많이 남았어? 내가 닦을까?”

“아니야. 여보는 여보 할 일 해. 이건 내가 꼼꼼하게 닦아야지”


대신 나는 아내가 꿈나라에 갔을 때 주방을 위시로 해서 설거지를 비롯한 큰 정리들을 좀 해 놨다. 서윤이는 또 깼다. 엄청 자주. 많이. 그래, 요즘(?) 부모들은 이런 걸 원더윅스다 뭐다 그러던데. 정확한 의미는 따로 있겠지만, 엄마와 아빠는 요즘 많이 놀란단다.


“여보. 쟤 또 깬 거야?”

“그러게. 대박이네”

“하아. 놀랍다 정말”


서윤아, 그래도 요즘 어쨌든 밤(12시-6시)에는 조금 덜 깨니까 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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