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서윤이 똥 쌌어여”
“어 그래 그래”
일어나는 것도 힘든데 일어나자마자 똥을 치워야 한다니. 일어날 의지가 싹 사라졌다.
‘아, 우리 서윤이 엉덩이 빨개지면 안 되는데. 닦아줘야 되는데’
살면서 유체이탈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아기를 키워 보시라.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는 경험을 수도 없이 할 수 있다.
“엄마. 아빠한테 서윤이 똥 쌌다고 얘기했는데 알았다고 하고 계속 주무시더라여”
“아, 그랬어?”
소윤아, 그런 건 보고하지 않아도 된단다.
아침은 요거트와 과일로 대신했다. 바나나와 키위가 있었는데 바나나는 서윤이도 조금 줬다. 내가 안고 조금씩 떼어 줬는데 정말 잘 먹었다. 확실히 이유식 먹을 때 하고는 또 다른 반응이었다. 바나나를 줄 때는 가만히 잘 앉아 있더니, 바나나를 주지 않으니 곧바로 엄마를 찾으며 울었다.
예배는 집에서 드렸다.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온 가족이 집에 옹기종기 모여 드리는 예배의 매력(은혜)이 있다. 서윤이도 꽤 얌전해서 더 수월했다.
아침은 요거트를 먹였으니 점심에는 밥을 먹이려고 했는데, 밥이 없었다. 단지 밥이 없다는 이유로, 30분이면 만들어지는 밥이 없다는 이유로, 또 다른 걸 먹이는 건 너무 불량스러우니까 밥을 하려고 했다.
“아빠. 저 토스트 먹고 싶어여”
“토스트? 아침에도 밥 안 먹었는데?”
“그래도여”
“무슨 토스트?”
“계란 토스트여”
“계란물 입힌 거?”
“네”
저녁에는 파주에 가서 밥을 먹기로 했다. 아내도 저녁에 풍성하게 먹을 거니까 괜찮지 않겠냐고 했다. 그리하여 점심에는 토스트. 빵이 없어서 사러 가야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함께 갔는데, 날씨가 무척 추웠다. 겹겹이 옷을 껴입느라 고생했는데, 고작 20분 만에 돌아와서 좀 아까웠다.
토스트를 먹고 나서는 아내와 함께 각자 집안일에 매진했다. 아내는 빨래와 건조기, 청소. 난 설거지. 설거지를 끝내고 나서는 마른 빨래를 갰다. 시간이 훌쩍 흘렀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도대체 할머니 집에 언제 가는 거냐며 보챘다.
오후 늦게 파주에 도착했다. 어디 나가서 밥을 먹지 못하니 초밥과 피자를 사서 먹었다. 아내와 내가 찾으러 갔는데, 서윤이를 놓고 갔다. 서윤이는 엄마의 부재에 그렇게 둔감한 아기가 아니기 때문에, 금방 알아차릴 거라고 예상했다. 다들 엄마 없이도 잘 지내는 서윤이의 모습을 기대 혹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피자와 초밥을 모두 찾아서 돌아가고 있을 때, 서윤이가 너무 운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엄마가 옆에 있어도, 지분이 50%나 되는 아빠가 안고 있어도, 누가 들으면 학대하나 싶을 정도로 격렬하게 우는데 엄마가 없으면 오죽하랴. 의외로 아내도 다소 초조해 보였다. 저녁에 재우고 잠깐 나갔다 왔던 것 말고는, 서윤이가 이렇게 시퍼렇게 두 눈을 뜨고 있는데 헤어진 적이 없다. 밤마다 그렇게 자주 깨서 울어도, 그때마다 젖도 물리고 안아주는 이유가 별거 없다. 아내도 서윤이가 울면 안타까우니까 그런 거다. 아내는 모진 구석이 하나도 없다.
서윤이는 아내에게 안기자마자 울음을 뚝 그쳤다. 정말 신기하다. 조금의 여운도 없이 뚝 그치는 게.
어른들은 초밥과 피자, 아이들은 피자와 돈까스를 먹었다. 장모님이 미역국도 끓이셔서 ‘밥다운 밥(?)’도 먹일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나도 미역국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바닥에 상을 펴고 먹었는데 서윤이가 보통 성가신 게 아니었다. 잡고 설 수 있으니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아내에게서 떨어지면 우니까, 계속 아내가 안고 있었다. 잊고 있었는데 ‘지금이 제일 편하다’는 육아 명언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점점 사람 같아지는 서윤이를 보는 기쁨의 대가는, 이런 거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계속 놀았다. 쉬지 않고 놀았다. 삼촌과 숙모,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조금도 쉴 틈을 주지 않고 꽉꽉 채워서. 그렇게 놀고도 헤어질 때가 되면 아쉽고. 소윤이는 집에 가려고 차에 타면서, 어제 텃밭에 갔을 때 만난 처치홈스쿨 친구가 준 ‘액자꾸미기’를 발견하고 울려고 했다. 원래 할머니 집에 가서 하기로 했는데, 까먹은 거다. 사실 난 그런 속 사정을 잘 모르고 그냥 ‘그걸 못해서’ 또 징징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핀잔을 좀 줬는데, 집에 와서 알았다. 사과했다.
“소윤아, 미안. 아빠는 소윤이가 할머니 집에서 못해서 속상한 줄 몰랐네”
시윤이는 집에 오는 길에 잠들었고, 그대로 방에 눕혔다. 소윤이도 거의 잠들 뻔했는데, 막 도착했다. 파주에서 잘 준비를 다 하고 왔다. 소윤이도 옷 벗고, 손 씻고, 오줌 싸고 바로 누웠다. 서윤이도 잠들었지만, 내리면서 깼고. 아내는 아이들과 방에 들어가서 잠들었다가 깼고. 그러다 또 서윤이가 깨서 들어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