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기쁨

20.11.30(월)

by 어깨아빠


매달 마지막 날이 되면 대표님이 카톡으로 월급 명세서를 보내 주신다. 그럼 난 그걸 아내에게 전달한다. 그럼 아내는 짧은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나도 아내에게 감사의 답장을 보내고. 월급에는 소망이 없다. 너무 쥐꼬리만하니까. 아내와 아이들이 보내는 감사에 소망이 있다. 월급은 미약하나 가족의 사랑은 창대하리라.


오후에 아내가 옛날 꽃날 시절의 사진을 보냈다. 경주의 어느 스타벅스 앞에서 찍은 나와 아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소윤이도 없던, 심지어 전적으로 나에게 존재하던, 초특급 신혼 시절의 사진을. 소윤이가 어제 파주에서 하지 못해 속상했던 ‘액자 꾸미기’를 할 때 사진이 필요하다고 해서, 찾다 보니 그게 나왔다고 했다. 다시 생각해도 울산에서의 신혼 시절은 참 행복했다.


이미 순수의 냄새를 상실한 서윤이의 똥은 이제 단단해지기까지 했나 보다. 아내가 말하길, 서윤이가 힘들어한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똥이 단단해질 때쯤 힘들어했다. 특히 시윤이는 너무 오랫동안 못 싸서 약도 먹고, 아내가 손을 파내기까지 했다. 소윤이의 이가 처음으로 빠진 것만큼이나, 서윤이의 똥 냄새가 고약해진 것이 아쉽다. 점점 ‘아가’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저녁에는 온라인 모임이 있었다. 아내는 그전에 애들을 재우기 위해 (현실적으로는, 적어도 방에 들어가서 눕히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부모의 분주함은 필연적으로 약간의 갈등을 유발한다. 아니 갈등이라기보다는 부모가 분노에 도달하는 틈을 준달까. 아이들은 당연히 부모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니까. 거기에 언제나 그 시간은 체력이 고갈되고. 그래도 아내는 최선을 다해 인격을 지켰다.


난 거실에 남아 온라인 모임에 참여하고, 아내는 애들을 재우러 들어갔다. 아내의 아이디도 보이길래 재우면서 참여하나 보다 싶었는데, 한참 있다가 나왔다.


“여보. 잠들었어?”

“어”

“언제부터?”

“모르겠어”


아내가 나오자마자 (실제로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체감상 그랬다) 서윤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웃었다. 힘들 때 울면 삼류, 참으면 이류, 웃으면 일류라는데. 아내는 역시 일류 엄마인가. 망연자실의 웃음이었다.


아내는 다시 들어갔고, 또 꽤 있다가 나왔다.


“여보. 또 잠들었어?”

“어”


그렇게 1시간 뒤, 서윤이는 또 깨서 울었다. 이번에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여보. 차라리 데리고 나와. 어차피 또 깰 텐데”

“그럴까”


아내는 방에 들어가서 서윤이를 데리고 나왔다.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안고 나올 때는 헤벌쭉이다. 나도 마찬가지고. 서윤이는 잠이 달아나서 깬 게 아니었다. 졸렸다. 엄마 품을 찾은 거였다. 소파에 앉은 아내 품에 안겨 다시 잠들었고, 아내와 내가 자러 들어갈 때까지 쭉 잤다.


아내와 나는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자주 깨는 서윤이를 어찌해야 할지. 먹지 않고서도 잘 자는 걸 보면 배고파서 깨는 건 아닌 것 같다. 그저 엄마의 품이 그립거나 성장의 고통 때문일 텐데. 아내와 나는 그냥 견디고 있다. 나는 뭐 아내만큼은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아내는 참고 있다. 항상 아내의 상태를 예의주시하는데 그래도 아직 한계치에 도달하지는 않은 듯하다.


방에 들어가니 언제나처럼 소윤이는 자기 자리를 한참 벗어나서, 시윤이는 아예 매트리스 위에 올라와서 자고 있었다. 그럼 나와 아내는 애들을 피해 눕기도 하고, 특히 아내는 몸을 구겨 눕기도 하고. 그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모습에서 꽤 큰, 행복감을 느낀다. 매일 밤마다.


넓게 걷는 여유를 포기한 대신, 좁게 걷는 감사를 선물 받았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이번 달도 잘 살았다. 아내 덕분에, 아이들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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