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앓이

20.12.03(목)

by 어깨아빠

낮에는 아내의 아는 동생들이 놀러 왔다. 서윤이보다 2개월 느린 남자아이 한 명도 있었다. 그 시기의 2개월은 꽤 큰 차이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는데 서윤이는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았다. 기어가기, 앉기, 손쓰기. 서윤이는 자기 또래의 아기를 만난 게 처음이었을 거다. 아직 엎드려서 아주 조금 배로 밀고 가는 것밖에 못하는 친구 위로 올라타고, 머리를 휘어잡고 그랬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요즘 부쩍 부끄러움이 많아졌다. 자기 또래든 어른이든, 만나면 한참 동안 입을 꾹 다물고 낯가림을 한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소윤이는 진짜 부끄러운 것 같고, 시윤이는 왠지 누나를 따라 괜히 덩달아 그러는 느낌이다. 오늘도 한참 걸렸다고 했다. 이모들과 어울리는 게. 집에서는(가족끼리만 있을 때는) 전혀 안 그러면서. 하긴 나도 그렇다. 아내는 집에서나 밖에서나 대체로 비슷하지만, 난 아니다. 아내 말고는 나를 입체적으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


저녁에는 무척 바빴다. 아내와 아이들이 타는 차를 정비소에 맡겨야 했다. 난 퇴근해서 바로 정비소로 갔고, 아내와 아이들도 시간을 맞춰 정비소로 왔다. 아내와 아이들이 타고 온 차는 맡기고, 집에 돌아올 때는 내가 타고 간 차를 탔다. 서윤이 낳고 나서는 그 차에 모두 탄 게 처음이었다. 소윤이, 시윤이랑 그 차 타고 참 많이 돌아다녔다. 잠시 옛 생각에 젖었다. 소윤이 처음 탔을 때, 시윤이 처음 탔을 때, 넷이 여기저기 여행 다닌 일. 서윤아, 니가 모르는 세계가 있었다.


서윤이는 카시트에서 엄청 울었다. 말만 못 했지 신경질이나 다름없었다. 꼭 누가 엄청 세게 꼬집은 것처럼 악을 쓰며 울었다. 서윤이의 거친 울음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가려는데 소윤이가 소리쳤다.


“어? 서윤이 토했어여”


토한 것까지는 아니었고, 살짝 넘겼다. 울면서 기침도 했는데 기침하다 토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녁 먹으려고 아기의자에 앉혔는데 또 넘겼다. 아내가 닦아주다가 얘기했다.


“어? 서윤아, 너 입에 뭐야”


서윤이 입에서 자그마한 머리끈 하나가 나왔다. 집에 와서는 거의 바로 아기 의자에 앉혔기 때문에, 아마도 아까 집에서 나올 때부터 입에 있었던 것 같았다. 차에서 그렇게 울고 컥컥거린 것도 그것 때문인가 싶었다. 그걸 뱉고 나서는 아기 의자에서, 아내가 주는 이유식을 기분 좋게 받아먹었다.


밤에 온라인 모임이 있어서 저녁 식사를 서둘러야 했다. 차를 맡기고 오느라 평소보다 늦었기 때문에 시간이 굉장히 촉박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나름대로 열심히, 부지런히 먹고 있었는데 더 채근했다.


“소윤아, 시윤아. 조금만 더 부지런히 먹어. 오늘 엄마, 아빠가 모임이 있어서 그래. 알았지?”


아내는 애들을 재우러 들어가고 난 모임에 참여했다.


소윤이는 요즘 갑자기 스킨십이 많아지고 애교가 많아졌다. 소윤이 성격이 원래 막 애교스럽고 그러지는 않지만, 뜬금없이 와서 귀에다 사랑한다고 얘기하거나, 나한테 매달리는 게 많아졌다. 반대로 내가 그렇게 하면 한참 열심히 밀어내더니. 오늘도 자러 들어가기 전에 내 귀에 대고 사랑한다고 몇 번이나 말하고, 어찌나 살을 부비는지. 다행이다. 이를 뺄 정도로 훌쩍 커서 뭔가 서운했는데, 다시 또 아빠를 좀 좋아해 주네.


아내는 서윤이만 재우고 바로 나왔다. 안타깝게도 1시간도 안 되어서 다시 불려 들어갔다. 더 안타깝게도 서윤이는 또 깼다. 이번에는 내가 들어가 봤다. 와, 쪼그마한 녀석이 어찌나 성질을 부리는지. 그 어둠 속에서도 아빠가 온 건 어떻게 알고, 있는 힘껏 몸을 비틀며 저항의 의사를 표했다. 최후의 몸부림을 치더니 결국 잠들기는 했지만, 앞에 깼을 때보다 더 빨리 깼다. 결국 또 아내가 들어갔다. 아내와 내가 잘 시간쯤 돼서 또 깼고.


이 앓이나 성장통은 안아줘도 계속 울지 않나? 서윤이는 안아주면 바로 조용해지고 다시 잠드는데. 이건 그냥 엄마 앓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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