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금)
아내는 함께 처치홈스쿨 하는 집에 가야 했다. 어제 차를 맡겼기 때문에 아내와 아이들이 탈 차가 없었다. 내 차를 내어 주기에는 출근과 퇴근이 너무 길고 늦어졌다. 여러 방법을 모색해 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 했다.
아침에 사무실 근처에 차를 대고 나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한 걸 깨달았다. 아기띠가 차에 그대로 있었다. 어제 차를 맡기면서 필요한 짐을 내 차에 옮겨 놓고 집에 갖다 놓으려고 했는데, 그걸 까먹은 거다. 서윤이만한 아기를 키울 때 아기띠는, 그냥 내 몸과 같은 도구다. 이를테면 신발이랄까. 맨발로도 걸을 수는 있지만, 신발을 신은 것과 차이는 어마어마한 것처럼. 걱정이 됐다. 차도 없는데 아기띠도 없다니.
다행히 아내는 집에서 또 다른 아기띠 하나를 찾았다고 했다. 아기띠를 찾은 건 무척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애 셋과 함께 택시를 타고 20여 분을 움직이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역시 관건은 서윤이다. 서윤이가 얌전히 가면 그나마 좀 낫고, 서윤이가 울며 몸부림을 치면 난이도가 높아진다.
택시에서 어땠는지는 자세히 듣지 못했다. 잘 도착했고,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만 들었다. 집에 올 때도 택시를 타야 했다. 시간이 맞아서 내가 태우러 가면 좋았을 텐데 그러기에는 시간도 안 맞고, 퇴근 시간이라 오래 걸리기도 했을 거다.
집에는 잘 도착했는지 걱정하며 집으로 가고 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목소리는 마치 슬픈 일을 겪은 사람 같았다.
“여보. 목소리가 왜 그래?”
“아, 너무 힘들어서”
“집이야?”
“어, 우린 잘 왔어”
그나마 올 때는 차를 얻어 탄 덕분에, 덜 힘들었다고 했다. 덜 힘들었을 뿐, 아내는 다른 날에 써야 할 체력까지 당겨쓴 듯 힘이 하나도 없었다. 놀라운 건 그 와중에 꽤 정성스러운 저녁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무려 갈치를 굽고 있었다. 먹으려고 굽는 것도, 먹을 때 가시 발라주는 것도, 먹고 나서 치우는 것도 번거롭다는 생선을. 참 맛있긴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잘 먹었고.
저녁을 먹고 교회에 다녀왔다. 아내와 아이들은 집에 있었고. 집이 마치 사건 현장 같았다. 불을 켜니 아내의 흔적이 보였다. 식탁 위에 먹다 남은 빵과 읽다 만 책. 아이패드. 아내는 오늘 빵을 살 시간이 없었는데, 도대체 어디서 빵이 나온 걸까. 혼자 나갔다 왔을 리도 없고. 아까 집에 올 때 미리 내려 달라고 하고, 사 왔나 싶기도 했지만 교회 가기 전에는 분명히 안 보였다. 중요한 일은 아니었지만 궁금했다.
사건의 진상은 밝히지 못했다. 아내는 나오지 못했다. 교회에 있을 때 카톡이 왔었다. 재우고 나온 지 5분 만에 깨서 울어서 다시 들어갔다고. 아마 그 뒤에도 나왔다가 다시 호출 당했고, 아내는 피곤에, 아니 서윤이에게 졌다. 아니, 납치 당했나.
아내랑 같이 먹으려고 과자도 사고 탄산수도 샀는데. 아내가 없으니 맛이 없어서 넣어 두기는 무슨 과자는 혼자 먹어도 꿀맛. 그래도 다 먹지 않고 남겨 놨다. 내일도 주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