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주일)
서윤이가 주말에는 똥모닝을 하기로 작정한 건가. 잠에 취해 침대 위에서 뒹굴고 있는데, 아내가 서윤이가 똥을 쌌다며 씻기러 갈 채비를 했다.
“여보. 그냥 둬. 내가 할게”
빈말이 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몸을 일으키는 것뿐이다. 얼른 일어나서 서윤이 엉덩이를 닦아줬다. 점점 한 손으로 드는 게 버겁지만, 엉덩이에 물이 닿으면 얌전히 웃기만 하는 서윤이 보는 낙으로 버틴다. 아, 숨은 꾹 참고.
오늘도 예배는 집에서 드렸다. 소윤이, 시윤이와 함께 드리는 예배라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졸린 건지. 목사님의 말씀은 너무 좋은데 졸리기는 엄청 졸린 기이한 현상이었다. 졸지 않기 위해 일어나서 드리고, 껌도 씹고 그랬다.
어제는 뭔가 하루 종일 밥을 제대로 못 먹여서(아침에는 토스트, 점심에는 김과 밥, 저녁에는 김밥) 미안했으니, 오늘은 아침부터 잘 차려줬다. 아침에는 아내가 카레를 뚝딱 만들었고, 점심에는 고기를 구워 먹었다. 어제 파주에서 얻어 온 김치와 배추, 함께 처치홈스쿨 하는 집에서 준 항정살과 삼겹살이 있었다. 항정살을 집에서 구워 먹은 건 처음이었다.
“여보. 어때?”
“어, 맛있네. 많이는 못 먹겠지만”
항정살을 태어나서 처음 먹어 본 아내의 첫 평가였다. 아내만 외면했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역시나 잘 먹었다. 배추에 고기 올리고, 밥 올리고, 쌈장까지 찍어서 조그마한 입에 가득 넣었다.
하루 종일 특별한 일이 없었다. 어제 이런저런 일로 분주한 것과는 비교가 될 만큼. 여유로웠다. 그렇다고 어디 바람 쐬러 갈 데도 마땅치가 않은 시국이라 계속 집에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긴 채 떠다녔다. 시윤이는 엄마랑 블록 놀이하고, 소윤이는 나랑 메모리 게임하고. 둘이 잘 놀 때는 아내와 내가 졸기도 하고.
서윤이는 아침에 깨서 예배드리기 전에 잠깐(진짜 잠깐) 잤다. 점심 먹고 나서 졸려 하길래 내가 안고 들어가서 재워 봤다. 역시나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결국 재우긴 했는데 나오자마자 (실제로 5분도 안 돼서) 깨서 울었다. 다시 들어가서 재우려고 했는데, 더 격렬해졌다.
‘야, 아빠가 뭐 잡아먹냐. 왜 그렇게 울어 울기를’
결국 아내에게 넘기고 나왔다. 아내는 들어가서 수유를 했는데, 젖을 먹더니 기운을 차렸는지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이 좋아졌다=잘 생각이 없었다’는 말이다. 아니 도대체 누굴 닮아서 셋 다 이렇게 수면 세포가 적은 걸까. 어떻게 돌도 안 지난 아기가 낮잠을 한 시간도 안 자는 거지. 울지 않고 잘 노는 게 다행이긴 했지만, 참 신기했다. 서윤이까지 이렇게 잠이 없다니. 아내와 내가 키워 보지 못한 세 종류의 아이. 머리카락 풍성한 아이, 쌍꺼풀 있는 아이, 잠 많이 자는 아이.
저녁 먹기 전에 잠깐 나갔다 왔다. 아내와 내가 마실 커피도 사고, 자연드림에 들러 장도 봤다. 한 번은 나갔다 오고 싶어서 굳이 구실을 만들었다. 하루 종일 자지도 않고 논 서윤이는 이때 푹 잤다. 보통은 커피를 사러 가도 아내나 나만 내려서 받아 오는데, 오늘은 다 내렸다. 자고 있는 서윤이만 잠시 차에 두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데리고 내렸다. 기분 내라고 마카롱도 하나씩 사 줬다.
서윤이는 자연드림에 도착했을 때도 잤다. 마찬가지로 소윤이와 시윤이는 데리고 내렸다. 정말 장 본 거 말고는 한 게 없지만, 코로나 시대를 사는 5인 가족에게는 단비와 같은 외출이었다. 아, 서윤이는 아니었겠구나. 서윤이는 집에 돌아올 때까지 계속 잤다. 카시트에서 내릴 때 깼다.
‘뭐지? 왜 카시트에 태우자마자 다시 내려 주지?’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점심을 조금 늦게, 배불리 먹은 탓에 저녁 시간에도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았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오히려 점심에 고기를 많이 먹지 않은 아내가 제일 출출해 보였다. 아내가 나랑 떡볶이를 먹으려고 했다고 하길래, 차라리 애들 재우고 먹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아내는 방에 들어가면 자기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불안해했다. 그래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저녁은 소윤이와 시윤이만 먹었다.
저녁 먹고 나서는 가정 예배를 드렸다. 어제 못 드렸으니 오늘 드릴까 말까를 혼자 고민하고 있는데, 소윤이가 얘기했다.
“아, 맞다. 아빠. 우리 어제 예배 안 드렸잖아여. 오늘 드려야져”
소윤이의 말에 고민을 끝냈다. 막상 예배를 시작하니 소윤이와 시윤이의 태도가 너무 안 좋아서 위기가 있었지만 잘 넘겼다. 내 앞에 앉은 셋, 그러니까 아내와 소윤이, 시윤이 모두 졸려 가지고 연신 하품을 해댔다. 그래도 역시 함께 마주 앉아 예배를 드리는 시간은 참 좋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이 시간이 강압과 억지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가장 즐거워하는 아이들로 자라면 좋겠는데. 엄마, 아빠랑 대화하는 게 가장 속이 시원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일단 열심히 키우고 있다.
다행히 아내는 애들을 재우고 무사히 탈출했고, 떡볶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떡볶이를 먹고 나서는 주말 밤의 마지막 여유를 즐기며 빈둥거렸다. 아내에게 ‘신서유기’ 토막 영상을 보여줬다. 평소에 아내는 고기를 대하듯 예능 프로그램을 대한다. 먹기는 하는데 막 생각나거나 엄청 맛있어하지는 않는 것처럼, 잘 보지도 않고 봐도 재미있는지 모르겠다는 식이다. 한창 카피추 열풍이 불 때, 아내에게 그걸 보여줬는데 아내는 ‘백분토론’을 보는 표정이었다. 그런 아내가 20분짜리 영상을 보면서 몇 번이나 박장대소를 했다. 뿌듯했다.
서윤이는 어제도 그러더니 오늘도 좀 길게 잤다. 여기서 말하는 ‘길게’는 그래 봐야 ‘1시간 이상’ 정도다. 1시간마다 깨던 녀석이 고작 1시간 조금 넘게 자는 기류가 느껴지니, 아내와 나는 그게 신기하고 좋은 거다.
흑흑. 여보 우리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