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화)
놀라운 일부터 기록해야겠다.
서윤이가 어제처럼 잤다. 저녁 먹고 아내가 먼저 들어가서 재웠는데, 그 뒤로 한참 잤다. 아내 말처럼 고작 두 시간, 세 시간 이어 잔다고 기뻐하는 우리 처지가 처량하긴 하지만, 그래도 평소에는 한 시간에 한 번씩 깨던 녀석이 어제, 오늘 이틀 연속으로 그렇게 오래 잔 거다. 심지어 어제랑 똑같이 중간에 깨서 짧게 울었는데, 그대로 잤다. 어제처럼 아내와 내가 다시 들어갈 때까지 자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확실히 다른 흐름이었다. 물론 ‘이제 바뀌었나 보다’라고 말하기에는 이르긴 하다. 그래도 긴 터널의 끝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 설렌다.
아내와 아이들은 나보다 늦게 집에 도착했다. 아내가 집에 오면서 돈까스를 사 왔고 그걸 저녁으로 먹었다. 고작 화요일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많이 피곤했다. 서윤이는 아기 의자에 앉혔지만, 어김없이 울기 시작했다. 아내가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평소 아내의 속도가 아니었다. ‘조금 급하게’ 정도도 아니었다.
“여보. 천천히 먹어”
낮에 아내 혼자 있을 때는 몰라도 밤에도 아내가 그렇게 급하게 식사를 때우는 게 영 마음이 안 좋기도 하고, 사정 봐 주지 않고 우는 서윤이가 야속하기도 하고. 거기에 약간의 ‘피곤’이 가미되니, 위해서 하는 말인데 꼭 핀잔을 주는 것처럼 나갔다. 나도 모르게. 다행히 아내가 나의 ‘속마음’을 읽고 잘 헤아려 준 덕분에 무난히 넘어갔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조금 미안했다. 하루 내내 있었던 일을 신이 나서 떠들고 전하는데 같은 급의 분위기로 호응해 주지 못했다. 호응은커녕 나도 모르게 감정의 칼로 상처를 낼까 봐 조심하기에도 버거웠다. 요즘 부쩍 아기가 되고 싶어 하는 시윤이와 아빠와의 시간을 언제나 갈망하는 소윤이를, 급히 방으로 밀어 넣었다.
“소윤아, 시윤아. 잘 자. 사랑해”
잠시 소파에 앉아 한숨 돌렸다.
이런 날, 서윤이가 그렇게 많이 (누군가에게는 고작 3시간, 우리에게는 무려 3시간) 잔 거다. 이런 효녀 같으니라고.
소윤아, 시윤아. 내일은 아빠가 조금 더 힘을 내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