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6(수)
차라리 추운 게 위로가 되려나. 코로나 때문에 춥지 않아도 못 나갔을 시절에, 추우니까 집에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지긋지긋한 코로나의 기세에서 잠시나마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
아내와 아이들은 꼼짝없이 집에만 있었다. 대신 원래 월요일에 잠시 집에 오려고 하다가 못 왔던 형님(아내 오빠)네 부부가 놀러 왔다. 상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아마 잘 놀았을 거다. 그렇고말고. 점심도 짜파게티를 먹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꽤 큰 일탈식(?)이다. 아내에게도 어떤 면에서는 부모님들보다 편한 지원군이기도 하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오늘도 퇴근하자마자 날 불러 앉혔다. 디폼(?)블록을 가지고 만든 자기들의 작품을 바닥에 늘어놓고 하나하나 설명했다. 장난감이 정말 없는 편인 데다가, 그나마 있는 것들도 뭔가 풍성한 것이 없는데 그런 악조건(?)에서도 나름대로 잘 즐기는 게 기특하다.
아내는 저녁으로 볶음밥을 만들고 있었는데, 양이 어마어마했다. 일단 입이 네 개니 기본으로 준비해야 하는 양이 많고, 볶음밥을 먹을 때는 다른 반찬을 안 먹으니 더 많이 먹게 된다. 서윤이를 등에 업고 요리를 하던 아내는 헉헉댔다.
“아, 손목이 아프다”
그럴 만한 양이었다. 마지막 마무리는 내가 하기로 했다. 서윤이는 아내 등에서 비몽사몽이었다. 깬 듯하다가도 금방 다시 잠들었다. 완전히 잠에 취한 모습이었다. 아내는 그대로 서윤이를 업은 채 밥을 먹었다. 10kg 정도 되는 모래 자루를 등에 업고 밥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이게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 상상이 된다. 그런데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여보. 그냥 업고 먹을게. 좀 편하게 먹자”
서윤이를 내려놓거나 앉혀 놓았는데 기분이 틀어져서 울기 시작하면, 모래 자루를 등에 업은 것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다. 밥과 잠. 이 두 가지만 조금 수월하게 지나가도, 엄마들의 삶이 훨씬 인간다워질 거다.
형님의 부탁으로 앞 단지 아파트에 가서 중고 거래를 해야 했다. 애들 씻기는 건 아내에게 맡기고 나갔다 왔다. 10분 안에 끝난 짧은 외출이었지만 나름 자유로웠다. 원래대로라면 축구하러 가는 날이었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조금 울적했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잘 준비를 마쳤다. 서윤이는 계속 아내 등에 업혀 있어서 제대로 안아 보지도 못했다. 잠깐이라도 안으려고 데리고 왔더니 어찌나 밀어내는지. 소윤이가 재롱을 좀 떨어준 덕분에, 아주 조금 안겨 있었다.
아내는 내가 밖에 나갔을 때 우유를 하나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아내가 우유를 찾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우유야 어느 집에서건 찾을 수 있지만, 아내에게는 조금 다른 이유가 있었다.
얼마 전에 어디 가서 일명 ‘진저라떼’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는 소감을 나에게 전했다. 며칠 뒤 우리 집에 생강청이 배송됐다. 아내는 우유에 생강청을 타 먹으며, 또 감탄했다.
“여보. 너무 맛있다”
난 따끈한 생강차를 마셨다. 잠시 후 아내는 탄산수에도 생강청을 타서 마셨다.
“여보. 이것도 맛있네?”
생강청으로 끝을 볼 기세였다. 아내의 귀여운 면이랄까. 뭐 하나에 꽂히면 초반에 달리다가, 어느샌가 사그라든다. 아내가 꾸준히 파는 건 ‘빵’ 정도다.
낮에 소윤이와 시윤이에게도 생강청을 타서 줬는데, 매워서 못 먹겠다며 별로 못 먹더라는 이야기를 전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매우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