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16(금)
나를 뺀 나머지가 모두 곤히 자고 있었다. 최대한 조용히 방을 빠져나와 준비를 하고 출근을 했다. 물론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아서 다들 깼다고 전화가 오긴 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한 이후 처음으로 졸다가 내릴 곳을 지나쳤다. 덕분에 출근하는데 무려 2시간을 썼다. 회사 가는 길이 참으로 멀구나.
종종 통화했을 때 주로 시윤이가 징징대고 있었고 소윤이는 잘 놀고 있었다. 물론 시윤이도 잘 놀고 있을 때도 있었고. 둘이 잘 노냐는 나의 질문에 [뭐 대체적으로] 라는 대답이 제일 많이 돌아온다. 특별한 일 없으면 둘이 잘 어울려 놀다가 서로 뭔가 틀어지거나 성나는 일이 생기면 그때는 또 싸우고. 아직 둘이 싸운다기보다는 경쟁적으로 엄마를 찾는다. 시윤이가 뭘 뺏어가면 소윤이가 엄마한테 이르고 분위기를 감지한 시윤이는 득달같이 엄마한테 매달리고. 소윤이가 뭘 뺏어가면 시윤이가 엄마한테 가서 울고, 소윤이가 잘못한 상황이라 시윤이 편을 좀 들면 소윤이도 같이 울고. 뭐 이런 상황의 반복이랄까. 퇴근 무렵에는 하람이네 놀러 갔다가 부대찌개를 사러 나가는 길이라고 했다.
"여보"
"어. 어디야?"
"나 지금 부대찌개 사러 나가고 있어"
"부대찌개?"
"어. 순전히 나만을 위해서"
"잘했어"
저녁으로 먹을 부대찌개 1인분을 포장하려고 애들이랑 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퇴근했는데 다른 방문자(할머니, 이모들 등) 가 없는 날에는 날 격렬하게 반겨준다.
"아빠아.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행동은 물론이고 말로도 아빠를 녹이는 소윤이를 번쩍 안으면 밑에서 시윤이도 팔을 벌리고 있다. '차례대로'를 허락하지 않고 '안긴 상태의 유지'를 원하는 소윤이의 뜻도 따르면서, 하루 중 가장 그리운 눈으로 아빠를 보고 있는 시윤이도 외면하지 않으려면. 별 수 없이 한 팔에 한 명씩 안아야 한다. 힘은 들어도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임에 틀림없다.
금요일이라 교회를 가야 하는 데다가 대중교통으로 퇴근해서 시간이 늦은 덕분에 집에 머무는 시간은 짧았다. 아내의 몸상태는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중인지 그래도 좀 괜찮아 보였다. 어저껜가 영화라도 볼까 하고 얘기했던 아내의 말을 떠올리며 교회에 갔다 오면 영화라도 보자고 할까 싶었다. 예배드리기 전 연습하고 있는데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강시윤 안 잠]
[아예 잘 기미가 안 보임]
낮에 한 시간밖에 안 잤는데도 안 자고 뺀질거리는 모양이었다. 예배 끝나고 다시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언제 잤어?]
답이 없었다. 차에 올라타 전화를 했다. 받지 않았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며 우리 집 베란다를 올려다봤는데 불이 다 꺼져 있었다. 집에 들어가 방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 보니 아내도 쓰러져 자고 있었다. 소윤이랑 시윤이랑 침대에서 자고 있었고 아내는 바닥에서. 식탁 위에는 거의 다 먹은 부대찌개가 남은 냄비가 있었다.
'과연 아내는 이걸 언제 먹었을까'
애들 저녁 먹일 때 안 먹고 애들 재우고 나와서 먹는다고 했었는데 과연 언제 먹은 걸까. 겨우겨우 재우고 나와서 부대찌개 먹자마자 다시 깨서 들어간 건가. 아니면 어차피 안 자는 거 저번처럼 데리고 나와서 놀게 하고 먹은 건가. 아무튼 승리자는 시윤이인 것 같았다. 어떻게든 부대찌개는 먹었으니 아내가 이긴 건가.
시윤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니?
너 언제 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