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날부터 두통이라니

21.01.01(금)

by 어깨아빠

새해 첫날부터 두통이 찾아왔다. 어제 자기 전에도 살짝 징조가 보였는데 자면 나아지겠거니 싶어서 약을 먹지 않았다.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해졌다. 지난번 연차 썼을 때 두통을 핑계로 저기압의 기류를 형성했던 것을 떠올리며 오늘은 그러지 않으려고 매우 신경 썼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는 새로운 나이를 알려주며 인사를 나눴다. 소윤이는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자기가 몇 살인지는 물론이고, 동생들이 몇 살인지, 엄마와 아빠는 몇 살인지까지 알고 있었다. 시윤이는 본인의 새로운 나이가 다섯 살인지 여섯 살인지 계속 헷갈렸고. 매년 그랬겠지만 소윤이가 어느새 7살이 되었다는 게 유독 믿기지 않았다. 서윤이가 2살이 된 건 ‘뭐 그냥 그렇구나’, 시윤이가 5살이 된 것도 ‘시윤이도 많이 컸네’ 이 정도인데, 소윤이가 7살이 된 건 뭔가 느낌이 달랐다. 서윤이를 볼 때마다 소윤이 어렸을 때가 떠오른다.


첫날이니 첫 끼니는 떡국이었다. 계란도 없고, 김도 없어서 뭔가 허전한 떡국이었지만 그래도 육수팩의 힘으로 맛있게 끓여 먹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났기 때문에 식사도 늦었다. 거의 아침 겸 점심이었다.


두통은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무거운 피로를 동반하며 심해졌다. 너무 졸리기도 하고 혹시 잠깐이라도 자고 일어나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잠깐 눈을 붙였다. 자고 있는데 아내가 서윤이를 데리고 와서 눕혔다. 2살과 함께하는 37살의 새해 첫날의 낮잠. 한 40분 정도 자고 일어났지만 두통은 여전했다.


소윤이, 시윤이와 더 신나게 놀아주지 못해서 좀 미안했지만. 정말로 그럴 여력이 없었다. 뭐 두통이 아니었더라도 코로나 때문에 어디 가지도 못하고, 계속 집에만 있었으니 비슷했겠지만. 그래도 이거 하자, 저거 하자며 아빠에게 안기는 아이들의 부름에 흔쾌히 응하지 못했다.


“소윤아, 시윤아. 우리 아이스크림 사 먹으러 갈까?”


그래도 한 번은 바깥에 나가 바람을 쐬어 주고 싶기도 했고, 내가 뭔가 달달한 게 먹고 싶기도 했다. 편의점이나 한살림에 갈까 싶었는데 아내가 배스킨 라빈스 이야기를 꺼냈다. 마침 선물 받은 기프티콘이 있었다. 아이스크림 자체도, 특히 겨울이 되고 나서는 잘 사 주지 않는데 배스킨 라빈스라니. 소윤이와 시윤이는 목적지를 모르고 따라나섰다가, 매장에 도착해서는 매우 흥분했다.


귤도 사고, 어제 못 산 계란도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바로 아이스크림을 개봉했는데 소윤이와 시윤이는 정말 잘 먹었다. ‘너무 많이 떠 준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양을 떠서 나눠 줬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싹싹 긁어먹었다. 국밥 먹듯이 그릇째 들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난 소윤이와 시윤이가 이런 건 항상 끝까지 다 먹길래 모든 아이들이 그런 줄 알았는데, 안 그런 아이도 많다는 걸 작년에 알았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무조건 끝까지다.


서윤이는 오늘 꽤 많이 칭얼댔다. 서윤이의 평균값(?)이 어떤지 모르니 아내에게 물어봤는데, 평소에 비해도 많이 칭얼대는 편이라고 했다. 잘 놀다가도 갑자기 돌변해서 울거나 아내를 찾거나 그러는 때가 많았다.


저녁은 찜닭이었다. 어제 미리 재료를 다 사 놨다. 머리가 아픈 와중에도 열심히 만들었지만 소윤이와 시윤이는 먹는 게 시원치 않았다. 그 많은 아이스크림을 먹인 게 패착이었다. 평소대로면 굉장히 잘 먹을 만한 메뉴였는데 다소 허무했다. 아내도 서윤이랑 씨름하느라 정신없이 먹었다.


원래 새해 첫날, 다 함께 예배라도 드리려고 했는데 도저히 힘이 안 났다. 애들이 자기 직전까지 혼자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았다. 아내가 애들과 함께 방으로 들어가고, 나도 아예 엄청 일찍 잘까 싶었지만 뭔가 아까웠다. 새해 첫 연휴의 첫날, 너무 일찍 자는 게. 참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그랬다.


방에 들어갔던 아내는 서윤이와 함께 나왔다. 서윤이는 거의 폭탄이었다. 서윤이가 잘 안 깨고 통잠의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기뻐한 게 얼마나 됐을까. 통잠은 무슨, 다시 쪽잠의 세계가 찾아왔다. 심지어 오늘은 마지막 수유 자체를 거부하며 엄청 울었다. 방에서도 그랬다고 하더니 나와서도 그랬다. 배는 하늘로, 고개는 뒤로 잔뜩 젖히며 몸을 아치형으로 만들었다. 안고 있을 때 그 자세를 취하며 울고 짜증을 내면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수유도 거부하고, 안아주는 것도 거부하고, 내려놓는 것도 거부하고. 아내와 나는 세 번째 아이를 키우는 나름 베테랑 육아인인데,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우는지.


“이 앓이 하나?”

“그런가?”


두 번째 앞니가 빼꼼히 잇몸을 뚫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그것 때문에 이러나 추측할 뿐이었다. 서윤이는 결국 돌고 돌고 돌아, 아내가 아기띠로 업어 주자 그제서야 잠이 들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재운 건 다행이었지만 새벽에도 이럴까 봐 걱정이었다.


아내랑 영화라도 한 편 볼까 하다가, 일단 내일로 미뤘다. 오후에 비하면 두통이 아주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뭔가 영화에 집중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진통제를 하나 먹고 연휴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일찍 누웠다.


“내일은 좀 나아져야 할 텐데. 그래야 애들이랑 신나게 놀 텐데”

“그러게. 안쓰럽네”


아내는 내가 아프면 굉장히 안쓰러워하면서 당황한다. 자주 아픈 사람이 아니라서. 아내가 온 힘을 다해 평소에는 생각할 수도 없는 오랜 시간, 마사지까지 해주었으니 부디 효과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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