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 집콕 육아

21.01.02(토)

by 어깨아빠

다행히 서윤이는 밤새 그렇게 울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깨지 않고 잔 건 아니다. 눈치채지 못하게 슬그머니 다시 쪽잠 서윤이가 되었다. 밤에 울지 않고 먹으면 바로 잔 건 고마웠지만, 낮에 엄청난 징징이었다. 거의 하루 종일 그랬다. 늦은 오후쯤에는 다소 노이로제가 생길 정도였다. 서윤이가 울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가래 끓듯 가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우는 서윤이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도는 듯하다. 물론 그렇다고 서윤이에게 짜증을 내거나 한탄을 하지는 않았다. 그냥, 서윤이는 그렇게 된다. 내가 힘쓰지 않아도.


소윤이와 시윤이는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내내 집에서만 있었다. 나의 두통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어제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온전한 활동을 방해할 정도의 통증은 남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진통제를 한 알 더 먹었다. 그래도 힘을 냈다. 어떻게든 애들이랑 신나게 놀기 위해서. 사실, 집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면 멀쩡한 사람도 신나기가 힘들긴 하다. 최선을 다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집에 색종이가 없다면서 색종이를 사러 가자고 했다. 바람 쐬러 나갈 아주 좋은 명분이었다. 아내와 나는 나간 김에 커피도 사려고 했다. 차를 타고 간다고 했더니 소윤이가 걸어서 가고 싶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소윤이의 마음도 이해는 됐지만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에는 아내와 나의 욕구를 충족시킬 카페가 없었다. 차를 타고 가는 대신 카페를 제외한 모든 장소(문구점, 중국 음식점)에서 함께 내리기로 했다.


다행히(?) 서윤이는 차에 태우니까 좀 잤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오히려 카시트에서 더 조용한 듯하다. 일단 아내와 나의 커피를 샀다. 머리가 아파서 그런지 평소에는 일어나자마자 당기던 커피가 하루 종일 별로 생각이 안 났다. 두통에 좋을지 안 좋을지 모르지만(왠지 안 좋을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긴 하지만) 일단 한 잔 마셨다. 나아지고 있었으니까.


그다음은 문구점에 갔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함께 내렸고 아내는 서윤이와 함께 차에 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여기저기 눈과 발길을 돌렸지만, 잘 단속해서 색종이 앞으로 인도했다. 종류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스티커 색종이, 캐릭터 색종이 같은 것에 눈이 돌아갔지만 기본이 가장 실용적이라는 걸 알려주며 양면 색종이로 골랐다. 한 묶음에 7장 정도밖에 안 들어 있어서 그걸 10개 샀다. 너무 조금 샀나 싶었지만 다음에 또 사면 되니까. 차에서 기다리던 아내에게 색종이를 건넸다.


“헤에? 이렇게 많이 샀어?”

“아, 이게 많이 산 거야? 난 더 사주려고 했는데”

“난 평소에 하나씩 사 줘”

“하나? 아 그래?”


“소윤아, 시윤아. 너네 완전 횡재했네. 아빠랑 가서”

“아빠. 이제 문구점은 아빠랑만 갈래여”


같은 건물에 아내가 좋아하는 빵집이 있어서 거기도 들러서 아내가 먹을 빵을 살까 고민했다. 얼른 탕수육도 찾으러 가야 하고, 애들이 또 자기들 먹을 빵도 사 달라고 할 것 같기도 해서 그냥 지나쳤다. 나중에 밤에 보니, 아내는 우리가 문구점 간 사이에 빵집에 가서 빵을 샀다. 이럴 때는 누구보다 민첩하고 결단력이 넘치는 나의 아내.


저녁 반찬은 탕수육이었다.

'저녁은 또 뭘 먹일까'를 고민하던 아내와 나는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소윤아.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네, 없어여"


"시윤이는?"

"더두 없더여어"

"그래?"

"아, 이따 이따. 생각 났더여어"

"뭐?"

"그거 뭐더라아. 그거 돈가쯔처럼 찍어 먹는 거어"

"그게 뭐지?"

"아 그거 그거. 쪼쯔 찍어 먹는 거어"

"아, 탕수육?"

"아, 그거여어. 맞아여어 그거어"


애들은 밥과 탕수육을 먹었고, 아내와 나는 라면을 끓여 먹었다. 저녁을 먹은 시간이 평소에 비해 조금 빨랐다. 일부러 조금 서둘렀다.


“소윤아, 시윤아. 목욕할래?”

“목욕이여? 샤워 말고?”

“어, 목욕”

“좋아여”


목욕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베란다에 내놓은 욕조를 화장실에 가지고 와서 씻는데 먼지가 쌓여서 검은 구정물이 흐를 정도였다.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갇혀 지내는 애들도 불쌍하다. 소박한 소윤이와 시윤이는 이제 많이 좁아진 욕조에서 노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오랜만이라 그런가 둘이 티격태격하지도 않고 아주 잘 놀았다.


언니와 오빠 옆에서 서윤이도 물을 받아 놓고 씻겼다. 서윤이도 물론 오랜만이다. 아직 돌도 안 된 어린아이인 것치고는 목욕이 굉장히 드문 편이다. 당연히 아내와 나의 게으름(게으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억울한 측면이 많지만) 때문이고. 이제 서윤이도 욕조가 작아졌다. 전에는 가만히 누워 있거나 고작 등을 떼고 앉는 정도더니, 이제 아예 짚고 서서 방향을 바꾸고 그랬다. 역시나 물을 좋아했다.


세 남매의 목욕까지 마치고 적당한 시간에 육아 퇴근을 이뤘다. 두통 증세는 여전했지만 몸 상태는 약간 나아졌다. 어제 미룬 영화를 보기로 했다. 언제나 각오는 단단히.


“깨겠지?”

“그럼”


서윤이는 가장 절정인 부분에서 깼다.


“아, 끊기 싫은데. 여보 나 꼭 나온다. 기다려. 정신 바짝 차려야지”


아내는 한 20분 정도 지나고 나서 나왔다. 영화 시청도 무사히 마무리했다. 영화 시청 종료와 함께 다시 서윤이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비록 두통 때문에 뭔가 제대로 못 보낸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아직 토요일이라 다행이었다. 아내는 아내대로, 나는 나대로, 내일이 주일이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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