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22(금)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고 했다.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첫 일과를 예배로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의 실천이었다. 물론 엄청 결연한 다짐은 아니었다. 매일 노력은 하되 상황과 여건이 안 될 때는 굳이 스트레스 받지 않는, 느슨한 다짐이랄까. 오늘도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예배를 드린 뒤 거실 창 앞에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아서, 우리 집 위의 어딘가로 향하는 사다리차의 오르내림을 구경했다. 아내가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는데, 그게 뭐라고 그렇게 의자까지 갖다 놓고 앉아서 보나 싶어서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했다. 훗날 역사에서 코로나 키즈로 불리게 될 것이 분명한, 이 시대의 슬픈 한 장면 같았다.
간식 먹는 사진도 받았다. 무설탕 요거트에 여러 과일을 넣어서 먹는 모습이었다. 자연드림에서 산 복숭아 병조림도 함께 먹었는데 애들이 엄청 맛있다고 했다는 얘기를 전하면서, 아내도 정말 맛있었다고 나에게 얘기를 했다. 지난번에 자연드림에 갔을 때 아내가 스윽 집어서 넣길래, ‘평소에 산 적이 없던 건데, 누가 맛있다고 했나’라고 생각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울산에 있는 친구가 너무 맛있다고 추천을 했다고 했다. 왠지 소싯적에 안주 많이 시키면 서비스로 많이 받아먹던 ‘황도통조림’과 별반 차이 없는 맛이 아닐까 싶다. 물론 질의 차이는 크겠지만.
서윤이는 손가락을 빠는 새로운 루틴(?)이 생겼다. 원래 손가락 빨면서 아내의 머리카락을 조금씩 당기거나 만지작거렸는데, 요즘은 머리카락을 팽팽하게 당긴 후 그걸 엄지손가락으로 튕긴다고 했다. 아내가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줬다.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을 보니 의도가 분명한 움직임이었다. 더 탱탱하게 만들기 위해 더 세게 잡아당기나 보다. 아내와 나의 고민이 시작됐다. 과연 서윤이의 손가락 빨기는 언제쯤 고쳐줘야 할지.
아침에는 창밖의 사다리차를 구경하던 소윤이와 시윤이는, 오후에는 책으로 집을 만들었다. 블록에 있는 동물과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는데 나름 창의적이었다. 매일 집에서 놀다 보니, 조금이라도 새롭게 놀기 위한 나름의 연구 결과랄까. 그나마도 낮잠을 자던 파괴자 서윤이가 깨서 긴급히 식탁 위로 이동시키는 일이 빈번하다.
아내는 오늘 진작부터 힘듦을 토로했다. 열심히 치워도 더럽고, 설거지도 많고, 소윤이와 시윤이도 말을 안 듣고, 서윤이도 힘들고. 마지막에 적어서 보낸 ‘휴’ 한마디에 아내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내일 주말이니 집 치우는 건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고 얘기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아내의 성에 차도록 완벽히 대신해 주지도 못할 거라, 다소 무책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역시나, 집은 깨끗했다. 아내의 기준선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엄청 깨끗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교재를 다 끝냈다는 이야기를 또 했다. 최대한 크게 반응을 하며 칭찬을 했다. 아빠에게 달려드는 언니와 오빠 뒤에서 무릎을 꿇고 초롱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서윤이 때문에 완전히 집중하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장유유서에 따라 언니와 오빠의 환영이 끝나고 난 뒤 비로소 아빠의 품에 안긴 서윤이는, 생각보다 오래 안겨 있지 않았다. 오늘은 뭐가 기분이 안 좋았는지 계속 아내를 찾았다. 밥 먹을 때도 처음에는 아기 의자에 앉혔는데 역시나 계속 일어서고 앉지 않아서, 결국 바닥에 내려줬다. 과자를 주며 식사 시간을 벌었다.
애들을 다 재우고 영화를 봤다. 지난주에 너무 작품성만 좋은 영화를 본 후폭풍으로 자극적인 상업 영화가 당겼다. 네이버 영화 평점 7점 중반대의, 집에서 저렴하게 보면 딱 좋을 영화 한 편을 골랐다. 아내와 나의 욕망이 해갈됐다. 건강한 산채식만 먹다가 라면을 먹은 느낌이랄까.
여기에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서윤이가 한 번도 깨지 않았다. 영화를 볼 때는 물론이고 아내와 내가 자러 들어갔을 때까지도. 육아가 다 그렇지만, 서윤이의 잠은 유독 더 그렇다.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무튼 고맙다, 서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