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20(화)
혼자 조용히 일어나 집을 빠져나왔다. 지하철에 앉아 명상 같은 멍 때림 혹은 눈 뜨고 졸기를 시전하고 있는데 소윤이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어디에여?"
"어. 아빠 지하철이야"
"아빠 벌써 갔어여?"
"어 아빠 출근했지"
시윤이랑도 통화했다.
"압빠아아"
"어 시윤아. 잘 잤어?"
"으"
"시윤아"
"압빠아아"
"엄마랑 누나랑 잘 놀아. 알았지?"
"으"
"이제 빠이빠이 하자"
"빠빠"
지난주부터 아내 목장 모임이 화요일로 바뀌어서 오늘 목장모임 하는 날이었다 우리 집에서 모인다고 했다. 어젯밤 집을 깔끔히 치우지 않았으므로 오늘도 바쁜 아침을 보냈을 거다. 목장모임 다 마치고 나서는 하람이네가 빨래방에 빨래 넣어 놓고 기다리는 동안 잠깐 만나러 간다고 했다.
소윤이는 아침부터 컨디션이 안 좋은지 누워 있을 때도 많고 뭔가 활동력이 떨어져 있었다고 했다. 열은 없었고. 혹시 아프려고 그러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보내준 사진 속 소윤이의 표정은 많이 밝아서 한결 마음이 놓였다. 퇴근했을 때도 소윤이는 뭔가 활력이 없었다. 소윤이의 전반에 어떤 예민함이 깔려 있는 느낌이랄까. 저녁도 죽을 먹고 싶다고 했다. 아내가 애들이랑 나가서 사온 죽을 바닥에 상 펴고 앉아서 먹고 있었다. 이제 바닥에 앉아서, 그러니까 아기의자에 결박시키지 않은 상태로 식사 시간을 가질 때 소윤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강시윤이 문제다. 돌아다니고 장난치고, 밥 안 먹고.
저녁에 시안이 아빠랑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 아내가 애들 재우러 들어갔을 때 난 인사하고 나왔다. 헬스장에 들러 잠깐 운동하고 2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소윤이랑 시윤이는 금방 자긴 했는데 소윤이가 기침을 많이 한다고 했다. 아내는 집에 올 때 붕어싸만코를 사 오라고 했다. 아내의 명을 받들기 위해 집 앞 편의점에 가서 붕어싸만코를 구입했다. 아내의 붕어싸만코가 거의 꼬리만 남았을 때 아내가 붕어싸만코 봉지 뒷면을 들여다보며 얘기했다.
"이야. 이거 진짜 몸에 안 좋겠다"
"왜?"
"비유지방이 대부분이네"
"그게 뭔데?"
"가짜 크림이라는 거지. 유화제 같은 걸로 가짜로 만들었다는 거지. 하겐다즈나 이런 건 좀 더 우유나 크림이 많이 들어가고"
그 몸에 안 좋은 붕어싸만코의 꼬리도 아내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소윤이가 깨서 아내는 잠깐 방에 들어갔다 왔다. 다시 아내랑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있는데 덜커덕 방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윤이가 조선시대 죄인 같은 머리를 하고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얼굴은 울상이었다.
"소윤아 왜?"
"엄마. 내 옆에 계속 누워"
시윤이도 누나를 따라 거실로 나왔다. 소파에 앉더니 펑펑 울었다.
"음마아아. 음마아아아"
"소윤아. 아빠가 안아줄 게"
"이이이이이. 음마아아아아"
"엄마아아아. 안아 줘"
새벽 1시에 갑자기 벌어진 울음 파티. 그런데 너네 대체 왜 우니?
다 함께 방에 들어가 누웠다. 아내랑 소윤이는 바닥에 시윤이도 바닥에 나 홀로 침대에.
"시윤아. 아빠 옆으로 올래?"
"으"
그러더니 스멀스멀 기어서 침대 위로 올라와 내 옆에 누웠다. 다시 바닥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내 옆으로 올라왔다가. 내 옆에 누웠을 때는 내가 뽀뽀해달라고 하면 해 주고 안아달라면 안아주고. 계속 내 옆에서 재우고 온기를 느끼며 자고 싶었지만 늘 마지막 선택은 바닥, 엄마 옆이다.
아내도 뺏기고, 딸도 뺏기고, 아들도 뺏기고. 혼자 침대 넓게 쓰고 좋네 뭐.
그러고 보니 아침에도 혼자 일어나서 나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