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깡이 먹고 싶어서

21.02.07(주일)

by 어깨아빠


점심에 떡만둣국을 해 먹었다. 사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침을 늦게 먹었다. 계란밥이었고 밥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배가 많이 부르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늦게 먹은 만큼 배가 고프지도 않았을 거다. 내가 배가 고팠다. 예배를 드리자마자 점심을 준비했다.


“소윤아, 시윤아. 엄청 배부르고 그러지는 않지?”


질문자의 의도에 따라 질문의 형태는 많이 달라진다. 좀 미루고 싶을 때는


“소윤아, 시윤아. 배 많이 고프지는 않지?”


이렇게. 점심을 늦춰도 어차피 또 저녁이랑 가까워지니까 그게 그거다. 아무튼 배고픈 아빠 덕분에 소윤이와 시윤이는 금방 또 점심을 먹었다. 예배드릴 때 잠들었던 서윤이는 역시나 기가 막힌 순간에, 딱 떡국이 다 완성돼서 먹으려는 순간에 깨서 울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딸기를 주려다가, 갑자기 생각을 바꿨다.


“소윤아, 시윤아. 아빠가 딸기주스 만들어 줄까?”


그냥 먹기에도 아까운 비싼 딸기를 갈아 마시는 건 잘 하지 않는 일이지만, 주말 특식으로 제안했다. 우유와 꿀을 넣고 간 다음, 어제 한살림에서 산 딸기아이스크림도 넣고 카카오 와플도 넣고 초코볼도 넣었다. 딸기주스 하나로 소윤이와 시윤이의 기분이 더 상승했다.


그렇게 아이들을 챙겨 주고 점심 설거지까지 하고 나니 오후가 됐고, 졸음이 쏟아졌다. 마침 소윤이와 시윤이는 둘이 역할극을 하며 놀았고, 서윤이도 언니와 오빠를 따라다니며 잘 있었다. 그 모습을 거실 한복판에 누워 바라보다 잠들었다. 결코 편하지도 조용하지도 않은 잠이었지만, 그 어떤 초콜렛보다 달콤한 단잠이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어제 사 놓은 새우깡이 무척 먹고 싶었다. 소윤이와 시윤이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놀고 있었기 때문에 먹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먹고 싶었다. 뭔가 입이 심심했는데 애들도 주고 나도 먹을 만한 건 없었다. 새우깡은 나는 먹을 수 있지만 애들한테는 주지 않는 과자였다. 방법은 두 가지였다. 밤까지 참고 애들 재운 뒤에 먹던가, 걸리지 않게 먹던가. 애들이랑 함께 있는 낮에, 어른 과자를 먹었던 적은 거의 없다. 차라리 밤에 마음 편히 먹는 게 낫지. 오늘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참을 수가 없었다.


여전히 역할극 삼매경인 소윤이와 시윤이의 눈을 피해 주방으로 몸을 숨겼다. 조심스럽게 싱크대의 장을 열고 새우깡을 꺼냈다. 들어서 꺼내는 것까지는 무사했는데 봉지를 잡고 뜯으려고 하는 순간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너무 크게 났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얼른 까서 새우깡 몇 개를 입에 허겁지겁 넣었다. 역시나, 소리를 감지한 소윤이와 시윤이가 주방으로 달려왔다(이렇게 써 놓으면 거실과 주방의 거리가 뭐 한 몇십 미터 되나 싶을지도 모르겠다. 내 걸음으로 세 발자국 거리다).


“아빠. 뭐해여. 왜 여기서 새우깡을 먹어여”


쭈구리처럼 쭈구려 앉아 새우깡을 먹다가 아이들에게 적발당했다.


“아빠. 그럼 우리도 줘야져”

“너네는 못 먹는 과자잖아”

“그럼 아빠도 먹으면 안 되져. 우리도 먹고 싶잖아여”

“너희는 아까 딸기주스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었잖아”

“그건 아빠도 먹었잖아여”

“뭘 아빠도 먹어. 아빠는 너네꺼 조금씩 맛만 본 거지”

“그래두여. 우리도 새우깡 주던가 아니면 아빠도 먹지 마여”

“너네는 어제도 과자 먹었잖아. 아빠도 좀 먹을게”


내가 왜 사정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고작 새우깡 하나 먹겠다는데. 소윤이와 시윤이를 다시 역할극의 세계로 보내고,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새우깡 한 봉지를 해치웠다. 그러고 났더니 조금 더 힘이 났다.


저녁 먹기 전에 장을 보러 나가기로 했는데, 서윤이가 딱 그때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아내는 들어간 김에 쌓인 빨래도 개고 나오겠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의 옷을 갈아입히고 기다리다가 제안했다.


“소윤아, 시윤아. 엄마랑 서윤이 나올 때까지 먼저 나가 있을까?”


뛰며 놀기에는 다소 협소하고 적당하지 않은 건물 입구에서 한참 놀았다. 특별한 건 없었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한참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열심히 뛰었다. 나도 그들의 흥을 맞추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을 냈다.


“아빠아. 엄마랑 서윤이가아 느께 나와뜨면 좋겠다여어”

“맞아여. 아빠. 엄마가 늦게 나왔으면 좋겠어여”


그 좁은 데서 잘도 놀았다. 오늘은 따로 어딜 갈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미리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서 소윤이와 시윤이의 욕구를 해소했다.


저녁에는 피자를 사 먹었다. 지난번에 작은 크기를 시켰는데 턱도 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오늘은 큰 크기로 시켰다. 딱 좋았다. 여기서 ‘딱 좋았다’라는 건 배가 부르지도 고프지도 않을 정도의 건강한 포만감 수준이었다는 거다. 아무튼 소윤이와 시윤이도 엄청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양을, 맛있게 먹었다.


이제 우리의 식사 시간에 결코 혼자 놀지 않는 서윤이는 식탁 밑으로 들어갔다. 피자를 줄 수 없으니 아기과자를 줬는데 그걸로 나와 소윤이의 발과 다리를 긁으며 장난을 쳤다. 서윤이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면, 조금씩 의도를 읽을 수 있는 게 신기하다. 점점 소통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서윤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시간이 늘고 있다. 하긴, 300일이 넘도록 수면 고문을 하고 있는 녀석에게 조금도 분노하지 않는 것만 봐도 말 다 했지 뭐.


지난주에 소윤이와 시윤이가 목욕을 하고 싶다고 했었다. 다음 주에 시간이 되면 하자고 했었는데, 소윤이와 시윤이는 기억을 못 하는지 말이 없었지만 난 기억을 하고 있었다. 먼저 얘기를 꺼낼까 말까 고민하다가 조용히 묻어뒀다. 미안하다, 얘들아. 비록 목욕은 안 시켜줬지만 엄마, 아빠 이번 주말에도 열심히 살았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주말이 끝나서 아쉬워했다.


“괜찮아. 아빠 3일만 출근하면 또 쉬어”

“아빠아. 세 밤 자면 어 세밤 자면 쭐발 안 하는 거에여어?”

“어, 네 밤 자면. 세 번만 출근하면 또 쉬는 거야”

“빨리이 세 밤 쭐발하면 좋겠다아”


너네도 좋겠지만, 아빠도 좋다. 내일은 수요일이나 마찬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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