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과분한 삶

21.02.18(목)

by 어깨아빠


서윤이는 요즘 밤에 엄청 깬다. 언제는 안 그랬나 싶지만 그래도 ‘이제 드디어 끝난 건가’하는 생각이 들 만큼 ‘잘’ 잤던 적도 있었다. 너무 금방 스쳐가는 게 문제지만. 덕분에 이번 주는 엄청난 피로와 싸우고 있다. 서윤이를 만난 게 벌써 10개월째다. 다르게 말하면 10개월 동안 푹 잔 날이 별로 없다는 거다. 아내도 나도 대견하다. 누구 하나 도망가지 않고 안방을, 새벽을 잘 지켰다.


아내와 아이들은 저녁에 잠깐 홈스쿨 교재를 받으러 나갔다 왔다. 저녁 준비를 다 끝내고 나간 거였고, 내가 집에 도착할 때쯤 아내와 아이들도 돌아왔다. 어제, 그제 아예 못 본 것도 아니고, 그저 저녁같이 못 먹고 시간 좀 덜 보낸 건데 오늘 만났을 때 엄청 반가웠다. 소윤이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에게 안겼고 나도 소윤이를 한참 안아줬다. 소윤이는 20kg이다. 요즘은 웬만해서는 소윤이를 안아주지 않는 아니 못한다. 20kg의 무게와 허리의 통증을 잊을 정도로 반가웠다. 시윤이는 자다 깨서 정신이 없었다. 서윤이는 세차게 울었고.


저녁은 오므라이스였다. 바깥 식당에서 파는 맛이었는데, 훨씬 맛있었다. 비결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맛있었다. 아내는 지난번 ‘조금 솥밥’ 사태(?)를 거울삼아 오늘은 작정하고 밥을 많이 담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다른 반찬 없이 오므라이스만 먹었는데도 배가 불렀다. 아내의 넘치는 오므라이스는 사랑이었을까 복수였을까.


서윤이는 난리도 아니었다. 아내가 옆에 앉아서 이유식을 먹였는데 반응이 영 별로였다. 배는 고팠는지 빨리 달라고 보채면서도 막상 주면 엄청 짜증을 내면서 먹었다. 아내는 밥을 한 숟가락도 뜨지 못하고 서윤이를 먹이느라 분주했다. 난 옆에서 부지런히, 아니 빠르게, 아니 몇 끼 굶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었다. 빨리 먹고 아내를 교대해 줘야 했다. 순식간에 밥그릇을 비우고 아내와 자리를 바꿨다. 서윤이는 그 뒤로 이유식을 거의 먹지 않았다. 배고픔 이상의 욕구가 있는 듯했다. 아내는 자리를 바꾸고 나서도 편히 먹지는 못했다. 아내는 다 먹자마자 서윤이를 건네받고 수유를 시작했다. ‘없던 위장 장애도 생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윤이는 엄마의 가슴에 몇 분 안기고 오더니 기분이 조금씩 나아졌다.


“여보. 얘 이렇게 기분 좋아지다가 자러 들어가면 완전히 회복될 거 같은데?”

“그러게”


자야 할 시간에 기분이 엄청 좋은 게, 꼭 좋은 일은 아니다. 적당한 울적함은 빠른 수면을 촉진하기도 한다. 아내와 나의 예상대로 서윤이는 점점 생기를 되찾았다. 운동을 하러 나갔다 돌아왔을 때까지도, 아내는 방이었다. 서윤이의 엔돌핀 분비는 수면 시간을 지연시키고, 서윤이의 수면 돌입 지연은, 아내의 수면 극복 능력을 감소시킨다.


아내는 깨서 나왔지만, 또 금방 들어갔다. 서윤이는 밤이고 낮이고 새벽이고 할 것 없이 무자비하게 깬다.


“여보. 끝나긴 하겠지?”

“뭐가?”

“이런 삶”


요즘 서윤이를 보면 세상의 모든 근심이 녹는 느낌이다. 사람의 이가 그렇게 귀여웠나 싶을 정도로, 앞니 두 개를 보이며 웃을 때마다 평정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서윤이는 모두에게 이런 대우를 받고 있다.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언니와 오빠에게도. 그렇게 모두의 잠을 방해하는데 단 한 마디의 원망도 듣지 않는다. 서윤이가 제공하는 ‘이런 삶’에 비하면 가히 과분한 대우다.


서윤아, 넌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언니, 오빠한테도 잘 해라. 다 같이 키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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