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2.22(월)
소윤이와 시윤이가 자전거를 탈 때마다 ‘나도 같이 타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고가의 새 자전거를 사는 건 앞으로 예상 이용 빈도에 비해 너무 과한 일이었다. 당근마켓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안에서도 아주 저렴한 기준 가격을 정해 놓고, 적당한 물건이 올라오기만 기다렸다. 몇 날 며칠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거래에 성공했다. 어제 자기 전에 성사되었고, 오늘 받으러 가기로 했다.
퇴근하고 파주로 바로 갔다. 생각보다 덜 막혔다. 가는 길도 오는 길도. 바로 퇴근했지만 막혔을 때랑 비교하면 크게 차이도 안 났다. 그래도 아이들은 미리 저녁을 먹고 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어차피 아빠랑 같이 밥 먹기 힘드니 미리미리 끝내 놓는 게 보통 아내의 전략(?)이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낮에 크게 상심했다고 했다. 정말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기로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 마침 한 달에 한 번 쉬는 날이었던 거다. ‘그래, 서운했겠네’ 정도가 아니라 소윤이는 길거리에서 펑펑 울었다고 했다. 나중에 영상을 봤는데 모르고 보면, 아빠 납골당 앞에서 우는 걸로 오해해도 과하지 않을, 서러운 울음이었다. 시윤이도 서운해했지만 울지는 않았다고 했다. 가끔은, 시윤이는 사실 그 정도로 아쉽지는 않은데 누나를 따라 연기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소윤이와 시윤이의 아쉬운 마음은 아이스크림으로 달래줬다고 했다.
애들은 이미 잘 준비까지 마쳤기 때문에 잠깐 시간을 보내고 바로 자러 들어갔다. 아내는 저녁을 먹지 않았고, 애들 재우고 나오면 나와 함께 먹기로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금방 잠들었다. 서윤이도 제법 금방 잠들었나 싶었다.
“오예. 다 잔다. 나갑니당”
아내가 이 카톡을 보내고 1분 아니 1분도 채 되지 않아서 다시 카톡이 왔다. 아, 그전에 서윤이 울음소리가 먼저 들렸다. 그러고 나서 아내의 카톡이 왔다.
“보일러 트는데 깸”
온도 조절기는 문 옆에 있다. 쾌재를 부르며 나오기 직전에 다시 붙잡힌 거다. 그래도 엄청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저녁은 솥밥이었다. 아내는 엄청 많이 했으니 양껏 먹으라며
“오늘은 조금 아니지?”
라고 물었다. 지난번에는 거의 비슷한 양을 애들이랑 같이 먹었고, 오늘은 아내랑 둘이 먹었으니 ‘많은’ 솥밥인 게 당연하다. 애들 재우고 늦은 밤에 조용히 먹으니 솥밥 감성이 더 무르익는 느낌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이 차분하고 고요한 무드를 좋아하게 됐다. 우리 집에서는 그런 걸 자주 느끼기가 어려워서 아쉽지만. 오늘 저녁, 아내와 마주 앉아 밥 먹을 때의 그 느낌이 딱 내가 좋아하는 그것이었다.
아내는 지난 금요일, 급체와 구토의 원인을 찾았다고 했다. 감말랭이를 막 집어먹었는데 그게 발단인 듯하다면서. 오늘 낮에 감말랭이 한 조각을 먹었는데 그게 내려가지 않는 걸 느꼈고(난 잘 모르는 그 느낌), 그때 불현듯 깨달았다고 했다. 빵은 그렇게 먹어도 얹히는 법이 없는걸 보면 참 신기하다. 아무튼 이제 아내의 취식 행위를 유심히 관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