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평범한 행복

21.03.14(주일)

by 어깨아빠

오랜만에 다 함께 교회에 갔다. 오랜만인 만큼 늦지 않기 위해 애를 썼어야 했는데, 아내와 내가 뭉그적거리다가 늦게 일어났다. 애꿎은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재촉의 화살이 돌아갔다. 아내가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미리 옷을 갈아입혔다. 서윤이는 아침부터 좀 많이 칭얼거렸다. 꽤 많이 칭얼거렸는데도 아내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걸로 보아, 교회에 가서 수유를 하고 예배 시간에 잠잠하게 만들 계획인 듯했다.


서윤이는 교회에 도착해서 수유를 하지 않았는데도 얌전히 있었다. 아내에게 안겨 뒤에 앉은 분들에게 생글생글 웃음을 날리더니 얘배가 끝날 때쯤 스르르 잠이 들었다. 예배가 끝나고 다시 차에 태웠는데 잠깐 눈을 뜨더니 곧바로 잠들었다.


예배드릴 때마다 소윤이와 시윤이의 생각과 마음이 궁금하다.


'어른이어도 졸 때가 많은 예배 시간에 소윤이와 시윤이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설교를 들을까. 조금이라도 마음에 남고 기억에 남는 게 있을까’


그러다가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열매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고. 소윤이와 시윤이는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게 다소 버거워 보일 때도 많았지만, 어쨌든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예배 시간에 난리를 피우던 시윤이 때문에 힘들었을 때가 문득 떠올랐다. 그래도 그런 인고의 세월을 지났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수월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의자에 누워서 자고 있는 서윤이를 보니, 그날이 곧 다시 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배를 마치고 나서 교회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씩 사고 동네 근처의 카페에 또 들렀다. 아내의 오빠의 아내, 그러니까 애들의 외숙모가 그 카페에서 파는 다쿠아즈를 사러 왔다고 했다. 전해줄 짐이 있어서 잠시 만나기로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는 잠시 스쳐가듯 만나는 것이니 미련일랑 품지 말라고 미리 얘기했다. 사실 소윤이와 시윤이가 막무가내로 떼를 쓰지는 않기 때문에 이 정도 상황에는 알아서 잘 처신(?)한다. 다만 아쉬움의 충격파를 조금이라도 덜 느끼라고 미리 약을 치는 거다.


아내는 오늘이 화이트데이라면서 자기한테 다쿠아즈를 사 주면 되겠다고 했다. 나의 끄덕임(동의)과 함께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아내가 다쿠아즈를 알아서 고르고, 결제는 일단 아내 카드로 하고, 아내가 알아서 내 용돈 계좌에서 생활비 계좌로 이체했다. 조선 후기 실학파의 대가 박지원 선조도 울고 갈 실용주의 선물 전송 과정이었다. 다쿠아즈를 향한 아내의 욕구에, 화이트데이는 거들 뿐이었다.


점심으로는 프렌치토스트를 먹었다. 아이들의 극찬을 받았다.


“아빠. 아빠는 토스트를 제일 맛있게 해여"


프렌치토스트의 핵심은 설탕을 얼마나 때려 붓는가란다 얘들아. 아빠는 너희 건강이 무엇보다 소중하지만 가끔은 맛을 위해 잠시 포기하기도 하지.


시윤이는 며칠 전부터 오늘을 기다렸다. 지난주에 홀로 집을 지켰던 것을 떠올리며, 오늘은 아빠와 누나와 함께 축구장에 갈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집에 와서도 얼마나 더 있다가 가는 거냐고 몇 번을 물어봤다.


“여보. 여보에게 좀 쉬는 시간이 되려나?”

“나? 아니. 안 그럴 거 같은데”

“그런가? 서윤이가 오히려 더 여보한테 매달리려나”

“어. 진짜 그래. 애들 없으면”


서윤이는 여럿에게 둘러싸여 있는 걸 좋아한다. 언니, 오빠랑 있으면 제일 좋아하고. 그렇지만 엄마는 없으면 안 된다. 여럿과 함께 있어도 엄마가 사라지면 바로 눈치를 채고 엄마를 찾고, 여럿과 함께가 아니면 엄마가 자기 옆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이러나저러나 자유롭지 못한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시야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괜찮은 ‘군중ㅍ속의 엄마’가 조금 더 낫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기대한 만큼 아주 신나게 놀았다. 오히려 어디 웬만한 장소보다 사람도 없어서 더 안전하기도 했고. 애들도 나도 실컷 놀고 집에 돌아왔다. 아내는 저녁으로 김치찜을 하겠다고 미리 예고했었다. 서윤이를 등에 업고 약간 상기된 얼굴로 힘겹게 저녁 준비를 하는 아내를 보니, 약간 정신이 번쩍했다.


“여보. 많이 힘들었어?”

“아니. 많이 힘들지는 않았어. 서윤이가 안 떨어져서 그렇지”


그게 힘든 거지 뭐. 다른 게 힘들 게 뭐 있나. 서둘러 아이들을 씻기고, 나도 씻고 식탁에 앉았다. 아내 홀로의 수고로 차려진 풍성한 저녁이었다. 맛있게 먹었다. 엄마와 아내에게 감사하며.


소윤이와 시윤이는 정말 오랜만에 어른의 음료를 마셨다. 축구장에서 내 친구가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콜라를 권했는데, 두 녀석 모두 안 마셨다. 나중에 집에 오면서 물어봤다.


“삼촌이 콜라 줬는데 왜 안 마셨어?”

“그냥 엄마, 아빠가 평소에 안 주셨으니까여”

“우와. 짱이네. 엄청 기특하네. 오늘은 대신 아빠가 음료수 하나 사줘야겠다”

“진짜여? 뭘로여?”

“글쎄. 그래도 탄산음료 이런 건 안 되고 아빠가 한번 가서 볼게”

“아빠. 저는 예전에 먹었던 하얀 음료수가 맛있더라여”

“하얀 거? 그게 뭐지?”

“몰라여. 엄청 달콤했어여”


속으로 ‘밀키스’인가 생각했다. 탄산은 좀 그렇고, 이온 음료 중에 하나를 사 주려고 했는데 ‘포카리스웨트’를 보는 순간 소윤이가 말한 게 이거구나 싶었다.


“소윤아. 이거 맞지?”

“어, 맞아여. 아빠 그거에여”


소윤이와 시윤이는 밥 먹기 전에 시원하게 한 잔씩 들이켰다.


요즘 서윤이 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금이라도 박자나 음정이 들리면 바로 몸을 흔들고, 박수를 친다. 애 키우는 집이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고, 우리도 두 번이나 겪었던 참으로 식상한 과정인데 어쩜 그렇게 새로운지. 오늘은 소윤이와 시윤이까지 가세해서 세 녀석의 재롱을 보며 한참을 웃었다.


이 또한 식상한 표현이지만, 이런 게 진짜 행복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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