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15(월)
아내는 애들과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고 놀이터에도 갔다가, 집에 와서는 짜장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아내의 오전과 오후를 이렇게 간략하게 기록하는 게 미안하네. 내가 모르는 수많은 오르내림이 있었을 텐데. 그나마 외출했을 때 서윤이가 유모차에서 자 줘서 수월했다고 했다.
소윤이는 아침부터 전화를 해서 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주말을 진하게 보내고 난 뒤의 월요일은 항상 그렇다. 아무리 육아가 힘들어도 출근보다는 좋다지만 그건 마음의 이야기고, 몸은 육아가 더 힘들다고 느낄 때도 많다.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그리운 월요일. 그렇게 따지면, 아내가 가장 주말이 그리울 거다. 몸도 주말이 더 편하고, 마음도 주말이 더 편하니까.
오늘 저녁도 풍성했다. 어제 먹고 남은 김치찜을 그대로 올려도 된다니까 굳이 반찬을 더 했다. 물론 엄청 맛있기는 했다. 근대 된장국이 정말 맛있었다.
“소윤아, 시윤아. 이거 진짜 맛있지 않니? 엄마 짱이지?”
“엄마가 해준 거는 진짜 뭐든 맛있어여”
“엄마느은 요리사에여어”
모두가 아내의 요리를 극찬하며 식사를 했다. 밥 먹고 돈을 낼 것도 아니고 맛없어도 맛있다고, 맛있으면 있는 표현 없는 표현 다 동원해서 아내의 수고를 인정해 주고 있다. 진짜 맛있으니까 우러나오는 진심이기도 하지만, 소윤이와 시윤이가 앉아서 밥 받아먹는 걸 당연히 여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의도된 행동이기도 하다. 나처럼 그걸 너무 늦게 깨닫지 말고 엄마, 아빠랑 살 때 많이 많이 표현하라고.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할 때마다 엄마가 떠오른다. 엄마가 이걸 보면 얼마나 콧방귀를 뀌실지.
“서윤이. 오늘 기분 엄청 좋네?”
“그래? 그래 보여? 좋겠네? 좋은 것만 봐서?”
아내의 말에 날이 선 건 아니었다. 장난스러운 말투였다. 말투는 장난스러웠지만 현실을 담고 있었다. 퇴근하고 만난 서윤이는, 보통 상상하는 막내딸 그 자체였다. 퇴근한 아빠의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게 만드는 그런 막내딸. 난 고작해야 1시간이지만 아내는 24시간을 붙어 있으니 볼 꼴 못 볼 꼴 다 보겠지. 뭐 어쩌나. 서윤이도 날 보면 너무 활짝 웃고 잘 놀아주는걸. 셋쯤 되니 이때가 너무 짧다는 걸 알아서 매일매일이 아쉽다.
저녁을 먹고 아내가 소윤이와 시윤이를 씻겼다. 그래 봐야 엄청 짧은 시간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막내와 시간을 보내라는 작은 배려다. 엄마가 사라지면 아빠고 뭐고 엄마를 찾으며 울 때도 많지만 오늘은 그러지도 않았다. 심지어 엄마가 화장실 문을 닫고 언니, 오빠랑 들어가는 걸 봤는데도 여전히 나랑 놀아줬다. 고마운 녀석.
내가 모르는 태산 같은 수고를 겪은 아내는, 애들을 모두 재우고 나와서 완전한 퇴근을 이루고 잉여로운 시간을 보냈다. 친구랑 통화도 하고 카톡도 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크게 한숨을 쉬면서 일어났다.
“아휴우”
그러더니 냉장고에 가서 다쿠아즈를 꺼내 왔다.
“여보. 왜 한숨 쉬어? 뭐 꼭 싫은 일 하는 사람처럼?”
“내가 뭐. 민망하니까 그러지”
요즘 가만히 보니까 뭔가 먹을 걸 꺼내러 갈 때 이렇게 한숨을 쉰다. 마치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는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