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축하합니다

21.03.16(화)

by 어깨아빠

지금 다니는 회사에 출근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소윤이는 어제 나에게 편지를 썼다. 아내가 어떤 날인지 설명을 해주니까 혼자 방에 들어가서 편지를 써서 나왔다고 했다. 온 지구의 사랑을 빨아들이는 듯한 서윤이 때문에 가려지고, 점점 어린이스러울 때가 많아져서 그렇지 소윤이는 소윤이다. 서윤이랑은 다른 느낌이지만, 그냥 소윤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꽉 찬다. 편지 내용에 퀴즈도 있었다.


“아빠. 연필로 답 써여. 혹시 틀릴지도 모르니까”


절대 틀릴 수 없는 문제였지만 출근하기 전에 서랍에서 연필을 찾아서 답을 고르고 나왔다.


퇴근했더니 시윤이가 뭔가 말하려다가 움찔하더니 멈췄다. 소윤이는 옆에서 말하지 말라고 눈치를 주고. 아빠의 재취업 1년을 기념하는 뭔가를 준비한 모양이었다. 모르는 척했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서 소윤이와 시윤이는 나에게 눈을 감으라고 했다.


“아빠. 눈 뜨면 안 된다여. 우리가 됐다고 할 때까지 꼭 감아여”

“그래, 알았어. 안 뜰게”


막 부산스럽게 뭘 꺼내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 이제 눈 떠도 돼여”


식탁에는 소윤이가 색종이로 만든 케이크와 여러 종이접기들이 있었다. 사실, 난 진짜 케이크가 있는 줄 알았다.


“우와. 소윤이가 다 만든 거야? 짱인데?”


생일 축하 노래를 개사해서 입사 축하 노래로 불렀다. 소윤이의 종이접기 선물 공세와 달리 시윤이는 아무것도 없었다. 시윤이의 표정에서 무안함을 읽었다.


“시윤아. 고마워. 축하해 줘서. 아빠 뽀뽀해 줘”

“시러여어”


시윤이는 무안한지 쭈뼛거리며 거부했지만, 일부러 더 정신없이 몰아치며 반강제로 뽀뽀를 했다.


“아우. 우리 아들. 고마워. 사랑해”


축하 의식을 끝내고 아내가 소윤이를 씻기러 들어갔다. 서윤이가 마침 잘 놀길래 시윤이를 불렀다.


“시윤아. 이리 와 봐”

“왜여어?”

“아 빨리 와 봐”

“왔더여어”

“시윤아. 아까 시윤이만 선물을 못 준비해서 조금 민망했어?”

“네에”

“시윤아. 아빠는 괜찮아. 시윤이가 선물 안 줘도 아무렇지도 않아”

“왜여어?”

“왜긴. 아빠한테는 시윤이가 선물이니까 그렇지. 진짜로 선물 같은 거 필요 없어. 시윤이가 아빠 퇴근할 때마다 맨날 엄청 반갑게 맞아주고,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주면 그게 선물이지”

“그리구우 아빠 말도 잘 듣고오?”

“그러엄. 시윤이는 아직 누나처럼 종이접기 잘 못하잖아. 그러니까 그런 거 안 해도 돼”

“아니에여어. 저도 잘 해여어”

“그래. 잘 하기도 하지. 아무튼 아빠는 시윤이가 선물 안 줬다고 아무렇지도 않아. 알았지?”

“네에”


이렇게 말을 하기 전에도 뭔가 우울해 보이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한결 마음의 짐을 던 듯 더 까불거렸다. 나중에 아내에게 들어보니 아내랑 씻으러 들어갔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그냥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고 했다는데, 아무튼 요즘 들어 시윤이의 감수성이 돋보일 때가 많다.


저녁에는 목장 모임이 있어서 아내가 바빴다. 내 목장 모임인데 아내가 바빴다. 방에 들어간 아내가 아이들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는 소리가 들렸다.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내가 ‘아무리 엄마여도 너네가 그렇게 말하면 엄마도 기분이 안 좋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그 시간에는 몸도 마음도 약해지는 시간이다.


아내는 한참 있다가 나왔는데 소윤이도 같이 나왔다가 들어갔다. 한 번씩 이럴 때가 있다. 잘 때 이러는 것만큼 울화가 치미는 일이 없지만, 아내는 감정을 잘 다스렸다. 소윤이와 다시 들어갔다가 금방 나왔다. 아내는 급히 겉옷을 챙겨 입고는 눈짓으로 ‘나갔다 올게’라고 말했다. 시간을 보니 아직 9시가 되기 전이었다. 빵집에 가려는 듯했다.


역시나 아내는 빵을 들고 왔다. 오늘도 한숨을 쉬며 빵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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