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는 비가 내렸지만, 우리는 불태웠다

21.03.27(토)

by 어깨아빠

언제부턴가 주말의 날씨를 미리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번 주는 내내 흐리고 비가 온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에게도 미리 이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줬다.


“아빠. 우리 오늘 뭐 계획 있어여?”

“아니. 오늘 하루 종일 비 온다는데?”


“아빠아. 비 안 오는데여어?”

“그래? 날씨는 엄청 흐린데. 곧 오지 않을까?”


소윤이와 시윤이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수시로 밖을 보며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 확인했다.


“아. 비 오네에. 누나아. 저기이 차 앞에 비 올 때 이렇게 이렇게 하는 거 그거 있잖아아. 그게 움직이네에”

“그러게. 저기 우산 쓰고 가는 사람도 있다. 아 아쉽다”


밖에 못 나가는 대신 집 안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책 읽어 달라고 하면 책 읽어 주고 보드게임하자고 하면 보드게임하고. 웬만한 건 다 ‘즉시’, ‘기쁘게’ 아이들에 요구에 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보다 하루 세끼 챙겨 먹이느라 참 고생했다. 뭐 이렇게 돌아서면 밥때가 돌아오는지. 중간중간 간식까지 챙겨주다 보면 ‘먹이다 볼 일 다 보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윤이도 유심히 관찰해 봤다. 일단 기본적으로 엄마 껌딱지다. 뭔가 기분이 틀어졌거나 졸릴 때는 여지없이 엄마를 찾는다. 다른 누구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혼자 남겨지는 걸 싫어한다. 주말에는 내가 있으니 아내나 나 둘 중 한 명은 서윤이에게 붙어 있을 수 있어서 괜찮지만, 평일에는 아내가 꽤 힘들 거다. 소윤이, 시윤이에게 집중해야 하는 일이 분명히 있을 텐데 서윤이는 그걸 용납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다.


관찰 결과, 서윤이도 평일과 주말이 매우 다르다. 누군가 한 명은 자기에게 관심을 쏟고 웃어줬던 오늘은 웬만해서는 칭얼거리는 일이 없었다. 평일에


“서윤이는 괜찮아?”


라고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


“아우. 힘드네. 나한테 안 떨어져. 뭘 하기가 힘들어”


라고 대답했던 것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뭐 어쨌든 오늘은 전혀 힘들게 하지 않았다. 걷기, 짝짜꿍, 곤지곤지, 잼잼, 도리도리, 힘(주먹 불끈 쥐고 힘주는 척하기)등의 개인기를 많이 보여줬다.


오후에는 시윤이가


“아빠아. 어디라도 나갔다 오자여”


라고 얘기해서 잠깐 나갔다 왔다. 당연히 아내와 나의 커피를 샀고, 소윤이와 시윤이에게도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구슬 아이스크림도 샀다. 정작 나가자던 시윤이는 차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집에 도착해서 깼다. 오히려 나가기 귀찮아 하던 소윤이만 잠깐 차에서 내리기도 하고, 코에 바람을 넣었다.


오늘 소윤이와 시윤이가 가장 기대한 일은 호떡 만들기였다. 가끔 만들어 먹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반죽을 가지고 직접 호떡을 만드는 게 너무 재밌나 보다. 아내와 나는 항상 비슷하다. 호떡 만들기를 끝내고 나면


“아, 힘드네. 당분간 못하겠다”


라고 말하는데, 기억이 사라질 때쯤 되면 아이들이 호떡 만들기를 요구한다. 그럼


‘뭐 힘들어 봤자 얼마나 힘들겠어’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하고. 이걸 반복한다. 뭐 그렇다고 모든 진을 다 뺄 만큼 힘든 일은 아니다. 약간의 엄살도 있기는 하다. 다만, 한 30분 내내 서서 호떡을 굽고 뒤집다 보면


‘와, 호떡 파시는 분들은 이걸 하루 종일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도 다 끝내고 먹을 때는 아주 보람차다.


“아빠아. 그래도 집에서 만든 호떡은 건강한 거져어?”

“아, 시윤아. 건강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밖에서 파는 것보다는 나을 거야”


소윤이와 시윤이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건 뭐든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호떡을 저녁 먹기 조금 전에 먹어서 애들은 물론이고 아내와 나도 배가 별로 안 고팠다. 아내와 나는 굶더라도 (사실 굶은 적은 별로 없다. 당장은 굶는 척해도 밤에 꼭 뭘 먹었다) 애들은 그럴 수 없으니 집에 있는 반찬으로 간단히 먹였다.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좋은 점도 있다. 남는 게 시간이다 보니 시간을 조절하기가 용이하다. 쉽게 말해, 육아 퇴근 시간을 좀 당기기 편하다. 오늘도 평소에 비하면 굉장히 일찍 육아를 마쳤다. 물론 오늘은 힘들어서라기보다 저녁에 온라인 모임이 있었다. 다른 때는 소윤이와 시윤이도 같이 하기도 하는데 오늘은 그냥 일찍 재우기로 했다. 실제로 다른 집의 아이들은 모두 엄마, 아빠와 함께 화면에 얼굴을 비췄다. 그래도 아내와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다. 우리는 떳떳했다. 최선을 다했으니까.


온라인 모임을 마치고 영화도 한 편 봤는데 열한 시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떠올렸다.


“여보. 나 월요일에 회사 안 가”

“그러게. 너무 좋다”


애들은 아직 모른다. 월요일 아침까지 속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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