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기 전엔 더 열심히 놀아야지

9박 10일 밴쿠버-시애틀 여행 (3분의 2)

by 숭구리당당

4th Day

아크테릭스 아울렛(대성공) - 아크테릭스 입고 다운타운 걷기(ㅋㅋ)


5th Day

치폴레 먹기 - 밴쿠버 미술관 - 팀 홀튼(프렌치 바닐라 사랑해)


6th Day

시애틀로 이동 - 스페이스 니들(밖에서 구경) - 치훌리 가든 - 케리 파크 - 파이크 플레이스 - 스타벅스 1호 - 껌벽 - 관람차(야경)


7th Day

워싱턴 대학(대학생 부럽다..) - University Village - 가스웍스 공원 - 시애틀 사는 멋쟁이 친구 만나기


여행의 감상.

나라에 대한 인상은 생각보다 정말 사소한 것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 같다.

나를 보고 사람들이 웃어주는지, 아니면 굳은 표정을 짓고 경계하는지.

길거리에 쓰레기가 놓여있진 않은지, 화장실 안내가 잘 되어 있는지 등..


그런 점에서 처음엔 시애틀보단 밴쿠버가 훨씬 따뜻하게 느껴졌다.

밴쿠버는 지나가는 노숙자 분들도 ‘you look already good'이라며 칭찬을 남발하는 곳이니까.


하지만 그 인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네 번째 날, 우린 지쳐있었다.

34살이 넘으면 체력이 급격하게 줄어든다고 하는 말이 사실임을 몸소 입증하는 한 사람(P)과,

삼재(다리 삠) 이슈로 절뚝거리는 한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우린 한국인답게 쉴 수 없었다.

어떻게 온 여행인데! 무조건 나가야지!


그래서 고민을 하다 아크테릭스 아울렛을 찾았다.

캐나다 사람들의 아크테릭스 사랑은 과할 정도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그저 '비싼 고프코어룩'으로 생각했었는데, 캐나다 사람들이 죄다 입고 있으니 궁금증이 생겼다.

‘저 비싼 옷을 왜 다들 입고 있는 거지?’


하지만 정가를 주고 살 순 없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아울렛이 있었다.

세상에서 아크테릭스를 가장 싸게 판다는 곳.

우리는 신나는 발걸음으로 노스밴쿠버로 다시 향했다.


그런데 웬걸, 정말 횡재를 했다.

마침 우리가 간 날, 한국인 점원이 있었고

그분이 우리에게 좋은 제품들(할인율, 퀄리티, 제품의 인기 삼박자 완성..)을 마구 소개해준 것이다..!

한국어로 웃고 떠들며 생각보다 과한 지출을 했지만..^^..

캐나다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해 필요한 지출이었다며 스스로를 정당화했다.

(약간의 변장 같은 느낌.. 나 여기 좀 살았을걸..? 느낌..)


타지에서 말이 통하는 기쁨을 말로 표현하자면

진짜 가려운 데를 누가 싹 긁어주는 느낌 같다.

‘한국인이세요?’라고 그분이 말 걸어주셨을 때, 옷이 왜 ‘느좋’인지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될 때, 시원했다. 그렇게 우리는 시원한 쇼핑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캐나다 사람들은 아크테릭스를 ‘한번 사서 오래 입는 옷’으로 여긴다고 한다.

유행 따라 철 따라 바꿔 입는 옷이 아니라, 10년 대계를 바라보는 옷이라는 뜻이다.

그 점을 여실히 느낀 것은 옷 속에 있는 디테일들에 있었다.


모자, 허리길이는 각자 다른 몸에 맞게 크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모든 주머니에는 지퍼가 달려있었는데 까끌거리지 않았다.

비가 많이 오는 밴쿠버, 외투에 방수 기능은 필수,

물론 팔 길이가 긴팔원숭이처럼 길었지만,

소매 끝에도 찍찍이가 달려있어서 생활하는 데에는 큰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결국 사랑받는 데에는 디테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를 이만큼 생각했어’라는 디테일이 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시간, 돈..)을 기꺼이 내놓는다.

3보 1 아크테릭스를 마주한 비결은 바로 이 다정함이었다.


다섯째 날, 밴쿠버 미술관에 갔다.


에밀리 카와 낸 골딘의 전시가 한창이었다.

그녀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던 것 같다.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주목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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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카가 소외된 캐나다 원주민의 영혼을 화폭에 옮겼다면,

낸 골딘은 LGBTQ+ 공동체의 삶을 렌즈에 담았다.


에밀리 카는 원주민의 삶을 포착하기 위해 캐나다의 거친 오지를 가로질러 여행했고,

낸 골딘은 자신의 주변부를 마치 집착하듯, 있는 그대로의 날것으로 관찰하며 기록했다.


이들의 작품이 우리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그 속에 담긴 대상뿐만 아니라,

작가가 걸어온 삶의 궤적 때문일 것이다.


소외된 이들의 편에 서는 일을 '평생' 지속한다는 것은,

주류 사회의 안락함이나 보편적인 평온을 기꺼이 포기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귀한 사명감이 가장 크게 느껴졌다.


여섯 번째 날에는 시애틀로 향했다.


암트랙(Amtrak)을 이용했는데, 7시 15분 기차였음에도 불구하고 7시에 출발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이 열차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지 몰라도,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처사였다.

한국이었다면 난리가 났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돌아갈 땐 1시간 일찍 터미널에 와야겠다 결심한 P와 나였다.


시애틀로 향하는 길은 너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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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가로지르는 듯한 열차..


도 잠시, 곧 무서운 미국 세관 직원들이 열차 안으로 들어왔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무서운지, '안에 음식 없다' '여행이다'를 반복하니, 순서가 지나갔다.


그리고 잠시, 미국 땅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세관 직원들의 무서운 태도가 영향을 미친 탓인지,

시애틀의 첫인상은 차가웠다.

밴쿠버와 크게 인상이 다를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무서웠다.


그래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시애틀인걸, 따스울 거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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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은 맘먹으면 하루 안에 다 돌아다닐 수 있는,

도심이 작은 도시였다.


그래서 정말 하루 만에 다 돌아버렸다.

치훌리 가든 - 케리 파크 - 퍼블릭 마켓 - 스타벅스 1호점 - 관람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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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차 안에서 바라본 야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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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작은 반짝이는 점들이 야근하는 인간이라는 점이 소름 돋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희극, 가까이서 바라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이때도 통용되는 것 같다.


교통 카드를 일일권을 사서 열심히도 타고 다녔다.

그랬더니 정말로 하루 만에 모든 것이 다 끝나버렸다..


내일 뭐 하지?

그날 밤은 다음날 여행 계획을 세우느라 조금 바빴다^^..


일곱 번째 날은 워싱턴 대학이 있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밤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결과, 해리포터 도서관이라고도 불리는

워싱턴 대학의 수잘로 도서관에 가자! 고 결론이 났다.

우리 시대의 어린이라면 해리포터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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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앉아서 고심하는 학생들도 예뻐 보였다.


저런 힘든 노력의 시간을 견뎌내지 않으면 그 누구도 원하는 것을 이뤄낼 수 없다는 점이

인생의 유일한 공정한 지점인 것 같다.

‘살던 대로 살면, 살던 대로의 나밖에 되지 않는다’는 진리 앞에서,

바다 건너 이곳에서도 치열하게 노력하는 이들을 보며 묘한 위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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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캠퍼스.

워싱턴 대학은 캠퍼스가 예쁜 곳으로도 유명하다고 했다.

캠퍼스를 걷다가 학생인 척 학생 식당에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학생인 척하다 보니 시간이 잘 갔다.


그리고 유니벌시티 빌리지를 잠깐 갔다가, 우리 여행의 하이라이트 가스웍스 파크에 도착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그곳에서 너무 예쁜 풍경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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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뻐!

날씨도 도와줬다.

환하게 해가 나자, 바다도 풍경도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주변의 사람들도 모두 발라당 풀숲에 눕거나 앉았다.

바람도 솔솔 불고, 공기는 깨끗하고, 살 것 같았다.

한참을 그 언덕에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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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시애틀이 좋아져 버렸다.

(도시에 대한 인상은 정말 사소한 것에 의해서 생기고 바뀐다)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것이 도시의 인상뿐이겠냐만,

바뀐 마음에 솔직할 수 있는 것 역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먼산..)


시내로 돌아와서는 시애틀에 사는 친구를 만났다.


멋쟁이 친구.

초등학교 때 둘 다 갈라진 앞머리로 허허실실 하며 같이 영어학원에 갔던 기억 밖에 없는데,

언제 이렇게 멋져졌는지 모르겠다.


미국에 산지 어언 5년이 된 친구는 너무나 익숙하게 주문을 했고,

그곳에 있는 것이 어색해 보이는 나와는 다르게 편안해 보였다.


항상 다 같이 만나던 모임에서와 달리 친구와 단둘이 많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친구의 새로운 모습을 또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리 오래된 친구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새로운 모습을 또 발견할 때 어딘가 설렌다.


그런 느낌이다.

원래 핸드폰이 마음에 들었었는데, 진짜 편하고 좋은 기능을 발견해서 더 좋아진 느낌(?)

여하튼 더 멋있어 보였다.


친구가 바리바리 쥐어준 생존키트(과자와 음식들..)를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시애틀의 차가웠던 첫인상이 친구의 다정함으로, 또 파란 풍경으로 따스하게 덮이는 밤이었다.

가방 가득 마음을 채우고, 내일 다시 밴쿠버로 돌아가기 위한 짐을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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