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er Vegetarian (明德素食園)
신이 지역에 있는 성품 서점을 구경하던 나는 깜박 저녁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음악 코너에서 열린 작은 연주회에 눈과 귀를 빼앗겨, 한참 붙잡혀 있었던 탓이었다. 허기를 안고 서점에서 빠져나온 나는, 곧장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로 향했다. 계획에 없던 식사를 위해 두리번거리던 내 눈에 쯔주찬(뷔페식 도시락 가게)이 보였고, 허기에 지친 나는 고민 없이 식당에 들어섰다.
뷔페식으로 밥과 반찬을 식판에 담고 무게를 달아 계산하는 쯔주찬은 대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의 식당. 다양한 가정식 반찬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어 언제가도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당이었다. 주린 배에 마음이 급해진 나는 눈으로 대충 맛을 가늠해 가며, 몇 가지 반찬과 밥을 저울에 올렸다.
자리를 잡고 내가 골랐지만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반찬들을 하나씩 맛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낯선 맛과 식감 일색.
‘아직도 내가 모르는 대만의 맛이 많구나! 재밌다…!’
갸우뚱하며 반찬을 맛보던 내 눈에 문뜩 벽에 적힌 문구가 들어왔다. 그리고 이 낯선 맛과 식감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Vegetarians‘
허기에 급히 식당에 들어온 탓에 미처 간판 아래 적힌 ‘채식 식당’이라는 글자를 살피지 못했던 것이다.
대만은 ‘채식 강국‘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채식 인구가 많은 나라. 여러 나라,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나름 다양한 채식 문화를 접해보았지만, 이렇게 대중적이고 자연스럽게 채식을 접할 수 있는 나라는 드물었다. 특히 채식을 주로 서양 문화의 일부로 들여와, 서양식 분류에 더 익숙한 우리와 달리 대만은 독자적인 채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채식을 했다는 대만 친구 로위나는, 신기해하는 나의 물음에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어른들처럼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을 하는 것 아니야.”
“그냥 부모님이 고기를 안 드셔서 어릴 때 먹을 기회가 거의 없었어. 커서 제대로 먹어봤는데 맛이 너무 이상해서 못 먹겠더라고.”
“그리고 대만에는 고기가 아니어도 맛있는 게 많잖아?”
아주 오래전 종교적인 이유에서 시작된 대만의 채식 문화는 여러 세대를 거치며 당연한 식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무언가를 추구하거나 지키기 위함이 아닌, 몸에 밴 채식. 그렇게 채식을 체화한 인구가 많은 만큼 요리법도 광범위하게 발달해,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미식으로써 즐기는 요리가 되었다. 더 이상 ‘육식의 대체식’이 아닌 것이다. 물론 그저 여러 선택지 중의 하나일 뿐인 채식에 대해 유난스럽게 여기는 이도 없다.
채식인으로서의 생활이 궁금해, 친구와 만날 때마다 “식당도, 카페도, 네가 늘 먹던 식으로 골라줘!”라고 이야기하는데, 채식 식당도 많고 식당마다 채소로만 만든 메뉴가 많아 정말 어려울 게 없어 보였다. 더 맛있는 것을 고르기 위한 고민이 있을 뿐!
‘이건 무슨 채소로 만든 거지?’
‘이런 식감의 두부도 있다니!’
채식 요리법이 발달한 만큼 채소와 콩 가공법도 다채로워, 처음 보는 맛과 식감들이 흥미로웠다. 접시 위에 놓인 다양한 맛들을 즐기다 보니 채식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는 나조차도 ‘이런 맛과 다양함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는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미식을 원하는 여행자로서 궁금해졌다. 내가 모르는 ‘맛’들이 얼마나 더 있을까? 맛에 대한 새로운 경험, 미식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경험할 가치가 충분한 대만의 채식. 채식 쯔주찬 <Minder>에서의 흥미로운 경험을 시작으로, 나는 더 적극적으로 채식 요리들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Q스퀘어점(타이베이 메인역) : No. 1號, Section 1, Chengde Rd, Datong District ‣ Goole map
신이점 : 11號B2, Xinyi District ‣ Goole map
다양한 채식 반찬과 요리를 골라서 먹을 수 있는 뷔페식 식당. 비치된 접시나 도시락에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면 무게를 달아 계산한다. 채식 인구가 많은 만큼, 채소와 콩, 두부 조리법이 다양하게 발달해 있는 대만. 채식을 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새로운 미식을 경험해보고 싶은 여행자들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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