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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낮추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블라인드 리더

조명받는 블라인드 리더란

by 미운오리새끼 민

조직 내 능력이 있는 사람들 중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며, 때론 거만하고 불만이 많은 경우가 있다. 그들 중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 그럴 수 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결국 조직에서 스스로 떨어지거나 조직 내 사람들과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지 못하고 조직과 동료들 사이에 관계 형성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다른 경쟁상대에게 꼬투리를 잡히게 되는 것이며, 이는 곧 상대방이 자신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조직 내에서는 모두가 동료이지만 반대로 모두가 경쟁 상대인 것이다. 즉 서로 협력하여 일을 하더라도 승진이라는 부분에서는 경쟁상대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다른 상대에게 약점을 잡힌다는 것은 조직 내에서 성공하기기 힘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명한 사람은 조직 내에서 출중한 능력을 지녔다 할지라도 자신의 능력을 내세우기보다는 상대가 자신의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게 하여야 하고, 화가 나거나 불쾌한 일이 있더라도 표정 변화가 없어야 한다. 즉 상대방에게 자신의 속내를 들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럴 때만이 조직 내 동료들도 그에게 호감을 갖고 신뢰하며, 적개심을 갖지 않게 된다. 조직 내 모든 동료들과의 관계 형성이 원만하다는 것은 그에게 적이 없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곧 상대방에게도 경계의 눈초리를 피할 수 있어 언제든 기회가 오면 한방에 상대를 무너뜨리고 자신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블라인드 리더들은 자신의 리더에게도 항상 겸손하며 섬기는 모습을 보인다. 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이런 블라인드 리더들은 잘 알기에 자신을 항상 낮출 줄 아는 것이다. 또한 리더의 입장에서는 자신보다 출중한 블라인드 리더가 눈에 가시거리라 항상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겸손한 모습을 보여 준다면 리더의 입장에서도 마냥 의심만 할 수 없는 것이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라는 말이 있다.

올곧은 나무는 목재로 쓰이기 위해 베어지지만 구불구불한 나무는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다.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다. 너무 곧고 강직한 사람, 조직에 항상 충언을 하는 사람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듣기 좋은 말도 한두 번이라고 리더에게 아무리 좋은 충언을 할지라도 그것이 리더의 귀에 거슬린다면 그것은 결코 리더나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부를 하거나 이를 무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조직을 위해서 헌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렇듯 자신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때를 기다를 줄 알고 참는 능력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언제나 상대를 대하는 능력을 가진 자만이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사마의와 스티브 발머를 들 수 있다.

사마의는 삼국시대에 제갈량과 가장 대등한 싸움을 했던 인물이다. 조조나 손권 등 그 수하의 책사와 장군들이 번번이 제갈량의 지략에 무릎을 꿇을 때 사마의는 제갈량과 상대하여 이기지는 못하였지만 그렇다고 패배하지도 않았다.

사마의는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기보다 모든 공을 왕에게 돌리고 자신은 한없이 낮췄다. 당시 상황에서 자신을 내세우게 되면 결국 경쟁상대의 제거 대상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결코 내세우지도 않았다. 이 모든 것이 때를 기다릴 줄 아는 기다림의 미학이었다. 이런 기다림이 가능했던 것은 어쩌면 자신의 능력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뽐내고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위라고 생각하여 과시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다른 사람들의 경계 대상이 되기도 하고 경쟁상대에 의해 모함을 받거나 리더에 의해 제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찌 보면 자신의 능력만 믿고 정작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마의는 자신의 능력을 숨겼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속 마음까지 철저히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항상 주위의 동료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그러다 보니 사마의의 경쟁상대조차 그를 방심하게 하였으며, 이는 결국 사마의가 단 한 번의 기회로 권력을 잡을 수 있는 발판이 되었던 것이다.

일례로 조상이 권력을 잡은 후 사마의에게서 병권을 가져왔었다. 사마의는 때가 아님을 알고 병을 핑계로 조정에서 물러났다. 조상은 그런 사마의를 의심하여 항상 그의 주변을 살폈는데 사마의는 조상의 그런 마음을 읽고 미친 사람처럼 행동을 하였다. 사마의의 이런 행동이 진짜인지 의심이 되어 조상은 자신의 심복인 이승을 형주지사로 보낼 때 사마의에게 송별 인사를 하며 그의 동태를 살펴보도록 하였다. 사마의는 이승이 오자 정말로 병든 환자처럼 행색을 갖추고 그를 맞이하였다.

이승이 사마의의 그런 모습을 보고 안쓰러움에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형주지사로 임명해서 떠나는 길에 인사차 들렀습니다. 너무 오래 안 뵌 사이에 이렇게 병환이 깊으신 줄 몰랐습니다."

그러자 사마의는 웃으며 말했다.

"병주는 삭주에서 멀지 않으니 잘 방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승은 사마의가 잘 못 알아들은 것을 알고 말했다.

"병주가 아니라 형주지사입니다."

사마의는 다시 엉뚱한 말을 하였다.

"병주에서와 왔다는 말이오?"

"형주로 가는 길입니다."

사마의는 그제야 크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 형주에서 왔다는 말이오?"

이승은 사마의가 자꾸 엉뚱한 말만 하자 사마의의 병세가 정말 심각하다고 받아들였다. 사마의의 시중들이 귀가 멀어서 안 들린다고 하자 이승은 종이를 가져오라고 하고 글로 사마의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였다. 그제사 사마의는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병이 들어 귀가 잘 들리지 않네. 부디 몸 조심히 다녀오시게."

그리고 난 후 시녀들에게 입을 가리켜 탕약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사마의는 탕약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대부분 옷에 흘렸다. 그리고는 다시 이승에게 이런 당부를 하였다.

"내가 이제 병이 깊어 언제 죽을 주 알 수 없네, 부디 우리 자식들을 그대가 잘 보살펴 주게."

사마의는 그리고 바로 침대에 누워 곧 죽을 사람처럼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승은 이 사실을 바로 조상에게 알렸으며, 조상은 매우 기뻐하면서 말했다.

"사마의만 죽는다면 아무런 걱정이 없다. "

조상이 사마의를 얼마나 경계했는지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사실 권력자의 입장에서도 도무지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인물을 자신의 블라인드 리더로 중용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주변의 평판이 좋고 자신의 위협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을 하면 서서히 자신의 경계 대상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사마의는 이런 때를 교묘히 노린 것이며, 이런 기다림이 결국 그의 왕조를 여는 계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스티브 발머 또한 자신을 낮추며 빌 게이츠를 20년간 보좌하였던 블라인드 리더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했다.

"스티브가 1인자이고, 나는 2인자다."

이렇듯 그는 빌 게이츠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며 항상 빌 게이츠를 앞세웠다. 하지만 스티브 발머가 나중에 최고 자리에 올랐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업적 중 가장 큰일은 20년 이상 빌 게이츠를 참아 냈다는 것이다."

스티브 발머가 빌 게이츠와 일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참아가며 그의 밑에서 일을 하였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말이다. 빌 게이츠의 성격을 맞춰 가며 일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은 확실한 거 같다. 소문에 폴 앨런이 호지킨병에 걸린 것이 빌 게이츠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라는 설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빌 게이츠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하니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화병이 안 나는 것이 이상하다고 할 것이다.

이런 것만 보면 빌 게이츠가 고집불통에 독불장군인 거 같다. 이런 사람 밑에서 20년을 묵묵히 지지하고 따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도 다른 사람이었다면 빌 게이츠를 밀어내기 위해 자기세력을 만들거나 중이 절이 싫으면 나간다고 따로 나가 회사를 차렸을 텐데 스티브 발머는 그러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에 올라설 수 있었다.

사마의나 스티브 발머의 예처럼 조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인내와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는 처연함, 그리고 상대방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PS : 리더나 관리자 앞에서 화가 나거나 생각이 달랐을 때 어떻게 행동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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