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리더
국가나 조직은 외부에 의해서 망하기도 하지만 궁극적 원인은 내부 즉, 사람에 의해서 망하는 경우가 많다.
로마제국이 게르만 민족의 이동으로 망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사실은 그 이전부터 중소 자영 농민의 몰락이라는 내부의 문제 때문에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기업이나 조직 또한 마찬가지다.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해서...
경쟁기업이 너무 뛰어나서...
이런 말은 여러 원인 중에 하나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이미 기업이나 조직 내부에서 그런 흐름이 감지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가만히 보고만 있었을까? 마치 서서히 침몰하는 배처럼 말이다.
조직이 위험해지고 종국에는 망할 수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내부의 의견들이 반영이 안 됐거나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의견이 반영이 안 됐다는 것은 의견이 무시됐다고 봐도 될 것이다. 또한 강압적인 분위기나 리더의 고집이 다수를 침묵시킬 수 있다.
과거 조선의 선조는 이이의 10만 양병설을 무시했으며, 일본 사신단으로 파견 나갔던 황윤길이 일본이 조선을 침략할 수 있다는 보고도 듣지 않았다. 결국 그 결과는 임진왜란으로 이어졌으며 선조는 신의주까지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연산군 또한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을 수도 없이 죽이고 자신에게 바른말을 한 김처선이라는 신하마저도 무참히 죽임으로써 그 주변에는 더 이상 그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었다. 결국 중종반정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며 왕위를 잃게 되었다.
기업에서도 이와 다르지 않은 일들이 있었다.
노키아와 코닥은 핸드폰과 카메라 필름 부분에서 세계적 1위 기업이었음에도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결과 타사에 밀리면서 1위 자리는 물론 기업의 운명까지 위태롭게 되는 상황까지 갔었다. 특히 코닥은 디지털카메라를 제일 먼저 자체적으로 개발하고도 필름 시장에 집착한 나머지 변화를 거부함으로써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였다.
이외에도 워크맨으로 상징되는 소니는 MP3 시장 대응에 늦어지는 바람에 퇴출되었으며, 비디오 시장에서도 호환이 안 되는 자사의 VCR 시스템을 고집함으로 인해서 그보다 1년 늦게 출시된 VHS 시스템에 밀리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물론 이 당시 내부에서도 수많은 갑론을박의 논의가 이루어졌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결국 변화와 개선의 의견들이 묻히면서 안 좋은 결과를 나타내게 된 것이다.
'좋은 말도 세 번만 하면 듣기 싫다'라는 속담이 있다. 하물며 내부에서 결정한 내용을 계속해서 반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조직이나 기업이 어려움에 겪게 되고 그것을 헤쳐 나가기 위해 조직원들이 리더를 설득하고 조직을 변화시키려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조직원들은 입을 닫게 된다.
흔히들 잘 되는 조직이나 기업의 분위기는 개방적이고 열린 사고들을 갖고 있다. 그리고 다양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조직이나 망하는 조직은 경직되어 있고 의견 제시가 부족하다.
이미 망해가는 조직에 누가 바른말을 하며 그것을 일으켜 세우려 하겠는가?
리더에게 아무리 고언을 하도 받아들이지 않고, 조직을 잘 이끌기 위해 노력해도 성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거기에 속한 조직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한 번쯤 직장생활과 조직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경험을 한 번쯤 해 봤을 수 있다.
노력을 해도 안된다면 결국 포기를 하는 것이고 스스로 입을 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조직을 떠날 생각만 할 수도 있다. 그렇게 서서히 한두 명씩 빠져나가 결국 좋은 인재는 사라지고 리더 주변에 아첨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는 사람들만 존재하게 되면 그 조직은 망하게 되는 것이다.
조직이 망하는 징후는 이렇듯 조직원들의 말수가 줄고, 인재가 떠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마음이 떠나면 그 대상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조직도 마찬가지다. 지금 몸담고 있는 기업이나 조직이 그러하다면 한 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조직이 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해야 하며, 경청과 상대에 대한 이해 그리고 공감, 배려와 소통이 있어야 한다.
세종대왕은 끊임없이 신하들, 학자들과 토의하였으며,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들과도 그들의 의견을 항상 경청하고, 몇 날 며칠 토론하며 때로는 그들을 설득시키고 이해시키기도 하였고 그들의 말을 따라 처리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세종이 허조와 일을 할 때 자신의 말을 사사건건 반대하여
"허조는 고집불통이다"
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하였으며, 황희하고는 공법 시행과정에서 황희가 계속 반대를 하자
"황의의 의논대로 하라"
고 하면서 그에게 공법개혁의 책임을 맡기기도 했다.
이외에도 우리가 알만한 맹사성, 최만리, 최윤겸 등 신하들 대부분이 세종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사람들은 없었다. 하지만 세종은 그들을 배척하지 않고 그들이 계속 중책을 맡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토록 한글 창제에 반대했던 최만리조차 세종은 그와 끊임없이 토론하였으며, 그가 집현전 부제학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가 버리자 그 자리를 비워두고 그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릴 정도였다.
세종의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신하들도 스스럼없이 자유롭게 세종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였으며, 세종 또한 신하들의 반대 의견을 경청하고 배려하며 배척하지 않은 이유는 개인의 사사로운 욕심을 채우려는 것이 아닌 나라와 백성을 걱정하는 충심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들의 말을 때로는 수용하고 때로는 논쟁하며 일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한 노력들이 세종을 가장 위대한 왕으로 만들었던 것이며 그의 신하들 또한 훌륭한 인물로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세종은 이외에도 신분의 귀천을 떠나 능력이 출중하면 그를 중용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노비 출신의 장영실이었으며, 그로 인해 우리나라 과학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성과를 내었다.
개방된 조직은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핵심이며, 폐쇄형(단답형) 질문이 아닌 개방형 질문과 의문형 질문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과 맛있지?"
"사과 맛 어때?"
"사과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 질문은 폐쇄형(단답형) 질문으로 '예', '아니오'로 밖에는 답할 수 없다. 반면 두 번째 질문은 개방형 질문으로 답이 없기에 자신의 의견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으며 세 번째 질문은 의문형 질문으로 상대의 의견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으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다.
회의나 토의를 할 때 개방형 질문과 의문형 질문이 오고 가는 조직은 창조적이고 역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 반면 일방적 대화와 폐쇄형 질문이 오고 가는 조직은 한 사람의 눈만 바라보며 일을 하기에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기보다는 눈치만 바라보며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조직원들이 말수가 적어지면 그 조직은 위험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로마가 천년 넘게 지중해를 장악하고 칭기즈칸 광활한 땅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군사적 힘만이 아니라 각 나라의 문화를 인정하고 그 나라의 인재들을 등용하고 의견을 수렴하며 나라를 다스렸기에 가능했던 것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와 서로 소통하는 조직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끊임없이 성장 발전할 수 있다.
선택은 리더의 몫이다.
'가마솥의 개구리'라는 표현이 있다. 찬물에 들어간 개구리가 물이 끓어오르면 처음에는 가마솥 안이 따뜻해서 편안히 있다가 자신이 삶아 죽는 것을 모른다는 얘기다.
'어진 새는 나무를 가려 둥지를 튼다'라고 폐쇄적이며 일방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에서 오래도록 일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직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고 의사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고 그것을 수렴하며 공감하고 반영하는 조직은 성공할 수 있어도 그렇지 않은 조직은 서서히 망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PS : 우리가 몸다고 있는 조직이나 기업은 가마솥 개구리처럼 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주변의 동료들이 이직을 고려하거나 말 수가 적어진 사람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