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민 부장은 세계지도가 펼쳐 있는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침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지구의 축이 흔들거렸다. 지금은 평온을 되찾았지만 언제 또 이상 현상이 발생할지 아무도 몰랐다.
상황실 한쪽에 마련한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잤더니 온몸이 뻐근했다. 옆에 있는 차현민 팀장과 서로 번갈아 가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터라 그의 얼굴도 푸석해 보였다.
‘소장님은 괜찮은 건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연락이 없네. 내가 먼저 연락해 봐야 하나? 아니야, 괜히 발을 들여놓았다가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어.’
김찬민 부장은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다 내려놓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적 상식과 비과학적 현상에 대한 호기심은 과학자로서 여전히 그들의 일에 참여하고 싶게끔 자신을 유혹하고 있었다.
‘지금은 모든 것이 평온해. 이제는 상황판의 변화도 없어. 어쩌면 이대로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갈지도 몰라. 아니 그래야만 해. 그게 과학적으로 맞는 거야. 어쩌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몰라.’
김찬민 부장은 최면을 걸 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부장님,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활동이 심상치 않은데요?”
차현민 팀장이 말했다. 킬라우에아 화산은 예전부터 활동하는 화산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갑자기 스크린에서 나오는 붉은 점이 그 범위를 서서히 확대하고 있었다. 균열이 심해지면서 화산활동이 화산 주변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었다.
“쓰나미 경보도 발동됐어요.”
차현민 팀장이 빅아일랜드 주변 바다의 쓰나미 경보를 보고 말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 저기 쓰나미 발령 주변을 확대해 봐.”
김찬민 부장이 하와이 주변의 스크린을 가리키며 말했다. 차현민 팀장이 하와이 부분을 따로 캡처해 확대했다.
“저게 뭐지?”
김찬민 부장이 화면속 스크린을 가리키며 말했다.
차현민 팀장도 쓰나미 지역을 관찰했다. 김찬민 부장은 물 빠짐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쓰나미 전조증상이라 하지만 그 폭이 너무 컸다.
“차 팀장, 주변 바닷가를 보여줘.”
김찬민 부장은 하와이 주변의 다른 섬들과 해안가를 살펴 보았다.
“부장님, 저쪽 화면을 보세요.”
차현민 팀장이 빅아일랜드 섬 아래쪽 화면을 가리켰다. 바닷물이 소용돌이치며 바닷속 아래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블랙홀을 연상시키듯 태평양의 바닷물을 모두 삼켜버릴 기세였다.
“바닷속 땅이 융기하고 있어!”
김찬민 부장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바닷물을 보며 말했다. 그의 얼굴이 하얀 백설기처럼 사색이 됐다.
“이건 말도 안 돼. 태평양 한가운데 바닷속 땅이 올라온다는 건 잊을 수 없는 일이야.”
“땅이 안 보이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차현민 팀장이 스크린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김찬민 부장은 이미 정신이 완전히 나간 사람 같았다.
“차 팀장, 태평양 쓰나미경보센터에 이 사실을 알려줘야 해. 어서 전화 해.”
차현민 팀장이 태평양 쓰나미경보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거기서도 부장님과 같은 얘기를 해요. 그런데 제 눈에는 아직 육지가 보이지 않는데 어디에 바닷속 땅이 올라온다는 거죠?”
차현민 팀장이 전화를 끊고 나서 스크린을 보며 말했다. 김찬민 부장이 컴퓨터에서 홀로그램 영상을 펼쳤다.
“차 팀장, 바다에서 소용돌이는 단순히 용오름의 전조 증상일 수도 있어. 하지만 지금은 그런 용오름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아. 그렇지? 오로지 바닷물만 삼키고 있어. 그것은 바로 바닷속에 균열이 생겼다는 증거야. 그렇지만 그것도 단순한 지진으로 인한 균열이라면 일시적인 물 빠짐 이후 바로 쓰나미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현상이 없어. 그럼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뭘까? 바로 바닷속 해저지형의 융기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어. 물론 화산활동도 그 일환일 수 있지. 그러나 지금은 아마도 바닷속 해저산이나 해저 구릉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높다고 봐지는데 그 규모가 너무 클 거 같아 걱정이야.”
“얼마나 큰 지형이 융기를 하는데 그런 거죠?”
“지금은 알 수가 없어. 빙산처럼 떠 있는 부분과 수면 아래에 가라 앉은 부분이 다르면 바닷속에서 다 올라와 봐야 알 수 있지.”
김찬민 부장은 계속 하와이 주변 상황판만 예의주시 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모두 자연현상의 일부이길 간절히 바랐다.
푸른악령들은 불가마니 위에 돌로 변해 버린 자신들의 모습을 복원하려고 하였으나 지하에서는 자신들의 힘을 가로막는 질량 에너지 때문에 불가능 했다. 영혼은 나와서 활동이 가능했으나 그들의 육신은 여전히 돌처럼 단단히 굳어 있었다.
파란 눈만 보이는 그들의 영혼이 울부짖는 소리가 지하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다이몬 또한 푸른악령들의 영혼은 빼냈지만 자신의 힘이 아직 미약해서 돌처럼 변해있는 그들의 육신은 되돌릴 수 없었다.
다이몬은 분노했다. 푸른악령들의 울부짖음과 다이몬의 분노가 지하에 울려 퍼졌다. 그 울림이 파도처럼 지하의 용광로를 출렁이게 했으며, 그 파장이 용암으로 분출되고 있었다. 다이몬은 불가마니 위에 올려 있는 푸른악령들의 석상들을 끊으려고 했다. 하지만 석상 위에 짓눌러져 있는 거대한 지반 때문에 그마저도 힘들었다.
불가마니의 균열된 틈으로 에너지가 유입되면서 다이몬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었지만 그 양이 매우 소량이라 더 많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한 순간에 커다란 에너지의 유입이 여전히 필요했다.
결국 다이몬은 자신들을 누르고 있는 지반을 이동시키려고 했다. 다이몬과 푸른악령들처럼 서로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어서 들어올리기만 하면 되었다. 푸른악령들이 석상 주변을 빙 둘러섰다.
스물네 개의 푸른빛이 빙글빙글 탑돌이 하듯 석상 주변을 돌며 주술을 외우기 시작했다. 스물네 개의 푸른빛은 이글거리는 불꽃처럼 점점 타올랐다. 불꽃들은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다시 빙글빙글 돌다가 반대로 돌며 주술을 외웠다. 점차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다이몬도 불가마니 안에서 무언가 외치는 듯했으나 그 소리는 푸른악령들의 주술에 바로 녹아들어 정확히 그 소리를 알 수 없었다.
지반은 다이몬과 푸른악령들의 힘이 합해지면서 점점 땅 위로 올라갔다. 푸른악령들의 눈빛들이 더 밝게 빛났다. 눈에서 푸른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지반은 푸른악령들의 석상을 벗어나 점점 땅 위로 올라서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