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알게 된 진실

by 미운오리새끼 민

“황 박사도 좀 먹지 그래?”
강태석 소장이 라면을 식탁에 놓으며 말했다. 그녀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황 박사는 재단에 있어야 했어.’
“이리 와서 조금이라도 먹어. 두 개나 끓였어.”
황정민 박사는 강태석 소장이 계속 조르자 식탁에 앉았다.
“라면은 혼자 먹는 것보다 둘이 먹는 게 맛있지.”
강태석 소장이 라면을 그릇에 담았다.
“그런데, 괜찮아? 여기 온 거 후회되지 않아?”
강태석 소장이 그녀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재단에 갔었을 때 황 박사는 그냥 남았어야 했어.”
“무슨 말씀이세요? 전 괜찮아요.”
그녀가 라면을 먹으며 말했다.
“정말 괜찮아? 지금이라도 마음 바뀌면 말해. 어차피 나야 저들을 처음부터 돕겠다고 했으니 끝까지 도울 생각이지만, 황 박사는 그게 아니잖아? 아직 한창 젊기도 하고.”
“어머, 그것하고 뭔 상관 이예요?”
그녀가 기겁을 하며 말했다.
“아니, 내 말은 오늘 아침에도 죽을 고비를 넘겼기에 하는 소리지. 라면 불어. 어서 먹자고.”
강태석 소장이 젓가락으로 라면을 크게 집어서 입에 넣었다.


“자, 이제 슬슬 부리막대 상자를 해석해 볼까요?”
대간과 하람이 산책을 하고 돌아오자 강태석 소장이 말했다. 식사는 끝난 상태였고, 거실 테이블에는 아침에 대간의 위치를 해석했던 자료와 연구실에서 갖고 온 전자 북이 놓여 있었다. 웨어러블 컴퓨터는 강태석 소장이 계속 착용하고 있었다.

“누구부터 해석할까요?”
“확률이 높은 순서대로 해석하죠.”
강태석 소장의 말에 대간이 말했다.
“황 박사, 나에게 마지막에 보냈던 자료들 다시 보내줘.”
강태석 소장이 그녀에게 말했다.
“메모리 카드에 있는 자료들은 업데이트하신 거죠?”
그녀가 자신의 웨어러블 컴퓨터를 켜며 말했다. 강태석 소장이 주머니에서 메모리 카드를 꺼내 보여줬다.
“다 업그레이드했지. 자료만 주면 이것들하고 매칭 해서 찾아보면 돼. 대간, 부리막대 상자를 보여주세요.”

대간이 주머니에서 부리막대 상자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부리막대 상자가 빛을 내며 천천히 돌았다. 대간이 있었던 면에는 대간과 함께 짝을 이룬 지구방위기사단의 그림문양만 나타나고 있었다.

다른 부리막대 상자 면에는 두 개의 지구방위기사단 그림문양이 보였다. 하람의 팔찌에 새겨진 그림문양으로 각 면에 나타나는 지구방위기사단의 십이지신이 확인됐다. 용과 닭, 호랑이와 토끼, 양과 돼지, 원숭이와 쥐, 소와 뱀, 그리고 대간이 있었던 자리에는 말이 확인됐다.

강태석 소장은 부리막대 상자에 나타나는 나머지 열한 명의 지구방위기사단 그림문양들을 카메라로 촬영한 후 웨어러블 컴퓨터에 옮겼다. 그리고 대간의 그림문양까지 포함하여 지구방위기사단의 그림문양들을 차례대로 배열한 후 그림문양 속에 동일한 그림들과 유사한 내용의 그림들을 함께 추려냈다. 이렇게 하자 서로 교차하며 같거나 유사한 그림문양들이 많이 나타났다. 전혀 다른 문양의 그림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대간의 그림문양과 일치하거나 비슷한 문양을 가진 다른 지구방위기사단 그림문양들도 최소 한 두 개에서 많게는 여러 개가 포함된 것이 확인됐다. 그는 대간과 가장 유사점이 많은 지구방위기사부터 찾았다. 대간의 그림문양에서 나타난 왕, 강, 물, 사람, 영면 등의 그림문양을 가진 지구방위기사를 찾아갔다.

“소장님, 메신저로 자료 보냈어요.”
황정민 박사가 말했다.
“오케이.”
그는 일이 잘 풀리는지 싱글거리며 나머지 자료들을 조합해 갔다. 황정민 박사가 그의 옆으로 갔다.
“또 도와 드릴 게 있나요?”
“아니, 괜찮아. 이제 내가 정리했던 자료와 황 박사가 보내준 자료들을 살펴보면서 일치율이 높은 것들을 찾아 해석하면 돼. 자, 이렇게 하면 내 것과 황 박사 자료가 합쳐지는 거야.”

자료들은 각 그림문양마다 유사한 문양들을 찾아 그에 맞는 일치율을 보여줬으며 서로 겹치면서 일치율을 높여 갔다.
“가장 많이 유사한 지구방위기사단을 찾았어요!”
강태석 소장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해석을 다 한건 가요?”
대간이 강태석 소장 옆으로 다가왔다.
“거의 해석을 했는데 나머지는 자료들을 더 찾아봐야 해요. 이 화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부분은 아직 자료를 못 찾은 부분이고, 이 부분은 100% 일치한다고 보는 겁니다. 그리고 계속 자료들이 바뀌는 그림문양들은 일치율이 높은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하지만 일치율이 100%라고 해도 그게 꼭 여기에 사용되는 그림문양과 같이 해석된다고는 볼 수 없어요. 이것은 이 그림문양과 일치하거나 비슷한 것을 찾는 것이지 그 해석 또한 같다고 보면 안 됩니다.”

강태석 소장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때 갑자기 컴퓨터 화면에 푸른 창이 떴다.
“컴퓨터 화면이 왜 저러죠?”
하람이 홀로그램 화면을 가리키며 물었다.
“바이러스 문제야. 잠시만.”

화면이 사라진 후 강태석 소장이 컴퓨터를 끄며 말했다. 아침과 다르게 그의 얼굴과 행동이 너무 침착했다. 마치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해서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사람 같았다.
“황 박사 컴퓨터는 문제없나?”
“네, 제 것은 괜찮아요.”
“황 박사, 잠깐 나 좀 볼까?”
강태석 소장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찼다.
“무슨 일 있나요?”
대간이 강태석 소장의 안색을 살폈다.
“아니요. 괜찮아요. 잠시 황 박사하고 의논할 일이 있어서요.”

그들이 방으로 들어갔다. 대간과 하람은 왠지 불안했다.
강태석 소장이 먼저 방으로 들어 온 후 황정민 박사가 들어왔다. 방에는 커다란 침대 하나와 작은 응접 테이블과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와 침대를 포근히 감싸고 있었다. 강태석 소장이 의자에 앉자 그녀도 앉았다. 강태석 소장이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살폈다. 어색한 분위기를 피하려고 그녀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새 한 마리가 창문을 스치듯 날아갔다.

“황 박사, 나하고 일한 지 얼마나 됐지?”
황정민 박사가 그제야 강태석 소장을 바라봤다.
“한 5년 됐나?”
“횟수로는 6년이죠.”
“그동안 우리 한 팀으로 참 많은 일을 했지?”
“그럼요. 소장님하고 같이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이번 일도 그렇고요.”

그녀가 강태석 소장을 지그시 보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마워. 그래서 말인데, 우리 사이에 뭔가 숨기는 건 없는 거지?”
강태석 소장이 황정민 박사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그, 그럼요. 제가 왜 소장님을 속이겠어요. 그럴 이유도 없고······.”
그녀가 얼굴을 숙였다. 낯빛이 어두워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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