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야?”
강태석 소장이 그녀를 날카롭게 쏘아보자 그녀가 움츠려 들었다.
“이 카드 기억나지?”
강태석 소장이 테이블에 메모리 카드를 내려놓았다. 그녀의 시선이 메모리 카드로 갔다.
“이건 제가 소장님 부탁으로 갖다 드린 카드잖아요?”
당황한 눈빛으로 그녀가 강태석 소장을 바라봤다.
“그렇지, 나에게 주었지. 하지만 이건 내 진짜 카드가 아니야.”
강태석 소장이 주머니에서 또 다른 카드 하나를 내밀었다.
“진짜 메모리 카드는 내 책상 서랍에 있었지. 그게 원본 메모리 카드였어. 그리고 황 박사가 지난번에 내게 준 이 카드는 복사본이지. 여기에 바이러스가 심어져 있었어.”
“무슨 말씀이세요? 거기에 바이러스가 심어져 있다니요?”
그녀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물론, 이 카드만으로는 바이러스 유무를 판단할 수 없지. 이 메모리에 들어있는 바이러스만으로는 컴퓨터를 죽일 수 없기 때문이야. 내 안경에 있는 컴퓨터가 고장 난 결정적인 이유는 황 박사가 그날 아침 나에게 전송해준 해석 파일에 심어져 있었어. 그것이 이 메모리 카드에 내장된 바이러스와 연결되면서 컴퓨터 시스템이 고장 난 거야. 마치 그 전송 파일이 도화선 역할을 하고 이 메모리 카드의 바이러스는 폭탄 역할을 한 거지.”
강태석 소장이 차근차근 근거를 대며 그녀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소장님 말씀이 사실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죠? 제가 했다는 증거도 없잖아요?”
그녀가 강하게 부인하며 물었다.
“연구실에서 바이러스 체크를 했을 때 아무 이상이 없었어. 그리고 한 가지 더, 어떤 바이러스도 감지할 수 있는 리저드 백신을 깔았어. 방금 전 푸른색 화면이 열리면서 화면이 꺼진 이유는 리저드 백신이 바이러스를 감지했다는 거야. 그러면 프로그램은 자동 차단돼. 다행히 중앙 프로그램과 하드에는 영향이 없어.”
강태석 소장이 자신의 웨어러블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는 정상적으로 작동을 했고 황정민 박사의 파일과 합쳐지기 전까지 작업했던 내용이 화면에 보였다. 그녀는 너무 놀라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못 하였다.
“이게 뭘 의미할까? 황 박사의 자료와 합치기 전까지 진행했던 내용들이 마지막 화면으로 보이는 것은 이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거야. 그것은 리저드 백신 프로그램이 차단을 했기 때문이지. 여기서 다시 시연해볼까?”
강태석 소장이 황정민 박사를 더욱 압박했다. 그녀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얼굴은 검은 커튼 막이 펼쳐지듯 머리카락으로 뒤 덮였다.
“황 박사가 한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그만큼 그럴 사람이 아니니까. 도대체 왜 그런 거야?”
강태석 소장이 아이 달래듯 부드럽게 물었다. 그녀의 어깨가 떨렸다.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황 박사가 나에게 이럴 이유가 없잖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지난번 소장님 연구실을 찾아온 사람이 소장님이 위험한 사람들과 함께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자기를 도와주지 않으면 저나 소장님을 해친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바이러스 파일을 소장님 메모리 카드에 넣으라고 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안 했어요. 그렇게 되면 원본 자체가 손상을 입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파일을 복사한 후 원본은 서랍에 넣어두고 사본에 바이러스를 넣은 거예요.”
그녀가 울먹이며 말했다.
“황 박사도 순진하네. 그 사람 말을 믿다니. 여기 상황을 봤으면 누가 우리 편이고 적인지는 구분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강태석 소장이 화를 참아가며 말했다.
“물론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죠. 하지만 주차장에서 일도 그렇고 여기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서 겁이 났어요. 그 사람 말이 사실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우리를 죽인다고 했어요. 전 정말 무서웠어요. 그렇다고 소장님이 이런 얘기를 들어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녀의 눈빛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우리를 돕지 않으면, 지구 전체가 위험해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야? 그때는 당신과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죽을 수 있어. 그걸 막기 위해서 우리가 노력하고 있는데, 반대로 그들을 도우려는 게 말이 돼?”
강태석 소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전 죽기 싫어요. 정말 싫어요!”
황정민 박사가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눈앞에서 무서운 것을 본 후 두려움에 떠는 것 같았다. 대간과 하람이 방으로 들어왔다. 대간이 황정민 박사의 눈빛을 보고 그녀를 진정시켰다. 그녀가 대간의 품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대간이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왜 그런 거죠?”
강태석 소장이 걱정이 되어 물었다.
“악령의 모습을 본 거 같아요.”
“어떻게 악령의 모습을 봤다는 거죠?”
“영혼을 통해서 악령을 본 거죠.”
“영혼을 통해서 봤다고요?”
강태석 소장은 대간의 말이 이해가 안 되었다.
“황 박사의 영혼 속에 들어가 두려움을 심어 놓고,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 거죠. 보이지 않는 다이몬의 종이 되어 버린 겁니다.”
“그럼, 앞으로 저렇게 살아가야 하나요?”
강태석 소장이 편히 잠들어 있는 그녀를 보며 대간에게 물었다.
“저들이 씌워 놓은 두려움의 기억들은 다 지웠어요. 깨어나면 모든 것을 잊고 있을 겁니다.”
“모든 기억이 사라졌다는 건가요?”
“네, 영혼 속에서 만난 악령과의 기억들뿐만 아니라 우리와 있었던 기억들도 사라졌습니다. 깊게 잠들어 있으니 깨어나면 마음이 편해질 겁니다. 그 사이 우리는 빨리 일을 처리하면 어떨까요?”
대간이 강태석 소장을 재촉했다.
“아, 네, 그렇게 하죠. 그런데 황 박사가 갖고 있는 자료가 없으면 좀 더 시간이 걸려요. 빨리 황 박사가 깨어나야 해요.”
“황 박사가 보내준 자료를 다시 사용하면 안 되나요?”
하람이 강태석 소장에게 물었다.
“그게 좀 복잡해. 그 파일에 바이러스가 있어서 그걸 없애고 사용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
강태석 소장이 난감해했다.
“황 박사를 깨우면 안 되나요?”
하람이 대간에게 물었다.
“그건 안 돼. 깊은 잠을 자는 이유가 악령으로부터 치유되기 위해서인데, 그걸 임의대로 깨워 버리면 오히려 깊은 잠재 기억 속에 남아서 평생 황 박사를 괴롭힐 수도 있어.”
“얼마나 걸릴까요?”
대간의 말에 강태석 소장이 물었다.
“글쎄요. 짧으면 한나절이고 길면 하루 이상 잘 수 있어요.”
“그렇게나 오래요?”
하람이 놀라며 물었다. 강태석 소장이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니면, 황 박사의 컴퓨터에서 자료들을 찾아 촬영 한 후 내 프로그램에서 재생하는 방법이 있긴 해요.”
“그럼, 빨리 해요.”
“너무 다그치지 마. 잠들어 있는 상태라 황 박사의 컴퓨터가 안 켜질 수도 있어.”
강태석 소장이 하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