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석 소장이 그녀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왼쪽 손목 패드에 댔다. 그녀의 웨어러블 컴퓨터가 부팅됐다. 홀로그램이 켜졌고 홍채 인식 시스템이 열렸다. 강태석 소장이 그녀의 왼쪽 눈꺼풀을 들어 눈동자를 홍채 인식 화면에 비췄다. 홍채 인식 시스템이 컴퓨터 인식 유무를 판단하고 있었다.
‘사용자 인식 완료. 인공지능 모드 전환.’
화면에 승인 완료가 떴다. 강태석 소장은 수동모드로 전환 후 최근 파일 열람을 했다. 그리고 그녀가 정리했던 자료들을 하나씩 사진을 찍은 후 자신의 컴퓨터로 옮겼다. 방금 전 했던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지만 작업들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각각의 그림문양들을 찾아 일치율을 높이는 작업이 진행됐다.
컴퓨터는 그림과 고문헌의 그림들을 비교하며 확률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가지고 그림문양들을 해석했다. 그는 해석한 자료에 유사 검색기를 작동시켰다. 비슷한 유형의 내용들이 분류되면서 일치율이 높은 지구방위기사의 내용들이 정리되었다. 해석 내용이 대간처럼 열 개 정도로 좁혀졌다.
“내용들이 어느 정도 정리됐는데 더 이상 좁혀지지 않네요. 이제부터는 수작업으로 해야 돼요.”
그가 작업한 자료들을 프린트한 후 대간과 하람에게 보여줬다.
“이 지구방위기사도 왕과 함께 있어요. 지구방위기사단 중 십이지신 ‘말’을 의미해요.”
“그렇다면 매디를 말하는 거네요.”
강태석 소장의 말에 대간이 말했다.
“매디가 누구죠?”
“십이지신 ‘말’의 이름이야.”
하람의 질문에 대간이 말했다.
“지구방위기사단 마다 이름이 있나요?”
“다들 이름이 있죠. 저도 이름이 있어요.”
“이름이 따로 있어요? 어쩐지, 저는 가온누리님이 대간으로만 지칭을 해서 그게 이름인 줄 알았어요.”
대간의 말에 하람이 놀라며 말했다.
“하하, 그건 지구방위기사단인 우리 모두를 지칭하는 직책이야. 이 세상에서 수호자로 일할 때는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게 아니라 대간이라고 불려. 내 이름은 바론이야. ‘이치에 맞게 살아가라’는 의미지. 매디는 ‘마무리를 잘 짓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그럼, 앞으로 바론이라고 부를까요?”
“그냥 편하게 불러. 어차피 지금은 내가 대간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니.”
대간이 하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강태석 소장과 대간, 그리고 하람은 프린트 한 내용의 문장들을 서로 비교하고 대조했다. 그렇게 하니 하나의 문장으로 완성되었다.
‘지구방위기사단 매디는 왕과 함께 영면해 있다. 하늘과 땅이 그 안에 있으며 불은 영원불멸하다.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강을 만들었으며, 사람이 건널 수 없는 물이 흘러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왕과 그를 따르던 사람들이 함께 있었지만 그 누구도 살아나올 수 없었다. 매디의 친구들이 그 옆에 함께 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하람이 난해한 표정을 지었다.
“ ‘왕과 함께 영면했다’는 건 왕의 무덤을 말하는 것이고,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강을 만들었다’는 것과 ‘사람이 건널 수 없는 물이 흐른다’는 건 그냥 물이 아닌 예사롭지 않은 물이 흐른다는 거야. 그리고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은 아직 발굴을 못했다는 것이고, ‘왕과 함께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살아나올 수 없었다’는 것은 사람들을 순장했다는 거야. 그런데 ‘매디의 친구들이 그 옆에 함께 있다’는 마지막 문장은 잘 모르겠어.”
강태석 소장이 순서대로 내용을 해석해가며 차근차근 말했다.
“순장이 뭐죠?”
하람이 강태석 소장에게 물었다.
“옛날엔 왕이 죽으면 왕과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을 함께 묻었어.”
“산 사람을 함께 묻어요?”
하람이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예전에는 사람이 죽으면 환생한다고 믿었지. 그래서 무덤도 그 사람이 생활했던 공간을 그대로 재현했고 죽은 사람이 평소에 사용했던 물건과 그를 수발했던 사람들도 함께 묻었어.”
“너무 끔찍한 일이네요.”
강태석 소장의 설명에 하람이 손으로 양팔을 문질렀다.
“일단, 순장한 왕의 묘 중 아직 발굴이 안 된 묘를 찾으면 그곳이 어딘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대간이 말했다.
강태석 소장은 순장 묘가 있는 지역을 컴퓨터로 찾았다. 순장 묘는 주로 동아시아 특히 중국에 많이 있었다. 그중 발굴이 안 된 묘 중 한 곳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여기를 봐요! 제 생각엔 이곳 같아요.”
강태석 소장이 화면을 키워 중국의 한 지역을 가리켰다.
“저곳은 진시황릉이 있는 곳이잖아요?”
하람이 알고 있는 듯 말했다.
“맞아. 진시황릉은 대표적인 순장 묘야. 그때 같이 일했던 수많은 인부들이 나오지 못하고 진시황과 함께 묻혔어. 또한 현대의 발굴 기술로는 진시황릉을 조사하는 것이 불가능해 지금까지도 인간의 영역이 닿지 않은 곳이기도 해. 그런데 마지막 부분이 헷갈려서 확신이 안서. ‘매디의 친구들이 그 옆에 함께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진시황릉이 맞으면 매디의 친구들은 누구를 말하는 걸까?”
그는 마지막 문구 때문에 여전히 확신이 안 섰다. 풀릴 것 같은 수수께끼가 2% 부족으로 해결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구방위기사단의 정확한 위치는 100% 일치해야 해요. 사실 100%라도 막상 그곳이 아닐 확률은 얼마든지 있어요. 결국 100%가 아니면 0%의 확률 싸움인 ‘모’ 아니면 ‘도’의 싸움이죠.”
강태석 소장은 마지막 문구가 계속 걸렸다.
“혹시, 다른 곳이 아닐까요? 우리가 너무 진시황릉 한 곳에 집착을 하는 건 아닌가요?”
대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강태석 소장도 대간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다른 곳을 살펴봤다. 하람은 예전에 진시황릉을 방문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유심히 진시황릉 주변을 계속해서 살폈다. 그때 뭔가 생각났는지 하람이 강태석 소장을 불렀다.
“매디가 십이지신의‘말’을 의미한다고 했으니 그의 친구들은 바로 ‘말’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보면 진시황릉 주변에 병마용갱이 있으니 매디의 친구들이 항상 있다는 말이 성립되잖아요?”
“네 말이 맞는 거 같구나. 너도 이제 고문헌 학자를 해도 되겠는 걸.”
강태석 소장의 얼굴이 환해지면서 하람을 칭찬했다. 하람도 칭찬을 받자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진시황릉이 맞아요? 빨리 그곳으로 가죠?”
대간이 서둘러 말했다.
“하지만, 진시황릉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가 봅시다. 가면 또 뭔가 방법이 있겠죠.”
대간이 강태석 소장의 걱정을 잠재웠다.
“황 박사는 어떻게 할까요?”
강태석 소장이 잠들어 있는 황정민 박사를 보며 말했다.
“기억이 사라진 상황에서 깨어나면 당황할 수 있어요. 황 박사 집에 데려다 놓는 게 좋겠어요.”
대간이 잠들어 있는 황정민 박사를 들쳐 업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