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시죠.”
대간의 말에 강태석 소장이 박물관 메인 컴퓨터에 접속 했다. 방화벽이 열렸다. 그는 원격탐지시스템 관리자 서버를 찾아 들어갔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보안시스템이 풀려 있어도 자체보안시스템이 또 하나 있었다. 이렇게 쉽게 뚫릴 것이라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난관에 부딪혔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메인보안시스템 말고 자체보안시스템이 접근을 막고 있어요. 하람이 그쪽에서 자체보안시스템을 풀어줘야 해요.”
“이곳에서는 접근이 불가능한가요?”
“제가 해커가 아니라서 여기선 힘들어요. 메인 컴퓨터에서 보호막을 다운시키는 게 더 효과적이어요.”
‘하람, 보안장치가 하나 더 있는데 그쪽에서 들어갈 수 있니?’
대간이 하람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어떻게 하는 건데요?’
하람이 물었다.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묻고 있어요.”
“수면모드를 풀고 매인 컴퓨터에 자체보안시스템 보호막을 다운시킨 후 다시 메인 컴퓨터를 수면모드로 전환해야 해요.”
강태석 소장의 말을 대간이 하람에게 전했다.
‘시간이 부족해. 이미 수면모드로 돌아간 사실을 사무실에서 알고 있을 거야.’
하람의 마음이 급해졌다. 수면모드를 풀고 컴퓨터를 변환시켰다. 그리고 원격탐지시스템 서버를 찾았다. 강태석 소장의 말대로 별도의 자체보안시스템 장치가 있었다. 하람이 처음 사용했던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자체보안시스템이 다운됐다. 그런데 갑자기 빨간 불이 들어왔다. 하람이 메인 컴퓨터를 수면모드로 전환시켰다.
‘됐어요. 서두르세요. 비상등이 켜졌어요.’
하람이 다급히 대간에게 알렸다.
“해제했다고 합니다.”
대간의 말에 강태석 소장은 메인 컴퓨터에 접속한 후 원격탐지시스템 관리자 서버로 들어갔다. 자체보안시스템 안의 진시황릉 투시 자료를 클릭하여 전송 버튼을 눌렀다.
“이제 전송만 끝나면 다 됩니다.”
“보안요원들이 오고 있데요.”
대간이 하람의 텔레파시를 다급히 강태석 소장에게 전했다.
“조금만 시간을 끌어 보라고 하세요. 거의 다 됐어요.”
육중한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생각보다 이들의 대응이 빨랐다.
‘아직 안 됐나요?’
‘거의 다 됐어. 시간 좀 끌어봐.’
‘이제 옷을 입고 들어오려고 해요. 얼마나 더 걸릴까요?’
‘한 1분.’
‘알았어요. 노력해 볼게요.’
문이 열리고 우주복을 입은 사람이 들어왔다. 그가 메인 컴퓨터로 이동했다. 연기가 되어 하람이 그 앞으로 다가가 헬멧의 안면부를 가렸다. 시야가 가려진 그가 헬멧을 닦아 보았지만 닦여지지 않았다. 그가 밖으로 나갔다. 한 숨 돌린 하람이 대간에게 연락했다.
‘아직 안 끝났나요?’
‘거의 다 끝나가.’
하람은 1분이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다. 하람이 그의 곁으로 다가가려는 순간 연락이 왔다.
‘됐어. 이제 나와도 돼.’
하람은 재빠르게 닫히는 문틈으로 몸을 뺐다. 우주복을 입은 사람이 메인 컴퓨터 앞으로 가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수면모드를 다시 되돌려 놓았다. 그때 갑자기 그가 뒤를 보며 바깥쪽을 향해 손짓을 했다.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면서 모든 문이 닫히고 있었다. 비상 콘크리트 문도 내려지고 있었다. 하람은 서둘러 움직였다. 문은 거의 닫혀 가고 있었고, 하람의 몸이 바닥을 타고 빠져나갔다.
“다 됐습니다. 이제 대간이 준비할 차례입니다.”
강태석 소장이 진시황릉 내부 투시 자료를 받은 후 말했다. 그때 사이렌이 울리면서 공안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뭔가 큰일이 벌어졌나 봐요?”
“저들이 원격탐지시스템 보안이 해지된 것을 알아냈어요.”
대간이 말을 마치자마자 하람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저들이 진시황릉 투시도가 해킹당한 걸 안 겁니다. 관광객들을 통제하고 있는 걸로 봐서는 범인이 관광객들 내에 있다고 생각하나 봐요. 우리 신분도 노출될 수 있어요. 다운로드한 위치를 확인하면 우리도 위험해집니다. 서둘러야 해요.”
강태석 소장이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관광객들은 외부로 나가지 못하고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보안 검색대가 차려지고 밖으로 나가는 모든 통로는 이미 차단되었다. 셋은 4호 갱 옆 숲으로 이동했다. 강태석 소장이 다운로드한 자료를 펼쳐 보였다.
“진시황릉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네요. 지하에 지상과 같은 도시를 만들어 놓았어요. 정확한 실물로 묘사되어 있지는 않지만 진시황릉이 평소 살던 곳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얘기가 사실이었어요. 그리고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의 통로도 연결된 게 맞네요. 동쪽 통로에서 나온 길이 중간에 여러 갈래 길로 나눠져서 각각의 병마용갱과 연결되어 있어요. 무덤에서 살아 나온 진시황이 언제라도 자신의 군사들에게 달려가려고 한 거 같아요.”
강태석 소장의 감탄 소리가 연이어 나왔다.
“이 지점이 우리가 4호 갱을 통해서 들어간 곳입니다. 그리고 이 너머부터가 진시황릉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이 주변에 수은으로 된 강이 흐르는 거 같아요. 문제는 매디가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겁니다.”
“진시황릉 옆에 있지 않을까요?”
강태석 소장의 말에 하람이 물었다.
“진시황은 황릉 안에 있긴 하지만 한자리에 있지 않고 수은으로 된 강을 떠다니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어. 여기도 보면 진시황의 관이 따로 나타나 있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이들도 아직까지 진시황의 관을 찾지 못했어.”
“그렇다고 매디도 떠돌아다니고 있지는 않겠죠?”
“그렇지. 그는 이 곳 어딘가에 있을 거야. 그곳이 어디냐가 문제지.”
하람의 물음에 강태석 소장이 말했다.
“매디가 친구들과 함께 있다고 했으니까, 이 근방에도 말을 키우는 곳이나 말들이 머무는 곳이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정말 병마용갱을 말하는 걸까요?”
대간이 진시황릉을 보며 물었다.
“음, 잠시 만요. 혹시 그런 유사한 곳이 있나 살펴볼게요.”
강태석 소장이 진시황릉 내부에 표시된 이름들을 살폈지만 내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범위를 황릉 주변으로 확대했다. 그런데 서쪽 통로 주변에 마구간이 있었던 흔적이 보였다.
“찾았어요. 우리가 너무 진시황릉에만 몰두하고 있었네요. 매디는 황릉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황릉 서쪽 주변 마구간에 있어요.”
“그렇다면 매디가 마구간에 있다는 거네요?”
그의 말에 하람이 반색을 했다.
“그렇지. 빨리 그쪽으로 이동하죠?”
그들은 진시황릉 무덤 서쪽 통로로 이동했다. 진시황릉 주변도 공안들의 감시가 삼엄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감시가 삼엄해서 들어갈 수 없어요.”
강태석 소장이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내가 들어가서 매디를 데려 올게요.”
“가셔서 어떻게 하는지 아시죠? 하늘의 언어로 말해야 해요.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 주세요.”
대간이 말을 마치자 강태석 소장이 신신당부를 했다. 대간이 조용히 사라졌다. 하람과 강태석 소장은 공안이 설치한 바리케이드 앞으로 갔다.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날은 점점 어두워졌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