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진시황릉과 검은 병사들

by 미운오리새끼 민

대간은 강태석 소장이 준 지도를 보며 서쪽 출입구 쪽으로 갔다. 바깥쪽은 경비가 삼엄했으나 안쪽은 의외로 조용했다. 마구간은 내성 안쪽 출입구 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발굴과 복원공사가 이곳도 진행 중이었다. 곳곳에 장비들이 입구 주변에 널려 있었다. 비상상황이라 사람들은 없었다. 대간은 천천히 입구 쪽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컴컴했다. 길게 통로가 나 있었으며 통로 옆으로 말들이 쉴 수 있는 공간들과 말들이 목욕을 할 수 있는 곳의 흔적들이 눈에 띄었다. 대간은 매디가 있을 만한 공간을 찾았다. 벽면을 천천히 만지면서 뒤 공간을 확인했다.

‘벽 쪽 공간에는 없어.’
대간이 하람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소장님이 바닥을 살펴보라고 하네요.’
대간은 바닥을 천천히 손으로 만져 나갔다. 말 목욕탕 주변 바닥 끝 쪽 공간이 비어 있는 것 같았다. 그곳은 배수시설이 있는 곳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단단한 돌로 되어 있어서 그것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간은 손으로 두드려 봤다. 맑은 소리가 났다. 대간은 이곳이라고 생각하고 주문을 외웠다. 목소리가 떨렸다. 돌 안쪽에서 불빛이 보였다. 강한 빛과 함께 대간 앞에 희미한 물체가 서서히 나타났다.


“아직 소식 없니?”
“아직요. 거기에 없으면 어쩌죠?”
“그렇다면 우리가 잘 못 해석한 거지. 좀 더 기다려 보자. 아니라면 대간에게 무슨 연락이 오겠지.”
강태석 소장의 마음도 초조했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때 오른쪽 하늘에서 푸른빛이 보였다.
“예감이 안 좋아요.”
“왜? 무슨 일이 있니?”
‘하람아, 매디를 만났어. 그쪽으로 갈게.’
대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만났대요.”
하람이 뛸 뜻이 기뻐하며 말했다.
“찾았다고?”
“매디를 만나서 이쪽으로 온데요.”

하람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강태석 소장과 하람도 놀라서 소리가 나는 곳을 봤다. 거대한 푸른빛과 함께 동쪽 들판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수많은 개미 떼들이 이동하는 것처럼 요란한 발소리와 함께 이쪽으로 빠르게 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으며, 공안들도 놀라서 어떻게 할지 모르고 있었다. 하람이 눈을 몇 번이나 다시 닦고 봤다. 하람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것은 병마용갱 안에 있었던 병사들이었다. 그들이 어떻게 생명을 얻고, 이곳으로 오고 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분명 병마용갱 안에서 봤던 병사들이었다. 그 위로 푸른악령들이 오고 있었다.

“큰일 났어요. 푸른악령들과 병마용 병사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어요.”
하람이 다급히 말했다.
“뭐라고? 병마용 병사들이?”
강태석 소장도 자세히 봤다. 위풍당당하고 늠름한 모습을 한 병사들이 무기를 완벽히 갖추고, 정연한 대열을 이루며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진시황제의 천하무적 대군이라는 것을 입증하듯 그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 보였다. 그들의 눈은 모두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이 놀라 도망가느라 우왕좌왕 하면서 진시황릉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공안과 황릉 주변의 경비대들이 병마용을 향해 총을 쏘았지만 그들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우리도 어서 이곳을 피하자.”
강태석 소장이 하람의 손을 붙들고 말했다. 그때 대간과 매디가 나타났다.
“푸른악령들이 우리가 마법을 쓴 것을 알고 찾아왔구나.”
대간이 말했다.
“병마용 병사들도 함께 몰려오고 있어요.”
하람이 서둘러 말했다.
“큰일이네. 푸른악령들이 병마용 병사들에게 악령의 기운을 넣었어.”
매디가 말했다. 매디는 대간과 키는 비슷했고 갈색 피부에 검은색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늘어져 있었다. 얼굴은 구레나룻이 턱 밑까지 있어서 더 길어 보였다.

“자리를 뜨는 게 어떨까요?”
“사람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강태석 소장의 말에 대간이 말했다. 대간이 부리막대를 이용하여 보호막을 쳤다. 진시황릉 근처까지 왔던 병마용 군대가 보호막에 부딪혀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병마용에 쫓기던 사람들은 그제야 안심을 하고 공안요원들과 경비병들의 도움으로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몇몇 사람들은 그 와중에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병마용은 불을 쫓는 나방처럼 아무런 목적 없이 보호막으로 달려들었으며, 보호막에 닿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푸른악령 둘이 보호막 반대편에서 이쪽을 보며 서로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병마용들이 보호막 뒤로 물러섰다. 그들의 푸른 눈빛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으며 얼굴 또한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푸른악령이 그들에게 공격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보호막 바로 아래 부분의 땅을 파기 시작했다.

“저들이 보호막 아래를 파요.”
하람이 말했다. 대간은 주변을 살폈다. 사람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를 한 상태였다. 대간이 보호막을 뒤로 밀었다. 하지만 병마용들은 여전히 땅속을 파고 있었다.
“보호막을 풀고 저들을 다른 곳으로 유인해야 해.”
대간이 말했다. 매디가 부리막대를 꺼내 자신이 있었던 마구간 주변의 땅에 빛을 쐈다. 그러자 땅이 갈라지면서 네 마리 말이 이끄는 마차부대와 기마부대들이 올라와 쏜살같이 병마용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저건 황실 친위부대야. 병마용이 더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황실 친위부대라니 믿어지지 않아.”

강태석 소장이 탄성을 질렀다. 싸움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기마부대와 마차부대의 우위로 가고 있었다. 마차부대가 정면을 돌파하면서 길을 뚫었고, 기마부대는 측면을 공격하고 있었다. 정면이 뚫린 병마용들이 옆으로 밀리자, 그것을 기마부대가 휩쓸고 지나갔다. 대간이 보호막을 풀고 전투를 위해 몸을 변형시켰다. 그리고 부리막대를 칼로 변형시켜 푸른악령들에게 달려들었다. 곁에 있던 하몬 둘이 대간의 공격을 저지했다. 푸른악령들은 뒤로 물러섰다. 갈고리처럼 생긴 하몬의 창이 날카롭게 대간의 미간 쪽을 파고들었다. 자칫 눈을 다치는 큰일을 당할 뻔했다. 대간이 양날 검으로 하몬들을 공격을 했지만 상대의 방어도 만만치 않았다.

매디도 몸을 변형시켰다. 매디의 뒷목 주위로 검은 갈기가 나왔으며, 그것은 갈색 갑옷 밖으로 까지 이어졌다. 긴 얼굴에 투구가 씌워졌다. 그리고 부리막대 끝 부분에서 줄이 길게 나왔다. 끝 부분에는 둥근 검은 구술들이 달려 있었다. 매디도 푸른악령들에게 달려들었다. 푸른악령들이 매디의 공격을 피해 달아났다. 대간을 공격하던 하몬이 매디를 공격했다. 어느덧 싸움은 병마용과 마차부대, 기마부대, 그리고 하몬들과 대간들의 싸움으로 확대되었다. 푸른악령들은 여전히 뒤에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땅 속을 뚫고 있던 병마용들이 지상으로 올라왔다. 그들이 마차부대의 후미를 공격했다. 삽시간에 전세가 불리해졌다. 마차부대가 병마용에 둘러싸였다. 기마부대가 양 측면을 공격하지 않았다면 마차부대는 몰살당할 뻔 했다. 마차부대가 정면을 뚫고 나갔다. 마차부대와 기마부대의 칼끝에 병마용들은 낙엽처럼 쓰러졌다. 그들은 땅에 쓰러짐과 동시에 사라졌다. 매디를 공격하던 하몬이 매디의 채찍에 가슴을 맞고 사라졌다. 푸른악령들은 전세가 불리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휘파람을 불었다.

“휘~익!”
병마용들이 일사불란하게 정렬 된 대오를 하며 물러났다. 뒤로 가면서 병마용들이 연기처럼 변해 푸른악령의 검푸른 외투 안으로 사라졌다. 푸른악령들과 하몬도 파란 점으로 변한 후 사라졌다. 들판은 방금 전까지 전쟁터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말끔히 정리되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상태였지만 잔잔한 바람에 풀잎들이 흩날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차부대와 기마병들도 자신이 있었던 자리로 돌아갔다. 대간과 매디도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의 이목도 있으니 우리도 빨리 이곳을 떠나요.”
대간이 말했다. 그들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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