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석 소장이 대간과 하람을 이끌고 커다란 나무 뒤로 숨었다. 차는 그들이 숨은 나무 근처에서 방향을 틀어 4호 갱 입구에서 멈췄다. 차에서 네 명이 내렸다. 그들은 주위를 살피더니 잠겨 있던 4호 갱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강태석 소장과 대간, 하람은 서로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들도 열린 문으로 들어갔다. 인기척은 없었다. 군데군데 불빛이 4호 갱을 비추고 있었다. 4호 갱은 텅 빈 운동장처럼 아무것도 없었다. 방금 들어간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앞쪽 끝에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그들은 불빛을 따라 조심조심 걸어갔다. 끝에 다다르자 말 한필이 들어갈 정도의 통로가 보였다. 불빛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안쪽까지 들어간 게 확실했다. 통로는 화강암 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들은 깊은 어둠의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세 갈래 길이 있었다. 불빛이 사라진 뒤라 이들이 어느 통로로 갔는지 확인을 할 수 없었다. 대간이 귀를 크게 하여 소리를 들었다.
“저쪽에서 소리가 나요.”
대간이 오른쪽 통로를 가리켰다. 그들은 오른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람들의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이들은 통로 끝 막다른 곳의 벽을 살피고 있었다. 한 사람의 손에는 기계가 들려 있었으며, 그 기계에서는 빨간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그 옆의 사람은 영상 장비를 이용하여 벽 너머의 곳을 투시하고 있었다. 하람은 이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 집중했다.
“이쪽에 수은이 많이 검출되나 봐요. 그리고 저 안쪽에 금속 물질이 포착됐어요.”
하람이 그들의 얘기를 듣고 말했다.
“진시황릉 근처까지 왔다는 얘기야.”
“저들의 얘기만으로 어떻게 알 수 있죠?”
하람이 강태석 소장에게 물었다.
“기록을 보면 진시황은 자신의 무덤 주변에 강을 만들고 그곳에 수은이 흐르도록 했어. 그는 자신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수은을 흐르게 한 게 아니라 수은이 영생을 가져다준다고 믿었지. 지금은 수은이 인체에 매우 위험한 물질로 인식하고 있지만, 진시황은 수은이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물질로 알고 있었어.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수은 중독으로 짧은 생을 맞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 불로장생을 영위하고 싶었던 진시황이 오히려 수은으로 인해 오래 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거야. 하지만 죽을 때까지 수은이 몸에 나쁘다고 생각은 안 해서 자신의 무덤 주변에 수은이 흐르는 강을 만들었어. 그런데 수은으로 인해 아직까지 진시황릉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죽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파헤치는 치욕을 당하지 않고 영원한 영면을 하고 있다고 봐야겠지. 어쩌면 죽어서 영생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그리고 진시황은 자신의 무덤이 파헤치는 것을 막기 위해 군데군데에 자동으로 발사되는 화살을 비치했다는 설이 있어. 아마 저 벽 안쪽에서 금속 물질이 포착됐다는 것은 자동발사 화살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
“그럼, 저 벽만 통과하면 진시황릉으로 들어갈 수 있겠네요?”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대간의 말에 강태석 소장이 힘주어 말했다.
“그런데, 저 사람들도 벽을 여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어요.”
“중국 정부에서는 완전한 발굴 시스템을 갖추기 전까지는 절대로 진시황릉을 함부로 발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병마용갱도 처음에는 각각 채색이 되어 있었는데 발굴 과정에서 채색된 부분이 산화되면서 모두 같은 색깔처럼 보이고 있지. 그래서 병마용갱을 추가 발굴하지 않는 이유도 있어.”
강태석 소장이 하람에게 말했다.
“저들이 떠나려고 해요.”
“우리도 자리를 떠야겠구나.”
강태석 소장이 하람과 대간을 이끌고 통로를 빠져나갔다. 텅 빈 병마용갱을 지나 문을 열고 조금 전 숨었던 나무 뒤로 갔다. 잠시 후 4호 갱에서 네 명이 나와 차를 타고 떠났다.
“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내부 지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매디가 영면한 장소를 알 수 있어요.”
강태석 소장이 말했다.
“원격탐지시스템에 접속하면 가능한 거죠?”
“제 생각은 그래요.”
대간의 물음에 강태석 소장이 답했다.
“그럼 저는 보안시스템을 책임질 테니 두 분도 준비하고 계세요.”
하람이 자리를 떴다. 하람은 병마용갱 박물관 전시실 입구에 들어섰다. 전시실에도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람은 화장실 입구에 있는 비상벨을 찾아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었다. 비상벨이 울렸다. 화재경보 시스템이 작동하자 관광객들은 일순간 우왕좌왕했다. 사람들이 밖으로 대피하기 위해 출구 쪽으로 이동했다. 하람은 연기로 변해 보안검색대를 통과 후 계단을 통해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보안시스템이 있는 지하 2층 서버실 출입구에 커다란 콘크리트 문이 내려오고 있었다. 하람은 재빨리 문을 통과했다.
전시실에 있었던 사람들과 사무실 직원들 모두 박물관 밖으로 대피했다. 서로들 영문을 몰라서 전화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자기들끼리 속닥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시실 관계자들은 관람객들을 안심시키느라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곧이어 소방차가 출동했다. 소방대원들이 박물관 안으로 진입했다.
보안스시템이 있는 지하 공간은 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으며, 입구는 이중 삼중의 문으로 되어 있어 관계자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하람은 빈틈을 찾아보았지만 개미새끼 하나 들어갈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일반인들이라면 보안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때 콘크리트 방화벽이 열렸다. 보안요원과 소방대원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지문과 홍채인식을 통해 철문을 열고 보안컴퓨터실로 들어갔다. 하람도 그들을 따라 들어갔다. 보안요원과 소방대원들은 점검을 마치고 메인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한 남자가 우주복과 같은 옷을 입었다. 메인 컴퓨터에는 접근 권한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가 강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하람도 그를 따라 들어갔다. 메인 컴퓨터가 있는 곳은 진공상태였다. 그가 컴퓨터 상태를 확인했다. 하람은 그가 작동하는 것을 지켜봤다.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그가 컴퓨터실을 나갔다. 하람은 그들이 완전히 나가고 난 후 메인 컴퓨터 앞으로 갔다. 방금 전 소방대원과 보안요원이 주고받은 말에 따르면 보안 컴퓨터는 파괴되지 않는 한 어떠한 경우에도 꺼지지 않는다고 했다. 단 수리나 정비를 위해 수면모드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길어야 몇 분이지 긴 시간 수면모드가 이어지면 컴퓨터가 자체적으로 보안시스템을 작동하고 보안구역을 통제한다고 했다.
하람은 수면모드로 전환 이후 보안요원이 올 때까지의 시간을 계산해 봤다. 최대 10분이었다. 강태석 소장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는 저들이 오는 시간을 늦추는 것이 중요했다. 컴컴한 방에 컴퓨터 불빛만 비추고 있었다. 연기로 변했던 하람의 몸이 사람으로 변했다. 하람은 보안요원이 했던 대로 컴퓨터를 작동하여 수면모드로 전환시킬 준비를 마쳤다.
‘준비 다 됐나요?’
하람이 대간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이곳은 준비됐어.’
대간의 음성이 들렸다. 하람은 그 사람이 눌렀던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컴퓨터 화면이 보였다. 수면 및 정비 모드가 보였다. 하람이 수면모드 버튼을 누르자 컴퓨터에 수면모드 전환이란 문구가 떴다.
‘됐어요. 시작하세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