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로 시간 끌 수 없어요. 어서 빨리 나머지 지구방위기사단을 찾아서 다이몬을 없애야죠.”
하람이 네 사람의 얘기에 끼어들었다.
대간이 움찔하며 강태석 소장에게 물었다.
“나머지 방위기시단의 위치는 어디까지 파악되었나요?”
“아마 컴퓨터가 거의 다 파악했을 겁니다.”
그가 웨어러블 컴퓨터의 자동운영시스템을 펼쳐 보였다. 컴퓨터의 화면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내용들이 정리되고 있었다. 이제는 지구방위기사단의 위치까지 지도에 표시되었다. 대간이 물었다.
“지도에 표시된 위치가 지구방위기사단이 있는 곳인가요?”
“네, 두 번의 검증 과정을 통해 장소를 찾는 프로그램을 설치했어요. 일치율이 99% 이상 돼요.”
강태석 소장이 자신 있게 말했다. 지도에 빨간 점들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리고 그 밑에 지구방위기사단의 모습이 보였다. 이집트 피라미드 근처에 호랑이, 페루 나스카 평원에 원숭이, 멕시코 치첸이트사에 뱀, 필리핀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 강에 용,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에 소,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양, 칠레 이스터 섬에 닭, 영국 스톤헨지에 쥐, 호주의 카타추타에 돼지, 요르단 페트라에 토끼 등 지구방위기사단의 위치가 나타났다.
“범위가 너무 넓어요. 이 많은 곳을 다니면서 지구방위기사단을 깨우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어요. 다이몬과 푸른악령들의 움직임이 빨라진 상황에서 지구방위기사단을 차례로 찾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요. 이들을 찾는 동안 다이몬과 푸른악령들의 힘은 더욱 세질 것이고, 푸른악령들이 육신을 갖게 될 경우 그들과의 싸움은 어려워질 수 있어요.”
하람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대간과 매디가 귓속말로 조용히 대화를 주고받았다.
“한 가지 해볼 만한 계획이 있는데 그게 가능한지는 살펴봐야 해요.”
“좋은 방법이 있나요?”
매디의 말에 강태석 소장이 반색을 하며 물었다.
“지구방위기사단의 부리막대는 각자 특유의 강점을 갖고 있죠. 매디의 부리막대는 멀리 공간이동을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매디가 공간이동을 해서 지구방위기사단을 깨우면 되겠네요?”
대간의 말에 하람이 물었다.
“문제는 마법을 쓰게 될 경우 다이몬에게 우리 위치가 노출된다는 거야. 아직까지는 그들을 잘 막았지만, 점점 힘도 세지고 있고, 그들의 세력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얼마나 막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
매디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매디와 얘기를 했는데, 잔나비는 부리막대를 이용하여 분신술을 할 수 있어. 매디가 잔나비를 깨워 오면 잔나비의 분신술을 이용하여 여러 명의 잔나비를 만든 후 매디가 한꺼번에 공간이동으로 보내서 나머지 지구방위기사단을 데려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설령 마법을 쓰더라도 시간적으로 오래 걸리지 않으니 다이몬이 안다 하더라도 우리를 공격하지 못할 거야.”
대간이 매디의 말에 이어서 아이디어를 냈다.
“좋은 방법 같아요.”
강태석 소장이 동의했다.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몰라서 고민 중입니다. 먼저, 정확한 지구방위기사단의 위치를 알아야 해요. 매디처럼 왕릉이 아니라 주변일 경우 가서 못 찾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지구방위기사단의 위치만 다이몬에게 노출하게 되어 더 위험해질 수 있어요.”
대간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좀 더 정확한 위치를 찾아보도록 할게요. 부장님, 위성 좌표 측정 프로그램을 제 컴퓨터에 깔 수 있을까요?”
강태석 소장이 컴퓨터가 표시한 지점과 해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밀 조사를 시작했다. 김찬민 부장은 자신의 스마트 폰을 강태석 소장의 컴퓨터에 연결했다. 김찬민 부장이 원격으로 자신의 컴퓨터에 접속하여 위성 좌표 측정 프로그램을 강태석 소장의 웨어러블 컴퓨터에 연동시켰다. 화면들이 빠르게 이동하면서 지구방위기사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위치가 좀 더 좁혀졌다. 또한 위성사진을 통해 그 지역의 모습까지 화면으로 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일치율이 100%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강태석 소장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푸르미르는 바다 한가운데 있는데 맞나요?”
매디가 의야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요. 무 대륙의 융기로 인해 해안가 주변이 모두 침수돼서 그래요. 사실 저곳은 육지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바닷물의 범람으로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겁니다.”
김찬민 부장이 매디에게 대답했다.
“다른 지역도 그런가요?”
“나머지 지역은 육지 쪽에 있어서 괜찮아요. 이스터 섬도 무 대륙의 끄트머리라 침수 피해는 면했어요.”
김찬민 부장이 위성지도를 보면서 설명했다.
“그러면 필리핀의 지하 강을 맨 마지막에 가야겠네요.”
대간이 말했다.
“하여간 푸르미르는 항상 마지막이야.”
매디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차피 푸르미르를 먼저 깨워도 부리막대의 모든 힘을 모을 수 없으니 마지막에 찾는 것도 괜찮아.”
대간이 매디를 다독이며 말했다.
“잔나비에게 먼저 가는 거죠?”
하람이 대간과 매디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강태석 소장도 잔나비에 대한 해석을 다시 했다.
“잔나비는 나스카 평원의 원숭이 그림문양에 있어요.”
“원숭이 문양이 여러 개 있는데 그중 어디를 말하는 거죠?”
강태석 소장의 말에 김찬민 부장이 물었다.
“문명이 더 앞선 곳이란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나스카 문명보다 수백 년 앞섰던 파라카스 문명이 번창했던 곳과 가까운 팔파 평원의 원숭이 그림 같아요.”
강태석 소장이 위성 뷰로 팔파 평원의 원숭이 그림을 화면에 확대했다. 약간 비탈진 언덕에 그려진 원숭이 그림은 살아 있는 듯 생생해 보였다. 그때 김찬민 부장의 스마트 폰이 울렸다.
“비상이 걸렸네요. 전 가봐야겠어요.”
김찬민 부장이 웨어러블에 연결된 스마트 폰을 빼려고 했다.
“부장님, 잠시 만요. 위성사진들만 캡처하고요.”
강태석 소장이 빠르게 지구방위기사단의 위치가 표시된 지역의 위성사진들을 캡처했다.
“위성 좌표 측정 프로그램 덕에 지구방위기사단의 위치가 더 정확해졌어요.”
강태석 소장이 웃으며 말했다.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상황실에 가서 이상 있으면 연락드릴게요.”
김찬민 부장이 스마트 폰을 분리하고 문서 창고를 나갔다. 강태석 소장은 매디에게 팔파 평원과 그림문양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잔나비가 있을 만한 곳과 주문을 알려 주었다.
“혹시, 잔나비가 여자인가요?”
“그걸 어떻게 알았죠?”
강태석 소장의 질문에 매디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여자가 맞네요. 왜냐면 여기 문장에 ‘흥겨운 여인의 품’이라는 말이 있어서요. 이 말은 잔나비가 원숭이 그림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옆 여인의 그림 속에 있다는 겁니다. 그 여인의 심장 앞에서 주문을 외우세요.”
강태석 소장이 이유를 설명했다. 매디는 대간에게 부리막대 상자를 넘겨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부리막대를 흔들자 사라졌다.
팔파 평원은 비도 거의 오지 않는 건조한 곳이었다. 사람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을뿐더러 고요하고 적막한 불모의 대지였다. 세상이 다이몬과 푸른악령들로 시끄러워도 이곳만은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곳에 혼자 덩그러니 있으려니 적막감마저 느껴졌다. 거대한 그림은 땅에서는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매디의 몸이 점점 하늘 위로 올라갔다. 지상에서 불지 않던 바람이 하늘 위에서는 강하게 불고 있었다. 서서히 그림의 윤곽이 드러났다. 화면으로 보던 것과 느낌이 달랐다. 한 번의 터치로 모든 그림을 그린 듯 선이 삐져 나가거나 수정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여인의 그림 형체가 보였다. 매디는 심장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주문을 외웠다. 주변에 살랑이듯 모래 바람이 느껴졌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