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가 사라진 후 강태석 소장은 나머지 지구방위기사단을 대상으로 다시 해석에 들어갔다. 지도에서 범위가 더 좁혀졌다. 어떤 경우는 잔나비처럼 위치가 조금 변경되기도 했다. 상황실에 간 김찬민 부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소장님, 지구 내부의 에너지 변화가 포착됐어요.”
“움직임이 있나요?”
대간이 물었다.
“아직 움직임은 없는데 거의 내부에서 핵폭발 이상의 에너지가 모여지고 있어요.”
“다이몬이 최대한 에너지를 끌어 모으고 있어요.”
“그럼, 어떻게 되는 거죠?”
김찬민 부장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푸른악령들의 석상을 제거할 겁니다.”
“매디는 아직 안 왔나요? 그러기 전에 빨리 지구방위기사단이 다 모여야죠.”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곧 나머지 지구방위기사들도 부를 겁니다.”
언제 나타났는지 매디가 화면 속 김찬민 부장에게 말했다. 그 옆에는 낯선 사람이 같이 있었다.
“인사하세요. 이쪽은 잔나비입니다.”
매디가 강태석 소장과 영상 속 김찬민 부장에게 잔나비를 소개하였다.
“이제 좀 안심이 되네요. 다시 연락드릴게요.”
김찬민 부장이 연락을 끊었다.
잔나비는 날쌘 원숭이의 행동이 그대로 이름으로 붙여진 것이었다. 잔나비와 강태석 소장이 가볍게 목례로 인사를 했다. 둘의 어색한 분위기와 달리 잔나비는 장난기 가득한 앳된 얼굴과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이 친근함을 느끼게 했다. 키는 150cm가 조금 넘을 정도로 하람 옆에 있으면 둘이 친구처럼 보였다. 몸은 호리호리한 체격이어서 왜소하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전사다운 느낌이었다.
“이제 나머지 지구방위기사들은 한꺼번에 찾아야죠?”
매디의 말에 강태석 소장의 손길이 더 바빠졌다. 그는 좁혀지거나 위치가 변동된 지구방위기사단을 체크했다. 그리고 매디에게 보여줬다.
“지구방위기사단이 있는 곳의 위치입니다.”
“표시된 지점으로 보내면 될까요?”
“네.”
매디가 잔나비에게 눈짓을 했다. 잔나비가 부리막대를 자신의 몸에 대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잔나비의 몸에서 잔나비와 똑같은 사람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왔다.
“누가 진짜고 가짜인지 구분이 안 되는데요?”
하람이 여덟 명의 잔나비를 보며 말했다. 그중 누군가 주문을 외우자 각자 서로 다르게 행동했다. 분신이 아닌 각자 독립된 형태로 움직이는 여덟 명의 쌍둥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매디가 분신들을 차례대로 공간이동 시켰다. 부리막대 상자는 제일 처음 출발한 잔나비가 가져갔다.
“부리막대 상자 없이는 지구방위기사단을 깨울 수 없는데 나머지 지구방위기사들은 어떻게 해요?”
하람이 대간에게 물었다.
“분신들은 각기 다르게 행동할 수 있으나 영혼은 하나로 묶여 있어. 영혼을 통해서 서로 부리막대 상자를 공유하는 거지. 부리막대 상자를 가진 잔나비가 지구방위기사단을 깨우면 그 영혼을 통해서 부리막대 상자를 이동시키는 형태야.”
매디는 각 지역을 돌며 깨어난 지구방위기사단을 차례로 데려왔다. 마지막으로 매디와 잔나비까지 오면서 지구방위기사 중 ‘용’만 빼고 다 모이게 됐다. 대간이 지구방위기사들을 소개하여줬다.
“이쪽은 지구방위기사단 토리입니다.”
토리란 ‘도토리처럼 옹골차다’라는 뜻으로 하얀 피부에 키가 일반 사람의 허리 정도로 작은 여자아이였다. 지구방위기사단 중 체구가 가장 작았다. 그러나 이름처럼 작지만 당찬 느낌이 들었다. 얼굴은 위의 앞니 두 개가 튀어나와 있었다. 십이지신 중 쥐라고 설명했다.
대간은 토리를 시작으로 십이지신 순서대로 설명했다. 소와 형상이 비슷한 지구방위기사 알찬은 ‘실속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 말처럼 다른 지구방위기사단보다 몸이 단단해 보였다. 딱 벌어진 어깨에 터질 것 같은 근육이 금방이라도 헐크처럼 옷을 찢고 나올 것 같았다. 눈은 부리부리했으며, 몸은 황갈색을 띠고 있었다.
백호는 이름만 들어도 그가 어떤 십이지신인지 알 수 있었다. 머리카락은 단발에 흰색이었으며, 끄트머리로 가면서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찰랑거리는 머릿결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부리부리한 눈이 다른 지구방위기사단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어 가만히 있어도 그 위엄이 느껴졌다.
이든은 ‘착하고 어질다’라는 뜻처럼 얼굴이 너무 착해 보였다. 눈가에 흐르는 미소가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매력의 소유자였다. 방금 전 백호와는 너무 차이가 났다. 백호가 통통한 체격의 여걸이라면 이든은 삐쩍 마른 체구라 왠지 왜소해 보여 지구방위기사란 생각보다 먼저 보호 본능이 들 정도였다.
뱀을 형상화한 악도리는 ‘모질게 덤비기 잘 한다’는 뜻으로 역삼각형의 얼굴에 눈꼬리가 올라간 가는 눈을 갖고 있어 금방이라도 상대를 제압하려는 느낌이 들었다. 가는 눈에 속 쌍꺼풀이 있었으며, 작은 입술에서는 도도함이 느껴졌다. 뽀얀 흰색 피부에 팔등신의 호리호리한 몸이 그나마 얼굴에서 풍기는 이미지를 상쇄시켜 주었다.
양을 형상화한 도담은 ‘복스럽고 건강한’ 뜻이라고 했다. 도담은 눈 한가운데 호수가 있는 것처럼 눈빛이 고요하고 깊었으며, 너무 맑고 예뻤다. 몸은 넉넉한 어머니 품처럼 세상의 모든 근심과 아픔을 보듬어 줄 것처럼 보였다. 미색 피부에 머리카락은 곱슬곱슬 말려서 어깨까지 내려와 있었다.
닭을 형상화한 수리는 ‘하는 일에서 우두머리가 돼라’는 뜻으로 눈은 양 옆으로 벌어져 있어서 눈 사이가 멀었고, 역삼각형의 몸은 어깨 깡패를 연상시켰다. 다리는 몸에 비해 길었고, 몸은 검보랏빛에 머리에는 삼각모를 쓰고 있어 보고만 있어도 위엄이 넘쳤다.
솔찬은 ‘소나무처럼 옹골차다’는 뜻으로 솔찬의 코를 보자 그가 누구를 닮은 지구방위기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솔찬은 민머리에 얼굴은 매우 작았으며, 덩치는 크지 않았으나 오리 궁둥이에 배가 나와 있어서 살이 쪄 보였다. 몸은 살구색을 띠고 있었다.
지구방위기사단은 다들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얼굴 형태와 생김새는 십이지신 본래 형상을 조금씩 닮아 있어서 그 특징만으로도 그들이 누구인지 파악이 되었다.
“보기만 해도 든든한데요. 지금이라도 다이몬과 상대해도 될 거 같아요.”
하람이 지구방위기사단을 보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그때 김찬민 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구 에너지가 심상치 않네요. 대 폭발이 일어날 전조처럼 느껴져요.”
“에너지 변화는 어떤가요?”
“핵융합과 비슷한 신호를 보이고 있어요.”
대간의 물음에 김찬민 부장이 답했다.
“우리들이 나온 걸 알고 다이몬이 본격적으로 불가마니와 푸른악령들의 석상들을 분리하려고 하네요. 조만간 열두 궤의 순환 고리도 끊을 겁니다.”
“그것부터 막아야 하지 않나요?”
이든의 말에 강태석 소장이 물었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부리막대를 들고 열두 궤 안으로 들어가서 고리를 더 단단히 연결하는 것인데 푸르미르가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방법이 없어요.”
“빨리 푸르미르를 부르러 가요.”
백호의 말에 하람이 말했다.
“이미 늦었어. 우리가 푸르미르를 데려오기 전에 고리를 끊어 버릴 거야.”
토리가 말했다.
“그럼, 푸른악령들이 깨어나도록 내버려 둬야 하는 건가요?”
김찬민 부장의 말에 모두들 아무 말이 없었다. 김찬민 부장 뒤로 보이는 화면 속 무 대륙 아래의 지구에서는 붉은 점이 더 확대되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