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푸른악령의 근거지 악마의 산

by 미운오리새끼 민

다이몬과 푸른악령들의 석상을 짓누르던 지반이 완전히 사라지자 푸른악령들은 환호했다. 파란 불빛들끼리 서로 엉키고 휘감기며 석상 주변을 가로질러 다녔다. 다이몬의 불가마니는 붉은색을 띠었다가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불가마니 위에 놓인 푸른악령들의 석상만 제거하면 되었다. 푸른악령들이 불가마니 주변으로 모였다. 불빛들은 사라지고 예전처럼 파란 눈동자만 보였다. 그들은 가만히 침묵하고 있었다. 다이몬이 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열두 명의 푸른악령들이 위로 솟구쳤다.

그들은 열두 개의 기둥이 둥근 원으로 둘러싸여 있는 신전 안으로 들어가 각자 기둥 사이에 섰으며, 한 명의 푸른악령만이 둥근기둥 원안으로 들어가 주문을 외웠다. 중앙에 있는 푸른악령의 바닥에서 푸른악령들이 있는 기둥 사이로 푸른빛이 뿜어져 나갔다. 그 불빛은 다시 각 기둥들 사이에 있는 푸른악령들을 연결시켰다. 이윽고 아래에서 붉은 섬광과 함께 빛이 올라와서 푸른악령들에게 전해졌으며 붉은빛이 기둥과 기둥 사이를 감싸다가 푸른악령들과 함께 모두 사라졌다.

사라진 푸른악령들은 다이몬이 있는 지하로 내려왔으며, 그 영혼들은 각자의 석상 안으로 들어갔다. 석상들과 불가마니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불가마니와 석상들 사이에 틈이 발생했다. 회전 가속도가 붙었다. 불가마니 주변을 감싸고 있는 용암들이 출렁거렸다. 상부의 기체 흐름도 변화하면서 밀도가 커져 풍선이 팽창하듯 불가마니 주변이 점점 팽창했다. 불가마니를 감싸고 있는 용암은 불가마니와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역주행을 했다. 용암은 자기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위로 솟구쳤다.

석상 위에서도 용암의 영향으로 대류 현상이 발생하여 용암과 기체가 서로 뒤엉키는 모습들이 나타났다. 데워진 기체는 폭발할 듯 부풀어 올랐다. 주전자의 뚜껑이 들썩이듯 불가마니 외부의 지각이 꿈틀거렸다. 이제는 어디가 용암이고 기체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혼재되어 불가마니 주변을 움직였다. 불가마니 위의 석상들이 원심력을 이기지 못해 끊어져 나갈 듯 보였다. 내부는 더욱더 팽창하여 폭발하기 일보직전까지 갔다. 드디어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석상들이 불가마니 위에서 떨어져 나갔다. 주변을 흐르던 용암도 위로 솟구쳤다. 석상들이 용암을 따라 위로 뿜어져 나갔다.


폭발의 위력은 지구방위기사단이 있는 한국지구지질연구소까지 영향을 미쳤다. 문서고 안의 책장이 도미노처럼 한쪽으로 쓰러져 책들이 쏟아졌고, 순식간에 창고는 오래된 책에서 나오는 먼지로 폭탄을 맞은 듯 뿌연 책 먼지가 창고 안을 가득 채웠다.

“괜찮아요?”
강태석 소장을 감싸고 있던 대간이 말했다. 지구방위기사단과 하람은 서로 등을 진채 빙 둘러 있었다.
“다들 괜찮아요?”
김찬민 부장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화상연결 상태는 끊어졌다.
“네, 부장님은 어떠세요?”
강태석 소장이 지구방위기사단과 하람을 보고 나서 김찬민 부장에게 말했다.
“여기도 아직은 괜찮습니다.”
“에너지 흐름은 어떤가요?”
백호가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머리에 쌓였던 먼지가 주변으로 흩어졌다.

“내부의 에너지는 감소하고 있는데 화산활동은 전보다 더 활발해졌어요. 환태평양 주변의 화산들이 폭발과 함께 엄청난 가스와 화산재들을 뿜어내고 있어요. 화산 주변의 하늘은 이미 검은 연기가 덮어 버렸어요. 이러다 지구 전체가 암흑세상이 될 거 같아요.”
김찬민 부장이 힘겹게 말했다.
“푸른악령들의 움직임은 있나요?”
이든이 말했다.
“그걸 알 수가 없어요. 폭발이 있고 난 후 그 에너지가 어디로 유출되었는지는 확인이 안 돼요.”
“이번 폭발로 석상들이 불가마니에서 떨어져 나왔을 겁니다. 그렇다고 석상이 떨어져 나오자마자 바로 푸른악령들이 육신을 찾았을 리는 없어요. 분명,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어요. 그들을 찾지 못하면 근거지도 못 찾아요. 부장님, 외핵 주변 용암의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을까요?”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도담이 말했다.

“용암이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서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아요.”
“큰 흐름들만 파악해 주세요.”
이든의 말에 김찬민 부장은 지구 내부의 열 감지 센서를 이용하여 용암의 흐름을 파악했다. 화산활동이 활발한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주로 태평양 연안으로 굵직한 용암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으며, 그곳에서 거대한 화산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콜롬비아를 지나가는 이상한 흐름 하나가 발견됐다.

“콜롬비아의 네바도 델 루이스 화산을 지나서 대서양으로 흐르는 용암이 있어요.”
김찬민 부장이 다급히 말했다.
“그것은 어디 화산이죠?”
토리가 물었다.
“그게 좀 이상해요. 대서양 연안이나 안데스 산맥 너머에는 화산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없거든요.”
“지도를 보여 줄 수 있나요?”
이든이 말했다.

강태석 소장이 화상연결을 하자 김찬민 부장이 중남미 지역의 지도를 확대해서 보여줬다. 콜롬비아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동시에 끼고 있는 나라였다. 그 옆에는 베네수엘라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든이 지도를 천천히 살펴보다가 베네수엘라의 한 지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들이 가려고 하는 곳이 저기야!”
모두들 이든이 가리키는 곳에 시선이 쏠렸다.
‘아우얀 테푸이’


불가마니에서 떨어져 나온 푸른악령의 석상들은 놀이공원의 급류 보트가 흘러가듯 지하에 흐르는 용암을 따라 빠르게 이동했다. 한 줄 기차처럼 늘어진 이들의 행렬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일사불란하게 용암을 타고 자석에 이끌리듯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응축되어 있는 기체가 지층을 뚫고 커다란 굉음과 함께 지상으로 분출을 하면 그다음 용암이 함께 튀어 올랐다. 하지만 석상들은 그와 상관없이 지하로 계속 흘러갔다. 길이 없으면 길을 뚫고 가듯 이들의 앞에는 거침이 없었다. 용암은 두더지처럼 땅 속을 계속 파헤치며 성큼성큼 나아갔다. 비록 속도는 줄었지만 뜨거운 열기는 여전했다. 드디어 어느 한 지점에 이르러 용암이 더 이상 흐르지 않고 멈췄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넓게 펴졌다. 석상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았다. 석상의 눈에서 푸른빛이 반짝였다.


“왜, 푸른악령들이 아우얀 테푸이로 간다는 거죠?”
하람이 말했다. 강태석 소장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김찬민 부장에게 물었다.
“부장님, 그쪽에도 화산활동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요?”
“지금은 아니고 수 억 년 전 지구가 하나의 땅이었을 때 뜨거운 맨틀 일부가 지각 변동으로 상승하여 생성된 지형으로 지질학계에 보고되어 있어요. 당시에는 지하 내부에 용암 활동이 있었던 것 같아요.”
김찬민 부장이 과거 수 억 년 전 지구의 모습을 프로그램화 해서 영상으로 재현해 보여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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