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병들이 원을 그리며 지구방위기사단을 둘러쌌다. 토리와 솔찬은 다가오는 기마부대의 접근을 막았다. 백호도 칼을 이용하여 창을 든 보병부대와 상대했다. 그들은 여전히 방패 뒤에서 창끝을 이용하여 지구방위기사단을 공격했다.
알찬이 튀어나온 창들을 모두 묶어 던져버렸다. 그러자 그것을 쥐고 있던 병사들도 창과 함께 허공으로 날아갔다. 악도리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창끝을 피하며 이를 역으로 이용하여 병사들을 공격했다. 병사들은 악도리에게 공격한 창끝이 자신들에게로 겨누어지자 놀라 당황했다.
이든은 병사들의 움직임을 예측하여 한 발 앞서 그들을 공격하였다. 병사들은 공격도 하기 전에 이든의 가느다란 칼끝에 당하는 꼴이 되었다. 말 위에 앉아서 전세를 지켜보던 대장이 북을 세 번 울렸다. 기마부대가 호리병 모양의 원을 그리며 양옆으로 돌진해서 보병부대를 지원했다. 말들의 숨소리가 거침없이 내뿜어졌다. 멀리서 달려오는 기마부대의 모습은 죽음을 부르는 전령 같았다.
“토리, 네가 시간을 좀 끌어봐.”
솔찬이 토리에게 말했다. 토리가 달려오는 기마부대를 일시적으로 정지시켰다. 그러자 솔찬이 기마부대를 다시 제자리로 이동시켰다. 시간이 꼬이면서 기마부대에서는 출발하려는 말과 솔찬이 옮겨놓은 말이 서로 뒤엉키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검은 복면의 대장이 무언가 지시를 했다.
이윽고 긴 나팔 소리가 들렸다. 병사들이 뒤로 물러섰다. 후퇴하는 듯 보였지만 그들은 재정비를 하고 있었다. 곳곳에 수많은 사상자가 속출했다. 검은 복면의 대장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뭐라 말을 하자 쓰러져 있던 병사의 몸이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졌다. 방금 전까지 싸웠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말끔히 정리되었다. 지구방위기사단도 다시 한 곳으로 모였다.
“너무 많아. 저것들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솔찬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쉽게 물러날 거 같지도 않아. 저들의 정신은 전사로 무장되어 있어.”
“여기를 뚫지 못하면 푸른악령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없어.”
도담의 말에 백호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도 지쳐보였다.
“푸르미르를 찾으러 간 녀석들은 언제 오는 거야.”
“벌써 지친 거야?”
솔찬의 말에 토리가 물었다.
“지치긴 오랜만에 혼자 몸 풀기 아까워서 그러는 거지.”
솔찬이 긴 창을 잡고 허리를 폈다.
병사들도 마지막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금 전과 다른 전법으로 공격하려는 듯 기마부대 주위에 역 V자 모형으로 보병부대가 비스듬히 줄지어 늘어섰다. 이번에는 복면을 쓴 대장이 기마부대 맨 앞에 있었다. 북이 두 번씩 세 번 울렸다. 하나로 통일된 발자국 소리처럼 병사들이 움직였다. 그 소리는 거인이 움직이는 발자국 소리처럼 크게 들려 위압감이 느껴졌다.
“이번엔 더 강하게 나올 거 같은데.”
도담이 병사들의 얼굴과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
“자, 우리도 준비하자.”
알찬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한 발 앞으로 나갔지만 병사들의 발자국 소리에 묻혀 버렸다. 방패를 들고 있던 병사들의 손에 칼이 쥐어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긴 창을 가진 병사들이 따르고 있었으며, 궁수들은 맨 뒤에 있었다. 기마부대 병사들은 모두 긴 장검을 갖고 있었다.
“어디부터 공격을 해야 하나?”
수리가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양쪽 끝부터 공격해야 해.”
이든이 상대의 약점을 파악한 후 말했다.
“네 명씩 흩어져서 양쪽 끝부터 차례대로 공격하자.”
백호의 말에 지구방위기사단은 네 명씩 두 팀으로 나뉘어 양쪽의 병사들을 공격했다. 북소리가 한 번 울렸다. 화살이 쏟아졌다. 지구방위기사단이 화살을 뚫고 적의 양 측면을 공격했다. 순간 양 옆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중앙의 기마부대도 자신들의 계획과 달라지는 것에 당황했다. 기마부대를 급히 보내 도우려 했지만 이미 대오가 흐트러진 병사들은 지구방위기사단의 공격에 자기 살기도 바쁘게 되었다. 한번 무너진 대오는 도미노처럼 급속히 내부로 퍼졌다. 북을 치며 대오를 정비하려 했지만 이미 절반가량의 전력 손실이 불가피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물러나지 않고 끝까지 지구방위기사단을 항해 공격했다.
시간차를 이용한 토리와 솔찬의 공격, 수리의 날개 모양의 칼날과, 도담의 송곳 같은 칼 끝 공격에 병사들이 쓰러졌다. 이든의 화살은 병사의 급소를 향해 날아갔다. 곳곳에서 병사들의 울부짖음이 들렸다. 기마부대가 전열을 정비하고 다시 공격해 왔다. 기마부대의 공격은 예상외로 날카로웠다.
이든과 백호의 공격을 맞받아치며 지구방위기사단을 에워싸서 공격했다. 기마부대는 종회무진 말을 타고 이동하며 지구방위기사단을 괴롭혔다. 유리했던 지구방위기사단의 전세가 이제는 대등해진 싸움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때 수많은 잔나비 떼가 나타나서 기마부대를 공격했다.
“푸르미르가 왔어!”
이든이 잔나비 분신들을 보고 말했다. 곧이어 대간과 매디, 푸르미르의 모습도 보였다. 전세는 다시 지구방위기사단에게 유리하게 흘렀다. 상황이 불리해진 것을 안 검은 복면의 대장이 북을 울려 병사들을 빠르게 후퇴시켰다. 그리고 모두들 안개 가득한 숲으로 사라졌다. 악도리와 알찬이 뒤를 따라 가려했지만 대간이 말렸다.
“저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 우리 힘만 뺄 뿐이야.”
대간이 들판에 쓰러져 있는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그들은 검은 연기가 되어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도대체 저것들 정체가 뭐야?”
“진시황릉의 병마용들과 기마부대야. 푸른악령들이 자신들의 수하로 이용 하려고 악령을 씌워 놓았지.”
“저들이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솔찬의 말에 매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푸른악령들을 잡으러 가야지?”
푸르미르가 인사 대신 모두에게 말했다. 지구방위기사단은 악마의 계곡을 향해 걸어갔다. 저 멀리 물안개 사이로 앙헬 폭포가 보였다.
김찬민 부장은 용암이 멈춘 아우얀 테푸이 땅속을 주시하고 있었다. 용암은 분출되지 않고 땅 속에 머물러 있었다. 지구 중앙에 있는 내핵의 움직임도 잠잠했다. 지구 곳곳은 폐허가 되어 있었다. 종교계에서는 지구의 종말이 왔으며 신만이 구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맞는 말 같으면서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다이몬은 무엇을 할까? 다이몬은 강력한 에너지를 원해. 하지만 스스로 에너지를 얻기는 힘들어. 결국 태양에너지가 지구 내로 유입되어 자신에게로 영향을 미치길 바라겠지? 그렇다면 결국 자기장의 변화를 극대화시키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어!’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자북의 이동 속도가 궁금했다.
“차 팀장, 자북의 이동 속도는 어떻게 되지?”
“현재 하루에 1km 정도 이동하고 있어요. 북극과의 거리는 400km이며 이 속도는 더 빨라질 겁니다.”
차현민 팀장이 데이터를 보며 말했다.
“차 팀장, 과거에는 1년에 10km 정도 이동한 것이 최근에는 1년에 70km를 이동하고 있었고, 지금은 하루에 1km 정도 이동한다면 곧 머지않아 자북은 북극과 일치할 거야. 지구자기장도 점점 줄어들어 지금은 20% 이상 감소했어. 이것은 뭘 의미할까?”
“자기장의 역전을 말하는 건가요?”
“맞았어. 자기장의 변화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대 사건이야.”
김찬민 부장은 걱정이 되었다. 자기장의 역전은 곧 인류의 파멸을 의미했다.
“차 팀장, 황도경사각은 어때?”
“22도까지 갔습니다.”
“자전축은 이미 최소 각까지 갔어.”
김찬민 부장은 자전축과 자북의 이동을 유심히 살폈다. 자전축과 자북이 거의 일치해가고 있었다.
‘다이몬의 움직임을 막아야 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