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과 강태석 소장은 앙헬 폭포 주변 강기슭에서 아우얀 테푸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앙헬 폭포에서 흘러내린 용암은 주변 나무숲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으며, 강은 이미 용암이 점령해서 흐르고 있었다. 하람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아우얀 테푸이를 바라봤다. 강태석 소장은 뜨거운 용암 열기 때문에 가슴도 답답하고 숨 쉬기가 불편했다. 그나마 방진마스크와 스마트 슈트 덕에 버티고 있었다.
“절벽에서 뭐가 떨어지고 있어요?”
하람의 말에 강태석 소장이 망원경으로 앙헬 폭포 쪽을 바라봤다. 한 무리의 병사들이 떨어졌다.
“다행히 지구방위기사단은 아니야.”
“분위기가 잘 흘러가고 있죠?”
하람이 웃으며 말했다. 강태석 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우얀 테푸이를 주시했다.
“지구방위기사단이 푸른악령 일당을 순조롭게 물리치고 있어요.”
하람의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온 세상이 새하얗게 변했다.
“소장님, 눈 감으세요!”
하람의 말에 강태석 소장은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이었지만 눈이 너무 아팠다.
“뭐지? 저 빛은?”
둘이 서로 꼭 껴안은 상태에서 강태석 소장이 물었다.
“수리가 빛을 내뿜은 거예요. 뭔가 안 좋은 일이 발생했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하얀빛이 있고 나서 바로 어둠이 왔어요. 수리의 빛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그렇다면 저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거니? 방금 전까지 잘 싸우고 있었잖아?”
강태석 소장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지구방위기사단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확실해요. 봐요? 지금은 아무 변화가 없잖아요?”
강태석 소장은 아우얀 테푸이를 망원경으로 살폈다. 조금 전까지 치열하게 느껴졌던 아우얀 테푸이 정상이 양측이 휴전이라도 맺은 듯 조용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니?”
“모르겠어요. 저 위로 가봐야 하는지 아니면 계속 기다려야 하는지.”
“우리가 간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니. 그랬다면 우리를 이곳으로 내려 보내지도 않았겠지. 여기를 벗어나야 해. 만약에 저들이 우리를 찾는다면 더 큰일 아니겠니?”
강태석 소장이 하람을 이끌며 말했다.
“그렇다고 어디로 가죠?”
하람의 몸이 푸르게 변했다. 강태석 소장도 막막했다. 매디라도 있으면 공간이동을 한다지만 지금은 둘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강태석 소장이 예전에 아우얀 테푸이 뒤쪽의 페몬 족 마을이 생각났다.
“이 산 뒤쪽에 마을이 있어. 그쪽에 가면 우리를 도와 줄 사람들이 있을 거야.”
강태석 소장이 스마트 폰으로 검색을 했다. 페몬 족 마을을 가려면 초원지대를 지나 관목 숲을 통과해야 했다. 그는 하람을 이끌고 강기슭을 내려와 마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광활한 대지위에 푸른 초원지대가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쉭, 쉭’소리가 들렸다. 하늘을 바라보니 불덩어리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람아, 피해!”
강태석 소장과 하람은 초원에 엎드렸다. 불덩이들은 그들이 있었던 강기슭에 떨어졌다.
“저곳에 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강태석 소장은 둘의 운명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하니 온몸이 오싹해졌다.
“지구방위기사단이······.”
하람은 일어나서 아우얀 테푸이를 바라보았다. 하람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쏟아졌다.
“이럴 시간이 없어. 푸른악령의 시야를 벗어나려면 관목 숲까지 가야 해!”
강태석 소장이 멍하니 산 정상만 바라보는 하람을 이끌고 초원 깊숙이 들어갔다.
하몬은 대장이 하람과 인간을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고 앙헬 폭포 아래 주변을 살폈다. 이미 이곳은 용암으로 인해 모든 것이 폐허로 변해 있었다. 검붉은 용암이 강을 따라 흐르고 있었으며 강 주변의 나무들은 용암에 의해 불타 없어졌다.
용암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가스층 때문에 인간의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돼지 코처럼 크게 벌려 봤지만 가스 냄새만 가슴을 파고들었다. 하몬은 용암이 없는 곳에 그들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몬이 강기슭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곳도 용암 덩어리들이 뒤덮고 있어서 인간의 채취를 확인하기 힘들었다. 그때 주변을 살피던 하몬 하나가 저 멀리 초원의 풀들이 흔들리는 것을 목격했다.
지구방위기사단은 사각형의 평평한 공간에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부상이 심각한 토리의 치료가 급선무였다. 독이 다리 주변으로 퍼져 있어서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온 몸으로 독이 퍼질 수 있었다.
도담이 부리막대를 토리의 다리에 가져갔다. 도담이 하늘의 언어로 주문을 외웠다. 부리막대가 붉은빛을 띠며 토리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치유의 줄기가 토리의 몸을 감쌌다. 토리가 격하게 반응을 했다. 알찬과 솔찬이 토리를 꽉 잡았다. 하지만 격한 토리의 반응에 힘 좋기로 소문난 둘이지만 그들도 몸이 요동쳤다.
“도담, 반응이 너무 격한데?”
알찬이 말했다.
“이번 독은 매우 강해. 우리를 죽이려는 게 아니라 악령으로 만드는 독이야. 이 독이 몸 안 가득 퍼지면 우리도 푸른악령이 되는 거야.”
토리는 몇 번 더 격하게 움직이고 나서 잠이 들었다. 솔찬과 수리, 도담은 큰 상처가 아니라서 간단한 치료로 회복되었다. 그 외에 다른 지구방위기사들도 온몸이 뻐근하고 아픈 것은 마찬가지였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지쳐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이든만이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든, 좀 쉬어. 기력을 회복해야 다시 싸울 거 아니야?”
악도리가 이든이 거슬렸던지 말했다.
“그래, 지금은 힘을 비축할 때야.”
백호도 악도리의 말을 거들었다.
“난 괜찮으니 너희들이나 쉬어.”
이든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찾았다.
“도대체 뭘 찾고 있는데?”
잔나비가 물었지만 이든은 아무 말 없이 계속 혼자 중얼거리며 방에 연결된 통로들을 왔다 갔다 했다.
‘하늘과 연결된 통로가 어딘가에 있을 거야. 지금 다이몬과 푸른악령들은 과거 우리가 상대했을 때와 달라. 그들은 훨씬 강해졌어. 그들과 맞먹는 힘을 얻기 위해서는 가온누리님의 도움이 필요해. 하늘과 연결된 문을 찾아야 해.’
지구방위기사단이 머물고 있는 방은 여러 곳으로 통로가 연결되어 있었다. 이든은 방안의 통로를 따라다니며 메모를 했다. 그리고 뚫린 구멍으로 바깥을 관찰했다. 이든이 이쪽저쪽으로 분주히 오고가는 동안 다른 지구방위기사들은 잠을 자고 있었다. 이든도 점점 녹초가 되어갔다.
“아무것도 없는 건가? 아니면 내가 못 보고 지나친 것일까?”
이든은 자신이 지나왔던 길을 천천히 돌아가며 메모한 내용을 살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어.”
이든은 자신에게 최면을 걸며 천천히 내용들을 보았다.
이든은 서쪽 벽에 뚫려 있는 여러 통로들을 살폈다. 바닥 중앙에도 통로가 있었다. 이든은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길은 얼마 안 가서 막혀 있었다. 그리고 다른 통로로 들어갔다. 이렇게 이든은 여러 통로들을 따라 들어가고 나가고를 반복했다. 이번에는 몸 하나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통로로 들어갔다. 오른쪽으로 연결된 통로 옆에 빈 공간이 있었다. 그 안에는 여러 공간들이 나눠져 있었다. 동쪽에 네 개, 북쪽에 두 개가 있었다. 그곳을 지나 오른쪽으로 휘어진 통로 끝에 빈 공간이 있었다.
다른 곳과 달리 이곳의 벽은 온통 화강암 판으로 덮여 있었으며, 천장은 둥근 돔으로 되어 있었다. 벽 한쪽 귀퉁이에 통로가 보였다. 그 통로는 약간 위로 경사져 있었다. 이든이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자 평편하고 넓은 방이 나왔다. 방에는 두 개의 통로가 있었는데 위로 올라가는 통로와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였다.
이든은 위로 올라가는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통로가 좁아 허리를 굽히지 않으면 지나가기 힘들었다. 낮은 포복 자세를 하고 이든은 엉금엉금 지나갔다. 한 10m 정도 통로를 빠져나가자 통로가 넓어졌다. 그리고 커다란 공간이 나왔다. 이곳은 현무암 재질로 되어 있었다. 반대편 쪽으로 출구가 있었는데, 그곳을 지나자 더 넓은 방이 나타났다. 그곳은 화강암 재질로 만들어진 붉은 방이었다.
이든은 그곳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알 수 없는 힘의 무게가 느껴지면서 위압감마저 들었다. 방은 직사각형을 띠고 있었지만 걷는 소리조차 메아리처럼 울림으로 들려왔다. 그 울림이 진동처럼 온몸으로 느껴졌다. 이든은 벽에 손을 짚고 천천히 걸었다. 손끝에 뭔가가 느껴졌다. 벽에는 그림문자들이 있었다.
‘시대가 바뀌는 전환기에는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
이든의 눈이 그림문자에 멈췄다. 그리고 다시 방 옆의 통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쪽에는 밖을 볼 수 있는 구멍이 있었다. 조금 전까지 햇빛이 들어오던 것이 사라지고 하늘에 별이 조금씩 빛나고 있었다.
구멍을 통해서 본 별은 특정한 별자리를 지칭하고 있었다. 물고기자리였다. 이든은 메모를 했다. 그리고 통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다 문득 방금 전 벽에 적혀 있던 그림문자들이 생각났다. 이든은 별자리를 바라본 구멍으로 돌아갔다. 밤이 깊을수록 별자리가 선명해 보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