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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신상담 후 떠날 때를 알고 떠난 월나라 참모 범려

아름다운 거리의 참모

by 미운오리새끼 민

범려는 월나라 사람으로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고사에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와신상담이란 춘추전국시대 때 오나라의 왕 합려가 월나라를 침범하지만 범려의 기발한 전략으로 오나라를 이긴다. 여기서 합려는 큰 상처를 입고 아들 부차에게 복수를 부탁한다. 부차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잠을 잘 때 까칠한 섶에 누워 잠을 자며 복수를 다짐한다. 마침내 오나라는 월나라와 싸워 승리를 거두게 되며, 월나라 왕 구천이 오나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매일 쓸개를 맛보며 준비한 끝에 오나라를 멸망시킨다는 내용이다.


월나라 왕 구천이 오나라를 멸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범려와 문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범려와 문종은 오나라와의 싸움에서 자결하려고 하던 구천을 설득하여 비록 비굴하지만 훗날을 도모할 수 있는 강화조약을 체결하게 하였으며, 오나라 부차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기 위해 서시라는 미인계와 부차의 측근인 재상 백비에게 뇌물을 이용한 이간계를 사용했다.


이러한 전략은 부차가 월나라에 대해 경계를 풀게 했으며, 부차와 참모인 오자서간에 사이를 멀어지게 함으로써 결국 오자서를 자살에 이르게 하였다. 오나라의 참모인 오자서가 죽음으로써 월나라는 더 이상 오나라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결국 오나라를 침공하여 멸망하게 한다. 구천이 오나라의 부차를 살려두려고 하자 범려는 과거 부차가 구천을 살려둠으로써 후환을 만들어 놓았음을 상기시키고, 지금 죽이지 않으면 나중에 오나라가 월나라를 다시 공격당할 것임을 일깨워 줬다.


범려는 자신보다 상대를 높일 줄 알았다. 구천이 범려를 재상으로 임명하려 했을 때 자신보다 문종이 더 적합하다고 하여 이를 문종에게 양보하였다. 이처럼 범려는 자신의 능력과 상대방의 장점을 잘 파악할 줄 알았으며, 적재적소에 인재를 중용하였다.


또한 정확한 정세분석과 식견을 가진 사람이었다. 구천이 월나라로 돌아온 지 4년이 됐을 때 오나라와의 전쟁을 하려 하였으나, 범려는 지금은 때가 아니라며 구천을 설득하였다. 월나라의 국력이 어느 정도 회복은 되었으나 오나라를 물리칠 만한 국력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범려는 단 한 번의 전쟁으로 오나라의 숨통을 끊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지금 오나라와 전쟁을 하여 약간의 땅을 얻는 정도의 승리는 자칫 오나라에게 다시금 월나라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 밖에는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전쟁의 승리는 자신감이 아니라 확신이 섰을 때 실행해야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업을 달성한 이후 범려는 자신이 물러날 때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공이 누구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이를 시기하는 무리들에 의해 자칫 화(禍)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구천의 성품이 자신을 더 이상 필요로 할 거 같지 않음을 깨닫고 서시와 함께 홀연히 떠났다. 떠나기 전 문종에게 토사구팽이란 말을 하며, 구천이 어려운 시절은 함께 할 수 있어도 앞으로의 영광을 함께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니 자신처럼 관직을 내려놓으라는 말을 했다.


월나라를 떠난 범려는 이후에 장사를 해서 막대한 부를 얻고 유유자적하며 살았다고 전해지고 있으니 참으로 아름다운 말로가 아닌가 싶다. 범려가 지나치게 욕심을 내지 않고 물러날 때를 알고 떠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참모라면 모름지기 생각해 볼 대목이 아닌가 싶다.


PS : 권력의 맛은 달콤하지만 그 끝은 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한번 잡은 권력을 쉽게 놓지 못한다는 의미겠죠. 여러분은 그럴 때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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