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을 불가마니에서 떼어 내자.”
이든의 말에 모두들 어리둥절했다.
“조금 전까지 저들을 한 곳에 모아야 한다고 해 놓고 지금은 다시 불가마니에서 떨어뜨려야 한다고?”
“저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싸우자는 거지 불가마니 앞에서 싸우자는 것은 아니야. 자칫 불가마니가 깨져서 다이몬이 나온다면 우리가 저들을 도와주는 꼴이 돼.”
알찬의 물음에 이든이 말했다.
“저렇게 떡 버티고 있는 놈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솔찬이 한숨을 쉬었다.
“미끼를 쓰는 거지.”
이든이 토리를 보며 말했다.
“뭐야! 나를 생각하는 거야?”
토리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모두의 시선이 토리에게 옮겨 갔다.
“내 계획을 들어봐. 푸른악령들은 토리에게 감정이 많아. 토리가 따로 공격하면 반드시 저 중에 몇 놈은 토리를 공격할 거야. 토리는 시간차를 이용해서 최대한 방어를 해봐. 그런 다음 잔나비가 분신술을 이용해 여러 명이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거야. 그러면 푸른악령들은 자신들이 위험해지니 추가로 더 공격에 가담할 거야. 다음으로 알찬과 솔찬이 나가서 상대를 무너뜨리면 남은 우리 모두가 함께 공격을 하는 거야. 그러면 저들도 모두 달려들 거야. 불가마니가 비게 될 때 매디가 순간이동으로 우리를 재빨리 빼내고 대간이 보호막을 쳐서 저들을 가두어 놓는 거지. 마지막으로 수리가 강한 빛을 뿜어서 푸른악령들의 시야를 가린 상태에서 우리는 불가마니를 안정적으로 세워 놓으면 돼.”
이든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 시도해 보자.”
“이번 한 번으로 끝을 내야 해. 시간이 많지 않아.”
토리의 승낙에 푸르미르가 한 번 더 지구방위기사단에게 힘주어 말했다. 이든의 신호에 맞춰 토리가 대열에서 이탈해 불가마니 뒤로 이동을 했다. 예상대로 토리를 공격했던 푸른악령 둘이 빠져나와 토리를 쫓아갔다. 토리가 도망치 듯 달아나자 그들도 토리를 쫓았다. 토리는 그들의 공격을 피하며 불가마니에서 최대한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토리가 시간차를 이용하여 달아나기만 하자 그들은 더 열이 받아 불가마니에서 얼마나 떨어졌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잔나비 지금이야. 어서 가 도와줘.”
이든의 말에 잔나비가 토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분신술을 이용해 자신과 닮은 두 명의 잔나비를 만들었다. 수적으로 푸른악령들이 열세에 놓이자 하몬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두 명의 푸른악령들이 더 나와 토리와 잔나비를 공격했다.
“알찬, 솔찬, 나가서 도와줘.”
몸이 근질거렸던 알찬이 바람처럼 달려 나갔다. 그리고는 한 번에 푸른악령과 하몬들을 제압했다. 솔찬도 푸른악령의 공격을 피하며 전세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상황이 자신들에게 불리해지는 것을 알면서도 불가마니 옆에 있는 푸른악령들은 움직임이 없었다.
“이제 모두 다 같이 공격해!”
지구방위기사단 모두가 토리가 있는 곳으로 갔다. 하몬들은 대간과 솔찬의 공격에 사라졌다. 불가마니 앞에 있던 푸른악령들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공격해 왔다. 이든이 신호를 보냈다.
“매디, 이때야. 대간, 보호막!”
매디가 빠르게 움직이며 모두를 아수라장이 된 싸움판에서 빼냈다. 대간이 푸른악령들 앞으로 보호막을 쳤다. 순식간에 푸른악령들이 갇혔다. 그들이 필사적으로 나오려 하자 이번에는 수리가 강한 빛을 뿜어냈다. 푸른악령들이 눈을 가리며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불가마니 주변으로 모여!”
이든의 말에 지구방위기사단이 불가마니 주변으로 빙 둘러섰다. 그리고 주문을 외웠다. 불가마니 틈이 조금씩 사라졌다. 불가마니 안에서 괴성이 들렸다. 불가마니 틈이 다시 벌어지며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다이몬의 화난 얼굴이 불가마니 표면에 나타났다. 그의 눈이 이글거렸다.
“푸르미르, 여의주를 이용해!”
대간의 말에 푸르미르가 여의주를 집어 들었다. 여의주는 지구방위기사단의 부리막대를 빨아들였다. 여의주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빛이 불가마니에서 나오는 빛을 차단했다. 불가마니 표면에 나타났던 다이몬의 얼굴도 사라지고 불가마니의 틈이 봉합됐다.
“시간이 없어. 조금 있으면 해가 뜰 거야. 그렇게 되면 태양에너지가 그대로 이곳까지 들어와. 불가마니를 여기에 그냥 두면 안 돼.”
이든의 말에 푸르미르가 여의주를 이용하여 불가마니를 옮기려 했다. 하지만 불가마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태양에너지가 조금씩 지하로 들어왔다. 가느다란 빛이 점점 굵은 빛으로 변했다. 빛이 불가마니의 측면을 비추기 시작하자 불가마니가 요동쳤다. 불가마니에 균열이 생기고 안에서 커다란 괴성이 들렸다. 지구방위기사단 모두가 불가마니를 옮기려 했지만 꼼짝을 안 했다.
“푸르미르, 여의주를 태양이 들어오는 빛에 비춰봐!”
이든의 말에 푸르미르가 태양 빛에 여의주를 가져갔다. 그러자 태양빛이 여의주에 흡수되면서 강력한 빛을 뿜어냈다. 푸르미르의 손이 떨렸다. 지하 내부가 온통 흰 백의 세상으로 변했다. 여의주에서 내뿜는 강력한 에너지가 지하 내부를 블랙홀처럼 만들었다.
“모두들 푸르미르 옆에 붙어!”
백호가 푸르미르의 허리를 꽉 움켜잡았다. 다들 푸르미르의 옆으로 이동하였으나 여의주가 빨아들이는 힘 때문에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푸른악령들도 보호막이 해제되면서 하나둘씩 여의주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악도리가 자신의 몸을 길게 늘여 뜨려 푸르미르의 몸을 감싼 채 지구방위기사단을 하나씩 끌어 모았다. 악도리가 말했다.
“이러다 모두 여의주 안으로 빨려 들어가겠어. 푸르미르 어떻게 해봐.”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푸르미르의 손이 더 떨렸다. 가장 가벼운 토리가 힘을 잃고 튕겨져 나갔다. 여의주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알찬이 가까스로 붙잡았다. 힘이 센 알찬이었지만, 여의주가 빨아들이는 힘이 더 강력해 보였다. 솔찬이 알찬을 도와 토리를 잡아당겼다. 모두 푸르미르의 뒤에 겨우 붙었다. 악도리가 자신의 몸으로 푸르미르와 함께 지구방위기사들을 칭칭 감았다. 여의주의 힘은 더 세졌다. 불가마니가 들썩거렸다.
“여의주가 불가마니까지 삼키려고 해!”
토리의 말에 모두들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여의주 안으로 불가마니가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 거지?”
손을 떨면서 푸르미르가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 가온누리님의 뜻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이든이 눈을 감은 채 말했다. 태양에너지는 더욱더 강력한 빛을 뿜으며 여의주 안으로 들어왔다. 바닥에 붙어 있던 불가마니가 이제는 허공에 둥둥 떠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균열된 틈 사이로 여전히 알 수 없는 괴성이 지하 내부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너무 기괴하고 이상해서 모두들 귀를 막았다. 이든은 큰 귀로 악도리의 귀까지 막아 주었다.
허공에서 돌고 있던 불가마니가 여의주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처럼 주변을 돌며 점점 좁혀 들어왔다. 커다란 불가마니가 점점 작아져 여의주 안으로 사라졌다. 이어 큰 폭발음과 함께 여의주가 푸르미르의 손에서 튕겨 나갔다. 그와 동시에 지구방위기사단도 튕겨 나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