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 사라진 부리막대와 하람의 운명

by 미운오리새끼 민

태양빛이 사라지자 지하 내부의 하얀빛도 사라졌다. 여의주는 땅에 떨어져 있었다. 여의주에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푸르미르가 여의주를 집어 들었다.

“여의주가 변해 버렸어.”
푸르미르가 손을 호호 불며 말했다.
“이제 어떡하지?”
도담의 말에 모두들 이든을 보았다.
“우리 생각과 많이 벗어나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뭔가 알고 있었으니 태양에너지를 여의주에 담은 거 아냐?”
“그건 단지 태양에너지가 불가마니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려고 그랬던 거야.”
백호의 말에 이든이 말했다.
“여의주 안에 푸른악령과 다이몬이 다 갇혔어.”
수리가 말했다.
“부리막대 또한 저 안에 있어.”
“맞아, 부리막대를 꺼내야지?”

도담의 말에 푸르미르가 여의주를 살폈다. 여의주는 푸른빛을 더 밝게 띠고 있었다. 푸르미르가 부리막대를 꺼내려고 주술을 외웠지만 소용이 없었다. 모두들 근심과 실망감이 교차되는 얼굴이었다.

“부리막대도 안 꺼내져.”
“이제는 부리막대도 없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하늘과 연결하지? 부리막대가 없으면 우리는 힘도 쓸 수 없잖아?”
푸르미르의 말에 토리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여의주는 이제 푸르미르의 것이 아니야. 저것은 다이몬과 푸른악령들을 가둔 여의주가 됐어.”
이든이 체념한 듯 말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백호가 이든에게 물었다.

“문제는 부리막대까지 여의주 안에 있어서 우리도 더 이상 마법을 부리거나 이것을 하늘로 올려 보낼 능력이 없다는 거야. 또한 다이몬과 부리막대가 같은 공간 안에 존재하는 상황이 됐어. 다이몬이 여의주 안에 갇힌 것은 다행이지만, 다이몬이 부리막대를 손에 쥔다면 지금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어. 여의주를 안전한 곳에 보관해야 해. 이곳에 여의주를 보관할 수는 없어. 여기는 파괴되었고 더 이상 안전하지도 않아.”
이든이 상황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여의주를 어디에 보관해야 해?”
“지금은 하람이 유일한 희망이야.”
수리의 물음에 이든이 말했다.
“하람이 희망이라니? 무슨 소리야?”
“하람이 여의주를 안전한 곳에 보관할 수 있어.”
“하람이 여의주를 보관할 곳을 알고 있다는 거야?”
이든의 말에 대간이 흥분했다.

“여의주가 하늘의 문을 열어 줄 거야. 그러면 하람이 여의주를 갖고 하늘의 문을 통해서 안전한 곳에 보관할 수 있어.”
“하늘로 보내야 한다는 거야?”
토리의 말에 이든이 고개만 끄덕였다.
“하늘 어디?”
“하늘의 문이 열리고 그 문을 따라 이동을 하게 되어 있으니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어. 그리고 그걸 알면 누군가 다시 다이몬을 찾을 수도 있어.”
잔나비가 묻자 이든이 답했다.

“그러면 미아가 된다는 거네?”
“하람은 돌아올 수 있는 거야?”
매디와 대간이 물었다.
“······.”
“이든, 왜 말이 없어? 결국 하람을 희생시키자는 거네?”
대간의 말에 모두들 눈이 커졌다.
“그게 하람의 운명이야.”
“운명이라고? 그게 말이 돼? 지금껏 함께 살아왔고 함께 고생했는데, 이제 와서 우리를 대신해 하람을 어딘지도 모를 우주로 보내자고?”
대간이 이든에게 역성을 냈다. 다른 지구방위기사단도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너희에게 아지트에 있었던 문자 중 내용을 말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이든이 조용히 말했다.
“왜, 그걸 말하지 않았지?”
백호가 따지듯 물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내용이었으니까. 사실 그 내용을 강태석 소장과 해석 후 이상해서 푸르미르에게 보여줬어. 푸르미르도 보고 나서 알리지 않는 게 좋다고 해서 말을 안 했지.”
이든의 말에 모두 푸르미르를 보았다. 푸르미르는 가만히 침묵하고 있었다.
“그 내용이 도대체 뭔데?”
대간이 이든에게 물었다.

“우리가 다이몬과 푸른악령들을 물리치고 난 이후의 일들이 적혀 있었어.”
이든이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냈다.
‘시대가 바뀌는 전환기에는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 누군가 불꽃 속에서 희생될 때 태양이 나타난다. 그리고 죽지만 진실로 죽지 않는다. 그는 다시 일어나 살 것이며, 삶을 계속할 것이고, 언젠가 다시 깨어날 것이다.’

모두들 그 내용을 보았지만 그것과 하람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지구방위기사는 없었다. 이든이 설명을 했다.

“이것을 해석할 때 우리는 이게 다이몬이라고 생각했어. 누군가 희생되는 존재가 다이몬이고 그때 가온누리님이 나타난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다이몬은 죽지 않고 언젠가 다시 나타날 거라는 끝에 구절에서 고민을 했어. 싸움을 앞둔 너희들에게 그것을 알렸을 경우, 다이몬을 영원히 없앨 수 없다고 생각하면 싸움이 힘들어질 수 있겠다고 판단한 거야. 그래서 말을 안 했어.”

“하람 하고 이 내용은 아무런 관련이 없잖아?”
악도리가 이야기를 다 듣고 말했다.
“해석을 잘 못 한 거야. ‘시대가 바뀌는 전환기에는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지구의 급격한 변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지금 상황을 나타내는 거야. 즉, 부리막대가 사라진 상황을 암시하는 내용이었어. 또한 ‘누군가 불꽃 속에 희생되는 것’이 다이몬이 아니라 바로 하람을 말하는 것이었고, ‘태양이 나타난다’는 것은 가온누리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하늘의 문을 말하는 거야.”

“왜 꼭 하람이지?”
솔찬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우리에게는 부리막대가 없어. 부리막대 없이는 하늘의 문을 통과할 수 없다는 걸 알 거야. 하지만 하람은 달라. 하람은 가능해.”
이든의 말에 모두들 가만히 있었다.
“그래도 뭔가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람을 미아로 만들 수 없잖아?”
잔나비가 애원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나도 더 생각해 봤지만 없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말해봐?”
이든의 말에 모두들 침묵했다. 각자 대안을 찾아보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이든의 말이 맞았다.
“그럼, 우리 또한 영영 하늘로 못 가고 지구에서 살아야 하는 거야?”
잔나비가 허탈한 표정으로 물었다.

“가온누리님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해.”
푸르미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두들 불안한 표정이 역력했다. 어렵게 다이몬을 해결했지만, 그들에게 또 다른 시련이 나타난 것이었다. 대간도 고개를 숙인 체 가만히 있었다.
“아직 마지막 문구를 해석하지 않았잖아. 그건 무슨 뜻이야? 하람을 돌아오게 하는 방법이 있지 않아?”
매디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하람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돌아오게 할 수 있어.”
“무슨 말이야? 죽지 않으면 살아서 돌아오게 할 수 있다니?”
이든의 말에 대간이 물었다.

“강 소장이 아부지르 신전에서 해석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던 구절 중 ‘지식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자들만이 그것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여의주와 하람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말하는 거야. 그 방법을 알면 하람을 돌아오게 할 수 있어. 단, 하람이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야 해. 마지막 문구에 ‘삶을 계속할 것이며 언젠가 다시 깨어날 것이다’는 말은 하람이 삶의 의지만 꺾지 않는다면 찾아서 돌아오게 할 수 있어.”

“그럼 그 방법을 강 소장이 알 수 있지 않을까?”
이든의 말에 대간이 물었다.
“그것까지는 알 수 없어.”
이든이 말을 마치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지구방위기사들은 서로 얼굴을 보며 눈으로 말을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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