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7

by 미운오리새끼 민

“오늘 하루는 무리하지 마시고, 사랑니 빠진 곳으로는 음식 드시지 마세요.”

미라는 주의해야 될 사항들을 상우에게 설명했다.

“위의 사랑니는 안 뽑나요?”

마취가 덜 풀린 입을 움직이며 상우가 말했다. 조금 전까지 이것만 뽑으면 다른 곳에 가서 사랑니를 뽑으려고 했던 생각을 뒤로 접고, 상우는 미라에게 요청을 하고 있었다.아니 애당초 오늘 위아래 두개를 뽑기로 했기에 상우는 미라가 다른 말을 하기 전에 말했다.

“오늘 위아래 두개 뽑는다고 하셔서요.”

“위에도 뽑아 달라고요?”

미라가가 당황하며 말했다. 상우는 고개만 끄덕였다.처음에는 미라도 위아래 두개를 뽑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랫니로 힘을 다 뺀 상황이라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내일 하면 안 될까요?”

미라의 목소리에는 힘이 쭉 빠져 있었다.

“내일은 제가 시간이 없거든요. 그냥 지금 해주세요!”

상우는 일부러 약속이 있는 듯이 미라의 말을 단칼에 거절했다. 미라의얼굴이 어두워 졌다. 안도의 빛을 띠며 즐거워하던 모습은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부드러웠던 분위기가 일순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그러나 상우에게는급했다. 하루라도 빨리, 아니 오늘 될 수만 있다면 사랑니를 다 뽑고 싶은 생각만이 그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미라는 남자의 말에 맥이 쭉 빠졌다. 한시름 놓았나 싶었는데, 다시 사랑니와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위에 것도 아랫니와별로 다를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온몸에 닭살이돋았다.

더 이상 상우에게 진을 뺄 여력조차 없었다. 위의 사랑니마저 지금 뽑는다면 오늘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직 사랑니를 뽑지도 않았는데 피로감이 먼저 밀려왔다. 미라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에게서 감춰지지 않는 서글픔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떤 상처일까? 왜 이렇게 집착하고 있을까?’

미라는 상우에게 왜 그러는지 묻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미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누구나 사랑의 아픈 상처는 빨리 잊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랑한 사람의 채취가 묻어 있는 모든 것들을 치워버린다. 그것이 사랑니와 연관되어 있으면 더욱 그렇다. 사랑니의 아픔이 사랑의 아픔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미라는 손안에 들고 있던 사랑니 조각을 의약품 휴지통에 버리고 마스크를 썼다.

‘지금 이 남자가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가 사랑에 대한 상처 때문이라면 …….’

“한 간호사 마취약!”

미라는 결심이 선 듯 한 간호사에게서 마취 주사를 받고 상우의 입에 마취를 했다. 갑자기 헛웃음이 나왔다.

‘다가올 사랑을 위해 아픔을 견뎌내는 사람이 있을까?’

선배의 얘기가 환청처럼 들렸다.

‘그러나 다시는 누구도 사랑하고 싶지 않을 정도의 아픔을 견뎌내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어.’

미라의 머릿속이 뒤죽박죽 복잡해 졌다.아픔을 견디면서 다가올 사랑을 준비한다는 것은 이미 아픔을 잊은 거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이 들자 뭐가 사랑이고 아픔인지 구분이 안 갔다.

‘선배의 말처럼 이 남자에게는 지금이 진장한 사랑의 시작인가?’



미라는마취가 된 것을 확인하고엘리베이터로 위쪽 끝에 있는 사랑니를 흔들었다. 여러 도구들이 상우의 입 속으로 하나 둘씩 들어갔다. 뭔가 힘이 가해지는 것을 느꼈는데, 이번에는 상우의 몸에 큰 힘이 가해지지 않았다. 힘이 가해진 것도 상우가 긴장을 해서 자신이 몸을 움츠렸기 때문이었지 처음처럼 외부의 힘에 의해서 그것을 버티려는 방어적 힘은 아니었다.

우직우직 하는 소리와 함께 흔들거림이 느껴졌지만 아픈 것은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의 힘이 가해졌을까 사랑니가 뽑혔다. 조금 전의 사투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 것처럼 사랑니가 허무하게 뽑혔다. 상우와 미라는 동시에긴 한숨을 쉬었다. 방안을 감돌던 팽팽한 긴장감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이렇게만 뽑혔더라면 …….”

미라의 한숨 소리와 함께 이런 말이 들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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