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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방편의 계책 밖에 안된 소진의 합종책

실패한 참모

by 미운오리새끼 민

소진은 전국 시대에 한 나라도 아닌 여섯 나라의 재상을 지낸 인물로 진(秦) 나라에 대항해 6국의 합종책을 이끌어 진나라의 동쪽으로의 진출을 막는 데 공헌을 하였다.


소진은 주나라 낙양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세객(說客)이 되어 천하를 움직여 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재나라 장의와 함께 초나라의 사상가 귀곡자의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이후 학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벼슬을 한 게 아니어서 가족들은 그를 천대하였다.


소진은 처음에는 주나라에서 벼슬길에 오르려 하였지만 과거 그를 잘 아는 대신들이 그를 여전히 업신여겨서 왕을 만나보지도 못했다. 소진은 주나라에서는 더 이상 벼슬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진나라 혜문왕을 찾아갔다. 하지만 진나라의 상황이 상앙을 처벌한 직후였고, 혜문왕이 세객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소진의 말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소진은 할 수 없이 조나라로 갔지만 거기서도 발탁되지 못했다. 조나라를 떠나 연나라로 간 소진은 마침내 연나라 문후에 의해 발탁이 되었다.


소진은 문후에게 진을 제외한 연(燕)·제(齊)·초(楚)·한(韓)·위(魏)·조(趙) 나라가 연합하면 진의 위협으로부터 대적할 수 있으며, 나아가 통일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것이 바로 소진의 합종책이었다.


당시 중국은 주나라를 천자의 나라로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주나라의 힘이 워낙 약해져서 이름만 천자의 나라일 뿐 주변 제후국들이 호시탐탐 중원을 노리며 군웅할거하고 있었다. 연나라는 중국의 변방에 위치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각국의 틈바구니에서 큰 손실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연나라 문후는 소진의 얘기를 듣고 그를 연나라의 재상으로 임명하는 한편 그를 조나라의 사신으로 파견하였다. 조나라에서도 소진의 얘기를 듣고 그를 재상으로 임명하였다. 이후 소진은 나머지 나라들을 돌며 합종책을 성사시켰다. 더불어 여섯 나라의 재상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소진의 경우 말로써 6국의 재상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으니 실로 대단하다 할 수 있다. 소진의 유세는 자신의 영달에도 큰 영향을 줬지만 전운이 감돌고 있던 시기에 잠시나마 평화가 찾아오게 하였다.


즉, 소진의 합종책은 당시 최강대국이었던 진나라의 중원 진출과 통일이라는 대업을 늦추는 결과를 만들었었다. 만약 진나라 혜문왕이 초기 소진의 말을 듣고 소진을 중책에 앉혔다면 진시황이 나라를 통일한 것이 아닌 혜문왕이 통일을 이루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만큼 소진의 합종책은 파급효과가 엄청났었다.


그러나 여섯 나라의 합종은 진나라의 재상 장의에 의해 무너졌다. 장의는 진나라 혜문왕에게 연횡책(連橫策)을 제안했다. 연횡책은 진나라가 여섯 나라와 각각 동맹을 맺어 이들의 결속을 약화시키려고 하는 제안이었다.


장의는 여섯 나라가 자신들 중심으로 중원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지금은 서로 동맹을 맺고 있지만 언제든지 이를 파기할 수 있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진나라는 합종책을 깨기 위해 각 나라들에 이간계를 이용하여 서로가 싸움을 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제나라와 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했다. 그리고 연나라 문후가 죽자 제나라는 연나라마저 공격했다. 서서히 소진의 합종책이 무너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다른 나라들끼리 일시적으로 동맹을 맺는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동맹이 아니라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소진의 합종책은 장의가 생각한 대로 그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소진 자신도 연나라 왕이 제나라를 공격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제나라의 국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제나라가 송나라를 공격하게 하고 조나라와 위나라가 제나라를 공격하게 하였다. 결국 자신이 만들어 놓은 합종책을 자기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도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여 그 말로 또한 좋지 못했다.


소진은 장의처럼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기에 화학적 결합인 합종책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소진은 전운이 감돌던 시대에 각국의 사정을 이용하여 자신의 영달과 안위를 챙긴 참모였던 것이다.


참모란 자신의 이익보다는 리더와 조직을 위해 재능을 발휘하고 헌신해야 한다. 시대가 낳은 산물인지는 몰라도 소진의 처세는 참모로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할 것이다.


PS : 자신에게 혹은 조직에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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