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거리의 참모
유방이 한나라를 세웠을 때 혁혁한 공을 세운 참모는 3명이었다. 유방 또한 이 세람이 없었다면 한나라가 천하를 통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건국 이후 그 세 사람의 운명은 세 가지로 나뉘었다. 한신은 토사구팽 당해 죽임을 당했고, 장량은 스스로 관직에서 물러났다. 유일하게 소하만이 끝까지 유방의 곁에서 마지막까지 2인자로 함께 했다.
소하가 한왕조 건국 이후에도 다른 공신들과 달리 권력을 유지하며 승상의 위치에서 삶을 마감할 수 있었던 것은 권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며, 그 틈바구니 속에서 적절히 처신을 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소하는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유방의 뒤에서 성실히 일하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소하가 패현에서 하급 관리로 있을 당시 유방은 시골에서 골목대장 노릇을 하고 있었으며,
관리로 들어왔을 때에도 소하보다 직급이 낮았다. 그럼에도 소하는 유방이 자신보다 더 큰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보다 더 큰 사람이 될 것이라 믿었기에 그때부터 유방의 뒤를 봐주면서 자신의 운명을 걸었던 것이고, 유방의 밑에서 자신의 직분을 충실히 수행했던 것이다.
소하는 자기 주도적인 사람이었다. 소하는 유방이 말하기 전에 알아서 병력과 군량을 시기적절하게 보충해 유방이 전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소하는 유방의 생각을 미리 헤아려 가려운 곳을 제때 긁어주는 영리한 참모였다. 주도적인 대처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리더의 생각을 먼저 읽을 줄 알아야 하고, 리더처럼 생각할 때 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 소하는 모든 일을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유방이 전쟁에 나갔을 때도 나라의 행정업무와 재정 등에 소홀함이 없도록 매사에 두루 살피며 힘썼다. 훌륭한 참모일수록 독자적인 일을 처리할 때 뛰어난 자질을 발휘한다. 독자적인 참모는 항상 리더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일하며, 더 멀리 내다본다. 요즘에도 이런 부류의 참모들은 각 조직에서 전반적인 업무 총괄이나 사람을 관리하는 일을 도맡아 한다.
소하는 사람을 보는 안목도 뛰어났던 거 같다. 유방이 자신보다 뛰어난 인물임을 간파하고 그를 고을 현령으로 앉힌 점이나 한신이 큰 그릇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그를 크게 중용할 것을 유방에게 설득하였고, 한나라 건설 후 한신이 살아있는 한 한나라에 위협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한신을 제거하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을 보더라도 소하의 인물 파악은 매우 뛰어났다 할 것이다.
이런 그였기에 유방의 밑에서 말년까지 안정적인 자리를 유지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즉 항상 유방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고 주변 상황을 잘 파악할 줄 알며 상황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잘 아는 능력자였다. 참모의 처세는 이처럼 리더를 헤아리고 주변을 살필 줄 아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 경우에 대부분의 말로가 좋지 못했다. 참모로서 리더에게 삼가야 할 것이 있다.
첫째, 권력을 갖고 리더를 위협하는 행동이며, 둘째, 지모와 지략이 출중하여 리더를 없이 여기는 태도, 공을 많이 세워 주변인들로부터 리더보다 인정을 받는 일이다. 소하는 이런 생리를 잘 알고 있었기에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그래서 유방의 의심을 사게 될 때마다 때론 자신의 친척들을 전쟁터에 보내고, 인심을 잃는 행동도 하고, 자신의 재산을 국가에 반납하는 등의 행동으로 유방의 의심에서 피해 갈 수 있었다. 유방의 의심에서 피해 갈 수 있도록 소하에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소하는 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받아들였다. 소하는 이런 면에서도 다른 참모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던 거 같다.
즉, 대부분의 참모들은 그런 조언에 대해 자신은 털끝만큼도 리더를 배반할 마음을 갖고 있지 않고, 리더가 자신을 믿어주고 지금까지 은혜를 베풀어 주고 있는데 리더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가 모두 리더에게 죽음을 당한 것이다. 문종이나 한신 등이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해 줄 정도라면 이미 리더가 그런 생각을 오랫동안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만 모르고 있다고 한다면 정작 자신은 리더의 생각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참모의 자리는 항상 리더로부터 경계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고 또 경계해야 하는 자리이다. 소하는 이점을 항상 자각하며 다른 사람들의 말도 잘 들으며 주변의 평판에도 신경을 썼다. 유방이 항상 자신을 경계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자신의 처신을 더욱더 조심했던 것이다. 참모로써 리더와 오랫동안 함께 하길 원한다면 소하의 처세술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PS : 누군가부터 경계의 대상이 된 적이 있나요? 그런 상황이 온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