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와 참모는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라고 했다. 다시 말해 서로가 필요한 존재이며 파트너 관계인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리더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 참모이다. 참모의 보완이 없다면 리더는 성공할 수 없다. 만약 참모를 단순히 부하직원으로 생각하여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긴다면 그 조직은 오래가지 못한다.
참모는 리더와 자신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리더와 참모의 관계가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어 때론 누가 위고 아래인지 더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리더는 리더이고 참모는 참모이기에 이 관계 설정은 분명히 해 두는 게 필요하다. 즉, 아무리 의사소통 과정이나 업무 추진 과정에서 수평적 관계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분명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아름다운 거리'란 연극이 있었다. 아름다운 거리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었다. 부모와 자식, 부부, 형제, 친구, 직장 상사나 동료 사이에도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적당한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혼란스러울 수가 있다.
고무줄을 길게 잡아당기면 너무 팽팽하여 끊어지고 만다. 반대로 너무 가까워지면 고무줄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고무줄이 적당히 팽팽해졌을 때 고무줄로서의 제 기능을 하는 것처럼 사람 관계도 그런 약간의 긴장관계가 있는 거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너무 가까워졌다고 가식 없이 대하거나 그렇다고 항상 위계질서에 맞게 기계적으로 대하는 것은 올바른 관계가 아니다. 따라서 리더와 참모가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고 서로의 선을 넘지 않는 것은 두 사람이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 이선을 참모가 넘는 경우가 많아 리더가 참모를 의심하고 불편해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항우와 범증, 두 사람은 분명 왕과 신하의 관계지만 항우는 범증을 아부(亞父)라고 불렀다. 이런 군신관계가 원만히 유지되려면 항우가 비록 아부라 부를지라도 범증은 신하의 예를 깍듯이 했어야 했다. 하지만 범증은 항우가 없는 경우 항우를 하대하는 경향이 있었다. 홍문의 연때 유방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자 범증은 매우 화를 내며, '어린아이와 대사를 도모했으니 될 리가 있는가. 항왕의 천하를 빼앗는 자는 필시 한
(漢)왕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섬기는 왕에게 이런 식으로 대한다는 것은 항우를 평상시에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주공은 자신보다 한참 어린 조카 성왕을 대신해 섭정을 할 때에도 항상 왕을 위해 일을 하였으며, 신하로서의 예를 깍듯이 지켰다. 왕이 어리다고 무시하거나 자신의 조카라고 하대를 하지 않았으며, 왕위를 찬탈하라는 주변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미국 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러의 로버트 이튼과 로버트 러츠의 관계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은 서로 성격도 많이 달랐지만 그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협력하였기에 오랫동안 협력관계가 유지됐다. 사실 러츠는 아이아코카의 뒤를 이어 크라이슬러의 회장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회사는 러츠 대신 이튼을 선택하였다. 러츠는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다. 이튼은 그전까지 제너럴 모터스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었기에 그의 발탁은 사실 충격이었으며, 러츠에게는 모욕감을 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튼은 러츠를 붙잡았고, 러츠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였다. 러츠 또한 이튼의 협력자 역할에 충실했다. 러츠는 이튼과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과 균형의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두 사람의 업무를 조정하여 서로가 중복되지 않으면서도 서로 협력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러했기에 크라이슬러는 이 두 사람이 경영을 하는 기간 동안 다시 회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참모의 욕심이 과하면 리더를 위협하게 된다. 그리고 그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할 수도 있다. 따라서 리더와 참모의 관계 정립은 시작부터 이뤄져야 하고, 그리고 그 경계선은 항상 지켜져야 한다.
리더가 아무리 못나고 때론 잘못된 행동을 하여 참모에게 실망을 안겨 준다고 해서 리더를 깔보거나 무시한다면 리더는 바로 위협을 느끼며 참모를 제거하려 할 것이다. 차라리 자신이 보좌할 그릇이 아닌 리더라면 리더 곁을 떠나는 것이 서로에게 이로우며 두 사람과의 인간적인 관계도 유지될 수 있다.
그럼 여기서 다시 한번 리더와 참모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리더와 참모는 이성적 관계인지 감성적 관계인지, 즉 다시 말해 계약관계에 의해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인간적인 관계 형성에 의해 이뤄진 것인지 여부다.
리더와 참모의 관계가 계약관계로 시작할 수 있지만, 유지는 인간적인 관계 형성이 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는 게 리더와 참모의 관계다. 그만큼 인간적인 측면, 즉 신뢰관계가 향후 과정에서는 더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어떤 리더 건 신뢰관계가 없는 참모와는 함께 하지 않는다. 물론 성공을 위해 잠시나마 함께 할 수 있을지언정 그 이후에는 토사구팽 되는 것은 지금도 다를 바가 없다.
리더가 아름다운 거리를 참모와 유지하고 있다고 인지한다는 것은 참모와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하면 된다.
유비의 유지가 있어서인지 몰라도 제갈량은 신하로써 유선을 끝까지 보좌했으며, 유선 또한 제갈량을 신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 역시 2000년에 발머가 CEO로 승진한 이후 빌 게이츠가 비전을 제시하면 이를 실행에 옮기는 역할을 발머는 충실히 하였다. 또한 중국의 저우언라이가 마오쩌둥의 이념을 토대로 그의 사상과 정책이 혁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였기에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할 수 있었으며, 이후에도 마오쩌둥의 곁에서 죽을 때까지 2인자로서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2인자로서 선을 넘지 않으면서 충실히 자신의 일을 수행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PS : 직상 상사와 여러분들은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