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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욕심이 앞섰던 오자서

불운한 참모

by 미운오리새끼 민

오자서는 초나라 사람이었는데, 초나라에 있을 당시 모함에 빠져 오나라로 망명을 온 사람이었다. 오자서는 오나라의 왕 합려와 부차를 섬겼는데, 합려가 왕으로 있을 당시에는 손무와 함께 초나라를 공격하고 아버지와 형의 원수를 갚았다. 합려가 월나라와 싸우다 죽자 그의 아들 부차가 왕이 되었고, 부차는 오자서와 손무의 도움을 받아 월나라를 물리치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다.

오자서는 월나라를 이참에 제거해야 한다고 하였지만, 부차는 중원으로의 진출에 관심이 많았던 상황이라 월나라 범려의 강화조건을 수용해 버렸다. 이후에도 오자서는 끊임없이 부차에게 추후에 화근이 될 월나라를 제거해야 한다고 하였으나, 부차는 제나라 공격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오자서는 부차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오나라의 명운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자신의 가족들이라도 살리기 위해 제나라 사신으로 갔을 때 자신의 아들을 제나라 남겨 둔 채 홀로 귀국한다. 이를 빌미로 월나라 범려에게 매수됐던 간신 백비가 오자서를 모함하였고, 오왕 부차는 오자서에게 자결을 명했다.

오자서는 목숨을 끊으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거든 나의 무덤가에 가래나무를 심어 그것으로 오왕 부차의 관을 만들고, 나의 눈을 빼내 오나라 동쪽 관문에 걸어 오나라 멸망을 볼 수 있게 해 달라"
오자서의 유언이 참으로 섬뜩하지만, 그만큼 오자서의 한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오자서의 삶이 평탄하지는 않은 만큼 그의 말로도 좋지 않았다. 초나라에서도 모함에 빠져 가족이 다 몰살당하고 자신만 살아남아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다 겨우 오나라에 자리를 잡았고, 월나라를 물리쳐 오나라를 패자의 나라로 만들어 놓았지만, 부차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 결국 모함에 의해 그도 자결에 이르고 말았다.

오자서가 오나라에서 승승장구하다 마지막에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오자서가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고집이 세어 다른 의견을 수용할 줄 몰랐으며, 오히려 그런 사람들을 시기하고 적대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또한 성품이 너그럽지 못하고, 자신이 당한 화에 대해 복수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잔혹한 성품 탓도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일례로 자신의 가족을 죽인 원수를 갚기 위해 합려를 이용해 초나라를 공격하였고, 이미 죽은 초나라 평왕의 무덤을 파헤친 후 평왕의 시신에 300번의 채찍질을 가한 것을 보더라도 그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합려를 왕위에 앉히기 위해 자객을 동원해 요왕과 그의 아들 경기를 살해했을 정도로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오자서의 이런 사사로운 감정과, 자기중심적 사고 때문에 그 자신을 몰락의 길로 이끈 것이다. 일국의 재상이라면 사사로운 감정은 대의를 위해서 버려야 하지만 오자서는 그러지 못했다. 자신의 복수를 위해 철저히 권력을 이용했다. 참모라면 모름지기 사사로운 감정 따위는 접을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상대방도 포용할 수 있으며,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오자서는 자신의 정치를 했는지도 모른다. 정치란, 국가란 큰 틀을 바탕으로 전체를 바라보며, 리더가 나가야 할 방향, 참모로서의 역할, 그리고 국민들과 공감과 소통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며, 나와 다른 상대방과도 서로 조율하며 협의하고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자서에게는 이런 것이 부족했다. 자신의 목표에 정당성을 부여했으며, 자신만의 능력으로 오나라를 패자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손무가 자신과 함께 야인으로 돌아가자고 할 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권력을 유지했던 것도 자기 혼자서도 충분히 오나라를 춘추의 패자로 만들 수 있다는 자만심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현을 보는 듯했지만 결국 자신을 시기했던 백비에 의해 불발이 되었던 것이다.

참모는 항상 리더와 함께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모가 주가 아니라 리더가 항상 주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항상 리더의 성향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처세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부차가 더 이상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나라를 이끌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손무처럼 조용히 물러나 세상을 조망했다면 오자서의 말년도 그리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참모는 사리사욕이 없어야 하며, 사사로운 개인감정으로 리더를 섬겨서는 안 된다. 물론 참모도 사람인데 사적 감정과 개인 욕심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단지 리더를 위해 일하는 과정에서는 개인적인 감정이나 욕심은 조직과 리더를 위해 잠시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PS : 업무를 하다 보면 개인적인 감정이 일에 녹아들 때가 있다. 이럴 때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며 일을 해야 하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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