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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웰치를 경영한 로잔 배더우스키

리더를 성공으로 이끈 참모

by 미운오리새끼 민

미국의 GE가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20세기 최고의 기업인으로 평가받는 잭 웰치 전 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잭 웰치가 20세기 최고의 기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뒤에 로잔 배더우스키라는 뛰어난 여비서가 있었기에 가능했었다.

로잔 배더우스키는 1975년 GE에 비서로 입사하여 잭 웰치 회장을 25년 이상 행정 보조와 스태프로 보좌했으며, 그중 14년간은 수석 비서로 활동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기간 동안 그녀는 단순한 비서가 아니라 잭 웰치와 함께 GE를 이끈 파트너였다 할 수 있다. 즉, 리더가 시키는 일만 하는 그런 비서가 아니라 리더가 편안하게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사실 비서만큼 힘든 직업은 없다. 항상 CEO의 마음을 파악해 헤아려야 하고, CEO의 사소한 문제라 할지라도 다른 일과 관련성이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또한 CEO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나 주위의 어떠한 비난 속에서도 CEO를 믿고 신뢰해야 하며,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침이 없이 절제된 마음을 유지하며 항상 CEO를 지지하고 응원해야 하는 자리가 바로 비서이다. 어찌 보면 ‘나’란 존재는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런데 로잔 배더우스키는 비서라는 자리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줬다. 그녀는 수동적인 비서가 아니라 잭 웰치와 함께 서서 GE라는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함께 나갔던 능동적인 비서였다. 잭 웰치 자신이 능력이 뛰어난 리더여서 GE를 잘 경영한 부분도 있지만, 배더우스키가 있었기에 잭 웰치가 더 능력 있고 빛나는 경영자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배더우스키에게 우선순위는 항상 잭 웰치였다. 그렇다고 그녀가 자신의 자존감을 잃어버리거나 정체성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잭 웰치가 성공해야 자신도 성공한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남자는 세상을 지배하고 여자는 그 남자를 지배한다.’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배더우스키와 잭 웰치일 것이다. 잭 웰치가 GE를 경영했다고 하면 배더우스키는 잭 웰치를 경영했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다시 말해 그녀는 단순한 비서가 아닌 CEO를 경영한 뛰어난 비서였던 것이다.

그녀는 항상 리더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였다. 그러기 위해 잭 웰치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려 했고,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위기 상황을 맞이했을 때 그는 어떻게 해결해 나갔을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그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한 예로 그녀는 잭 웰치의 눈빛만 봐도 회의가 길어질지 짧아질지 판단하여 다음 일정을 잡을 정도로 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한다.

그녀는 잭 웰치가 성격이 급하고 일에 대한 열정이 있는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어느 회사의 CEO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지 그 열정을 공유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참모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인데, 배더우스키는 그 역할을 충실히 잘했던 것이다. 그녀는 보고서를 정리할 때에도 모든 내용을 잭 웰치가 30초 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하여 작성하였다. 이러한 것만 보더라도 그녀와 잭 웰치는 조직의 상하관계가 아닌 파트너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마다 웰치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결정하였다. 또한 수많은 정보에 대한 빠른 판단과 결정은 '속도가 미덕이다'라는 그녀의 말처럼 GE의 최고 경영자인 잭 웰치가 빠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잭 웰치가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도 정리할 줄 알았다.

그녀의 이런 업무량은 거의 잭 웰치에 버금갔다. 단순히 잭 웰치의 지시에 따르고 행동하는 사람이었으면 이와 같은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곧 잭 웰치라고 할 정도로 일을 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둘의 관계는 비즈니스 적으로만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 간의 함께 일했던 시간이 말해주듯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서로의 심리상태를 누구보다 더 잘 알았으며, 감정의 변화까지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서로 간에는 숨기는 것이 없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리더에게 시간은 경쟁력이다. 배더우스키는 잭 웰치와 함께 했던 14년 동안 약 2만 시간을 벌어 주었다고 한다. 그녀는 잭 웰치에게 2년 하고도 약 100일이라는 기간을 선물한 것이다. 참모는 리더가 한걸음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원해주는 파트너이다.

자신의 자리는 자기가 정한다고 했다. 단순히 리더의 일정만 관리하고, 전화만 받는 것이 비서의 업무라고 한정 지으면 거기에 멈춰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을 생각하고 리더처럼 생각하고 일을 하려고 한다면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비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리더와 파트너 관계 속에서 함께 조직을 생각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PS : 참모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이나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면 멈춰 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 여러분의 리더는, 그리고 여러분은 웰치와 배더우스키와 같은 관계 형성으로 일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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